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예배 현장 모니터링 체험기

지난 주일(19일) 기자가 부교역자로 섬기고 있는 교회에 낯선 사람이 방문했다. 그 사람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교회에 들어서자마자 성도들이 입장하는 모습, 발열체크 하고 있는 모습, 수기 출입명부 작성 하는 모습 등을 촬영 했다. 예배 시작 15분 전, 성도들이 가장 많이 몰릴 때에 교회를 불시에 방문한 대구시청 소속 공무원이었다. 이날 방문한 공무원은 한 명으로 현장에 방문하여 방역수칙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한 것이다. 1층 입구에서 연신 사진을 찍던 공무원은 예배가 막 시작 된 2층으로 올라가서 예배 현장 사진을 카메라에 담은 뒤 안내를 하는 권사님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공무원이 방문했다는 소식을 들은 기자가 공무원을 안내 하면서 교회의 방역 상황에 대한 설명을 했다. 교회는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예배에 참석하고 있으며, 안전거리(1M)를 확보한 상태에서 에어컨 가동은 최대한 자제한 상태로 문을 열고 예배를 드리고 있음을 안내했다. 또한 출입구를 한 곳으로 제한해 모든 성도들이 교회에 들어오면서 발열체크를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였고, 출입명부는 QR코드로 진행하라는 지침이 있었지만, 연령이 높으신 성도들이 있어서 수기로 작성을 하고 있음을 안내했다. 특히, 교회에 들어오는 성도들 개인 정보는 모두 온라인으로 관리하고 있어서 전화번호를 따로 기입하지 않아도 연락될 수 있음을 안내했고, 방역 담당자(관리집사)를 선정하여 예배 전후 수시로 방역을 실시하고 있음도 안내했다. 또한 주보를 통해 소규모 모임(구역모임, 기도회 등)을 모이지 않고 있다고 안내했고, 교히에서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 것도 안내했다.

본 교회를 방문한 공무원은 이정도면 감염예방 수칙을 잘 준수한 상태로 예배를 드리고 있다는 평과 함께 대부분의 중간 규모 이상의 교회들은 감염예방 수칙을 잘 지키지만, 시 관할에 있는 개척교회 및 소규모 교회들 중 일부가 예전에는 감염예방 수칙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상태가 적발된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원래는 2부 예배 때도 점검을 진행해야 하지만 감염 예방 수칙 상태가 준수한 관계로 이대로 2부 예배가 진행된다면 굳이 나오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하면서 돌아갔다.

대구시 공무원이 현장예배 사진을 찍었을 때의 예배 모습
대구시 공무원이 현장예배 사진을 찍었을 때의 현장예배 모습

기자가 사역하는 교회는 대구시에서 신천지로 인해서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을 때, 잠시 온라인으로 전환하여 예배를 드리다가 4월 첫째 주 부터는 오프라인으로 전환하여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예전에 타 교회에 공무원들이 방문했다는 소식은 들었을 때, 방문하기 전 미리 시청이나 구청에서 연락을 하고 방문하는 경우가 있었다고만 들었지 이렇게 불시에 현장을 점검한 경우는 많이 없어 당혹스러웠다. 특히, 예배가 막 시작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진 촬영을 하면서 현장점검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니 예배에 방해가 된것은 부인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물론 공무원의 행동은 처음부터 끝까지 조심스럽고 부드러운 태도를 취했다. 사진찍는 행동이 없었더라면 낯선 분이 교회에 예배드리러 나온 것이라고 생각이 될 정도였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소개 없이 무턱대로 사진을 찍는 행동과 예배가 시작될 때 본당에 방문하여 현장을 점검했던 행동 그 자체에서 혹여나 사소한 것에 트집 잡지는 않을까 많이 염려 되었다. 공무원이 긍정적인 발언을 하고 돌아갔음에도 여전히 어떠한 행정명령이나 모임 제한과 같은 조치가 부과되지는 않을지 여전히 걱정이 되는 상황이다.

대구시의 불시 현장예배 점검이 짧은 시간에 끝난 헤프닝과 같은 사건에 불과했고, 공무원들도 나름 소규모 집단 감염 예방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현장점검을 실시한 부분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현재 대구는 지역감염 확진자가 16일째 0명인 상황이라고 알려지고 있고, 심지어 현재 행정부 차원에서 종교집회 소규모 모임 금지를 철회하는 입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고 있는 상황에서 대구시의 갑작스러운 현장 예배 점검은 달갑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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