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에 보도된 대로 지난 주일(23)에 함양군 서상면 몇몇 교회들에는 예배 시간 도중에 공무원들이 무단으로 교회당에 들어와서, 코로나 방역을 위한 행정명령을 준수하겠다는 서류에 담임목사의 서명을 강압적으로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교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예배(종교행사)를 방해한 중대한 범죄행위이다. 행정명령 서류를 전달하고 확인받는 것이 목적이라면 자신들의 근무일에 교회에 연락을 취하고 방문하는 것이 상식이다. 설사 급하다 하더라도 얼마든지 예배 시간을 피해서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공무원들이 의도적으로 예배 시간 중간에 찾아왔고, 강단 앞에까지 나와 예배를 인도하는 목사에게 서명을 요구했다는 것은 6·25 때나 있었을 법한 인민군들의 행패를 연상케 한다. 이것은 한 교회에서만 있었던 일이 아니다. 같은 주일에 세 교회에서 일어났던 동일한 내용의 사건이다. 본사에 제공된 자료에 의하면 예장 고신의 D 교회에서는 1115분경 공적 기도 시간에 담당 공무원이 강단 앞에까지 나와서 목사에게 내용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문서에 서명을 강요했고, 독립 교단에 속한 O 교회에서는 설교를 시작하기 직전에 역시 담당 공무원이 강대상 앞에까지 나와서 서명을 요구했다고 한다.

당시 목사들이 강요된 문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 일 때문에 예배를 중단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예배 중인데 교인들 앞에서 내용을 확인하거나 따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인지 예장 고신의 S 교회에서는 담임목사가 집안에 상이 나서 부재중이었던 관계로 억지 서명을 면할 수 있었고, 공무원들은 예배실을 서성거리다가 사진만 찍고 돌아갔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 날인 월요일에는 서명한 목사들을 면사무소로 불러서 행정명령대로 하겠다고 서명했으므로 앞으로 한 번이라도 더 대면 예배를 드리면 즉시 고소하겠다고 위협했다고 한다. 이런 광경을 직접 목격하고 상황을 알게 된 교인들 중에는 충격을 받거나 겁을 먹고 불안해하는 사람들까지 생겼다고 한다.

시골교회들은 교인 수가 얼마 안 되는 아주 약한 교회들이다. 주일예배에 참석하는 숫자가 2~30명인 교회가 대부분이고, 큰 교회라고 해봐야 70~80명이 보통이다. 거기다 교인들의 거의 모두가 노인들이어서 소위 비대면 온라인 예배는 전혀 불가능하다. 이들에게 비대면 예배를 요구하는 것은 교회당 문을 닫으라는 말과 같다. 그리고 시골에서는 마스크를 하고 거리두기만 실천해도 거의 완벽한 방역이 이루어질 수 있다. 실제로 함양군에서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코로나 확진자가 단 한 명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예배를 방해하면서까지 단속을 했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교회를 아주 하찮게 보고 예배를 무시한 것이다.

현재 정부는 이번 코로나19 재확산 사태의 모든 책임을 거의 교회에 돌리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 총리, 법무장관까지 나서서 교회를 위협하며 급박하고 있다. 물론 전광훈 목사나 사랑제일교회가 방역에 협조하지 않는 등 잘못을 저지르고 빌미를 준 것은 한국교회에 큰 손실을 가져왔다. 그러나 정부가 유독 교회를 표적으로 하여 위협을 가하는 것은 뭔가 드러내지 않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품게 만든다. 지방의 공무원들은 정부 수뇌부의 이런 강경 분위기에 편승해서 "상부의 지시"라며 말도 안 되는 행위를 했다. 왜 예배 중간에 들어와서 교인들이 보는 앞에서 목사에게 서명을 강요했는가? 이는 의도적인 예배방해요, 교회를 겁박한 일임이 명백하다.

비록 한 지방의 일개 면 소재지에서 일어난 사건이지만, 우리는 결코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될 심각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교회는 이 사태를 예사로 여기고 남의 일보듯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물론 6만 처소의 교회들 중에는 문제 있는 교회들도 없지는 않으나 그래도 교회만큼 방역지침을 잘 지키는 단체도 많지 않다고 본다. 그런데 공무원들이 예배 도중에 와서 예배를 방해하며 순진무구한 시골교회의 교인들을 위협한 일은 재발 방지를 위해서 뿐 아니라 교회의 거룩함을 지키기 위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래도 이런 정부의 오만한 행사가 시정되지 않으면 순교적인 각오로라도 교회를 지켜야 할 것이다.

지난 24일에는 일부 진보적인 목회자들이 전광훈 목사와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사교집단" 운운하며 정부가 이들을 신속하고 엄정하게 처리해달라고 청원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아쉬운 것은 이들 중 대부분이 정부가 잘못하는 일에 대해서는 무조건 옹호하거나 아무런 비판도 하지 않으면서 교회의 잘못들에 대해서만 열심히 지적하고 비판한다는 것이다. 교계에서 소위 존경받는 평신도 원로 중에도 교회의 잘못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비판하면서도 정부의 각료들이나 정치인들이 정의를 무너뜨리고 심각한 비윤리적인 행위를 저질러도 역시 아무 말도 안 하거나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상한 모습들이다.

교회는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정부의 방역시책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정부도 방역이 정치적인 행위가 아니라 국민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국민들 가운데 세워진 교회들을 존중하는 자세로 임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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