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지선 연구원(카도쉬아카데미 교육위원회)
안지선 연구원(카도쉬아카데미 교육위원회)

페미니스트라는 이름을 가진 마르크스의 딸들에게 전할 말이 있어서 들기에 무거운 펜을 잡았다. 그리고 글자마다 그 무게를 실어서 꾹꾹 눌러 쓰려한다. 잃어버린 딸을 찾는 심정을 담은 이 고함이 그들에게 가서 닿기를 간절히 바란다.

 

딸아, 속지 말아라.

마르크스가 너에게 무엇을 공격하라고 하였느냐? 너의 자유를 위해 구시대의 산물인 너의 아버지와 어머니, 결혼으로 널 가둔 남편, 심지어 딸일지도 모르는 뱃속의 아기까지 공격하라고 하였느냐? 그렇게 모두를 공격한 뒤, 무소의 뿔처럼 당당히 홀로 서라고? 너는 언제부턴가 페미니스트라는 이름표를 달고 지난 세월을 온 힘을 다해 싸웠지. 그래. 그래서 너의 부모와 남편과 뱃속의 아기까지 너는 그 모두를 이겼는지 모르겠구나. 그런데 이상하지? 내 눈에는 너의 모습이 참으로 외롭게 보이니 어찌 된 것일까? 너 홀로 찬바람을 맞으며 서서 온몸에 가시를 돋우고 서슬 퍼런 눈빛으로 주먹을 휘두를 때, 너의 이름표에 그들의 피가 묻어버린 것을 너는 모르는 것 같구나. 안다고 해도 그 핏자국이 너의 자매들 사이에서는 혁명의 훈장으로 기념되었겠지. 그러나 이제 곧 사나운 짐승이 너를 공격할 때 홀로 된 너는 진실을 알게 될 것이다. 너의 이름표와 함께 너의 몸과 영혼까지 이제는 너의 피로 물들어 버렸다는 것을.

사랑하는 딸아, 기억하니? 너에게는 사나운 짐승을 막아줄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있었잖아. 보기에 그 울타리가 구식이라 낡아 보이고, 어떤 날은 울타리에 솟은 가시에 손가락이 찔려서 아픈 적도 있었겠지. 무엇보다 너는 울타리가 널 가두고 너의 자유를 빼앗았다는 그의 말을 듣고 보니 억울해서 잠도 못 자고 울부짖더구나. 다음날부터 그가 건네준 망치를 손에 들고는 자유를 외치며 온 힘을 다해 울타리를 부수느라 얼마나 힘이 들었니? 딸아, 부수는 것 말고는 자유의 길이 없다는 그의 거짓말에 속지 말아라. 망가졌거나 가시가 솟은 울타리는 부수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고치고 다듬고 싸매는 거란다. 그러면 울타리는 더 튼튼해 지는 거야. 사나운 짐승의 걱정이 없는 진짜 자유는 그렇게 사랑의 울타리 안에 이미 있었던 거야.

 

딸아, 속이지 말아라.

너는 지금 울고 있구나. 작은 산부인과의 차가운 수술 침대 위에서. 너는 네 몸이 아파서 우는 것이냐? 아니면 너의 세포 덩어리가 슬퍼서 우는 것이냐? 또 한 번 승리를 앞둔 너의 혁명에 감격해서 우는 것이냐? 딸아, 너 자신을 속이지 말아라. 거짓말에 속아 거침없이 혁명을 주도하며 상대가 무릎 꿇을 때마다 호탕하게 웃음 짓던 너도 그 순간만큼은 깊은 실패감에 빠졌고 결코 웃을 수 없었다고 고백하기를 바란다. 치욕을 피하기 위해, 학업을 위해, 승진을 위해, 남은 인생의 평탄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니, 이 정도 과정은 별거 아니라고 애써 되뇌이며 너를 속이지 말아라. 너는 알고 있다. 이건 분명히 뭔가 잘못된 일이라는 걸. 그런데 너는 누군가 너 자신을 속여주기를 바라고 있지. 그리고 네 가슴에 새겨진 페미니스트라는 이름표가 너에게 속삭일 때, 너는 그것이 거짓말일지라도 믿기로 결정한 거야. ‘계획에 없던 임신을 중단하는 여성이 바로 용감한 신여성이란다. 어서 끝내고 와. 이 세상에 네 인생보다 중요한 것은 없어.’ 너 또한 이 말로 얼마나 많은 소녀들을 속여 왔느냐?

사랑하는 딸아, 이제 그만 울고 그곳에서 일어나 나오렴. 널 찾아온 아기천사를 지켜야지. ‘엄마라는 새 이름표를 달고 진짜 용기 있는 행동이 무엇인지 보여줘. 너의 계획에는 없었지만, 아기의 계획에는 네가 있었어. 아기와 함께 하는 열 달 동안 너의 인생을 돌아봐. 온전히 너를 돌보고, 아기가 건네는 신호에 귀를 기울여봐. 넌 너만을 생각하던 시절보다 더 너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지혜를 얻게 될거야. 이제 네가 아기의 울타리가 되어서 세상에서 가장 안락한 자유를 선물해주렴. 생명을 지키는 뜨거운 용기는 생명을 파괴하는 차가운 용기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금방 발견하게 될 거야.

 

그들의 아비는 누구인가?

마르크스는 공산당 선언에서 좋은 세상을 열기 위해서는 억압받는 프롤레타리아들의 봉기가 필수요, 투쟁과 혁명의 방법으로 부르주아의 세상을 철저히 파괴하라고 주문했다. ‘세상은 아나 인간은 모르고, ‘육체는 아나 영혼은 모르며, ‘다툼에는 능하나 사랑에는 무능했던 희대의 교주에게서 교시가 선포된 것이다. 그의 주문은 인간 내면의 불평, 질투, 탐심, 승부욕에 불을 지펴주고, 그것을 마음껏 발산시키는 유용한 명분이 되어주었다.

마르크스의 파괴주문 목록에는 국가와 자본가뿐만 아니라 가정도 올라있다. 마르크스는 사냥꾼이 그의 사냥개들에게 사냥감을 가리키듯이 처음부터 그의 손가락을 들어 가정을 지목했다. 그의 추종자들에게 가정은 먹잇감이자 정복대상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사냥감을 잡기 위해 전방에 세워진 것이 여성이다. 스스로 마르크스의 호적에 입적한 여성들, 거기에 적힌 이름 페미니스트’.

따라서 우리는 마르크스의 거짓말 위에서는 결코 인간의 해방을 이룰 수 없으며, 무고한 생명들의 허무한 죽음만이 가득하게 된다는 역사의 교훈을 그녀들에게 되새겨주어야 한다. 여성을 포함해서 그 누구든 진정한 자유는 투쟁과 혁명이 아니라 오직 그리스도의 사랑의 울타리 안에서 누릴 수 있다는 진리도 함께 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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