옥재부 목사(북울산교회 담임)

나는 어린 초등학교 시절에 주일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참 많다. 특히 전도사님이 암송대회를 자주 열어 성경을 외우게 한 것이다. 그래서 시편 1편 23편은 기본이고 고린도 전서 13장은 너무나도 신나는 사랑에 대한 내용들이었고 출애굽기 20장을 십계명이라 외울 때는 부들부들 떨리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하나님 외에는 섬기지 말라는 것이며 하나님의 이름은 함부로 부르지 말라는 것과 4계명에 안식일을 기억하여 그날을 거룩히 지키라는 말씀들 때문이었다. 토요일이면 우리 아버지가 우리에게 일을 시키려고 일요일에 할 일을 미리 지시 한다. "내일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들에 나가서 일해야 한다." 어린 나는 토요일 밤이 지나면 일을 하러 가야 하는 것 때문에 그 밤을 설치기도 했다.

나는 작은 손을 모으고 하나님 아버지 내일 아버지가 시킨 일 고 교회 가서 예배를 잘 드리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고 잠을 잔다. 새벽 일찍이 해가 뜨기 전에 소를 몰고 풀을 먹이러 들판으로 가서는 아침 내내 소를 먹이고는 소를 산 등성이 나무에 묶어 놓고는 아침도 거르고 교회로 간다. 아침 8시 30분쯤 되어 교회에서 기다렸다가 9시에 주일학교가 시작되면 주일학교예배를 마친다. 11시에 어른 예배를 참석하고 12시가 되면 집으로 오지 않고 우리 교회 뒷산으로 올라가 오후 3시까지 산에서 놀다가 오후 주일학교를 참석한다. 저녁에 어른들이 오시는데 그때 같이 주일 저녁예배를 드리고 밤 9시에 집으로 간다.

온종일 배가 고파서 허기가 진다. 살며시 집 부엌으로 들어가서 찬장 문을 열면 우리 엄마가 밥과 국을 담아 찬장에 두었다. 아들 오면 먹으라고. 나는 선 채로 후다닥 먹어 치우고는 물을 한 사발 들이키고 방으로 가서 낼 학교 갈 가방을 챙겨놓고 잠을 잔다.

중학교 3학년이 되어 고등학교에 진학해야 하는데 우리 아버지가 나를 불러 놓고는 선택을 하라신다. 학교를 진학하든지 아니면 예수를 포기하든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머뭇거릴 필요도 없이 학교는 안 가도 되지만 예수는 안 믿을 수 없다고 했더니 우리 아버지가 날 보고 집 나가라는 것이었다. 그래도 우리 어머니는 아들을 불쌍히 여겨 지금은 교회 안 간다고 하고 학교부터 가고는 나중에 교회 가면 안 되느냐고 가르쳐주었지만 나는 거짓말 할 수 없다고 하고는 버티었다. 진짜 학교에 안 갈 생각하고 집에서 일만 하는 아들이 불쌍했던지 학교 시험을 쳐보라고 하여 1반인 신설 거제상업고등학교에 시험을 쳐서 4등으로 합격하니 학교를 보내주어 잘 다녔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 학급 반장이 되었는데 그해 가을에 경주로 수학여행을 가게 되었다. 임원들과 담임선생님이 모여 금, 토, 일 2박 3일로 가자는 것이다. 나는 안 된다고 했지만, 학교 방침이니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반장이었고 여행비도 있었지만, 주일을 포함해서 가는 것은 주일 성수를 어기는 것이므로 끝까지 참여하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졸업앨범을 다 가지고 있는데 그 사진첩에 보면 나는 수학여행을 가지 않았으므로 사진이 하나도 없다. 그러나 하나님은 나를 아시고 지금은 목사가 되어 경주에서 가장 가까운 울산 북구 호계에서 목회를 하게 하시고 지금도 마음먹으면 경주 구경을 하루에도 12번씩도 더 할 수 있는 자리로 보내 주셨다. 하나님은 참 좋으신 이시다. 주일 성수에 목숨을 걸고 자란 나를 지금도 어떤 어려움에서도 지켜주심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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