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박영수 목사
사진@ 박영수 목사

 

그는 양털과 삼을 구하여 부지런히 손으로 일하며/ 잠언 31:13

 

최근 내 손에 변화가 생겼다.

손톱 주변뿐 아니라 손끝에 굳은살이 생긴 것이다

이런 내 손을 보노라면 내 어머니의 굳은살 박인 손과 거친 시골 어머님들의 손이 생각난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일을 해야만 그분들의 손이 그렇게 될까.

지난 414일부터 시작한 이웃교회 목사님 사택 개보수 작업을 꼬박 한 달이 걸린 515, 그러니까 어제서야 마무리 지었다.

공사를 하는 동안 매주 화요일마다 하던 목회자 탁구도 중단했고, 일체의 모든 행사도 할 수가 없었다.

한 달에 한 번 적기로 약속한 글을 깜박하고 있다가 주일 아침에서야 알게 되어 부랴부랴 적어본다.

이번에 일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일하는 동안에는 찬양이나 성경을 들을 수도 없을 때가 대부분이었다.

거의 매일 저녁 7시나 8시가 되어서야 마쳤고, 돌아와서 씻고 나면 피곤하여 10시를 넘기지 못하고 몸이 괴로워 몸부림치며 잠을 잘 때가 많았다.

나야 잠시 내가 원해서 이렇게 일한다고 하지만, 평생을 이렇게 살아가는 이들은 얼마나 영혼이 갈급하고 애탈 때가 많았을까?

피곤하고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주님의 전에 나아오는 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교회로 향하게 되는지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성도들에게 기도하지 않는다고, 성경 읽지 않는다고, 경건 생활하지 않는다고 타박하듯이 설교했던 지난 나의 모습이 참으로 부끄러웠다.

60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서야 이런 깨달음을 갖게 되는 것이 참으로 민망스럽다.

일하는 내내 손목과 인대가 늘어나 아파 파스를 붙이고 사는 것이 일상이 된 요즘이다.

시골에 할머니들이 제일 좋아하는 선물이 파스라고 하던 말을 그전에는 예사로 들었는데 이젠 가슴에 울컥하는 말로서 다가왔다.

지금도 비록 통증으로 아프지만 내게 손이 있음이 감사하다.

일할 수 있고, 인사할 수 있고, 나의 모든 삶을 손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내게 손을 주신 하나님께 참 감사하다.

가끔 악수를 하며 사람들의 손을 잡을 때 이제는 전보다는 좀 더 섬세하게 그들의 삶을 만져 볼 수 있을 것 같다.

 

글/사진

박영수(덕암교회 담임목사)
박영수(덕암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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