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영수 목사
사진@박영수 목사

꿈 이야기/ 박영수

 

어제 늦게 잤는데도 불구하고 꿈을 꾸다가 잠이 깨었습니다

내게는 장소에 대한 애착이 참 큰 것 같습니다

대학 시절 정말 사랑했던 친구와 함께 자취했던 영도의 한 자취방이 꿈의 모티브를 제공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은 그 방이 꿈에 나온 것은 아닙니다

언제인지 모르는 꿈속에서 내가 홀로 얻은 자취방이 간혹 나의 기억 속에 잔상으로 남아 마치 기존 사실이었던 듯 생생하게 꿈으로까지 떠올라오는 것입니다.

새벽에 그 자취방을 기억을 더듬어 찾아가는 것으로 꿈은 시작이 됩니다

언제인가 저는 꿈속에서 대학 올라가는 길 언저리에 허름한 자취방을 한번 얻은 적이 있습니다

허름한 빈방, 먼지와 더불어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그 방 한쪽 구석에 걸려있는 나의 점퍼를 발견합니다.

잊고 있었던 그 옷, 그 색깔, 하지만 이 옷 역시 실제 내가 입던 옷은 아닙니다.

나의 추억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산물이지요.

그리고 그 옆에는 나의 두고 왔던 소지품들이 가방에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주인아주머니의 배려에 너무나 감사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혼자 가끔씩() 그곳에 들러 나만의 추억과 고독이 주는 안락함을 누리곤 했더랬지요.

이 새벽에 오랜만에 다시 그 옛 꿈속의 자취방을 찾아간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주인 아줌마 집에 걸려있는 사진들을 봅니다.

아주머니는 내가 주소라도 알려 달라고 하니 그저 웃기만 합니다.

여전히 그때의 얼굴입니다.

그러나 사실 이 아주머니의 얼굴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의령의 어느 채소가게 아주머니의 얼굴입니다.

그 집에 가지 않은 지 꽤 오래되었지요

이렇게 나의 꿈은 오래된 이들, 오래된 추억, 오래된 옷들, 오래된 옛 친구의 추억들이 얽히고설켜서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아무도 깨어나지 않은 새벽입니다.

멀리서 마을 닭이 몇 번이고 계속 회를 치고 웁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다시 생각해 봅니다.

무척이나 과거형 남자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사소한 것들에 대한 애착이 참 강한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런 과거에 대한 애착들이 빚어낸 외로움과 그리움들 때문에 마음의 상처가 될까 하여 오히려 현실을 자꾸 벗어나려고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러나 이제 현실로 돌아와야겠습니다.

내 곁에 감기로 힘들어하는 나의 손주들에게로, 병중에 있는 아픈 성도에게로, 부모를 여의고 힘들어하는 슬픔이 눈에 가득히 매달린 오누이에게로, 그저 눈빛만 보아도 절실함이 절절히 느껴지는 내 주위의 모든 사람에게로 말입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내 곁에 있는 이들을 사랑해야겠습니다.

내 삶 속에는 언제나 최선을 다해 애쓰고 수고하는 아내가 늘 가슴 한켠에 있습니다.

그런 아내에게도 늘 미안합니다.

현실이 주는 아픔을 벗어 버리고자 오히려 지금 나의 삶을 소홀히 하는엄청난 나의 어리석음을 꿈을 통하여 나를 소환해 환기시켜 주는 것 같습니다.

 

유월절 전에 예수께서 자기가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돌아가실 때가 이른 줄 아시고 세상에 있는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시니라” 요한복음 13:1

 

주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윤동주 시인의 시도 떠오릅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나의 추억들이 만들어낸 꿈속의 자취방에 대한 그리움조차 사랑하는 여린 내 마음속에 이젠 모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채워 나가야 한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여러분!

모두 모두 사랑합니다.

 

글/사진

박영수(덕암교회 담임목사)
박영수(덕암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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