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보복의 종말은 내동댕이쳐진 ‘물맷돌’
생명 싸개로 싸매 주시는 주님

김대진 목사(코닷 발행인, Ph.D.)
김대진 목사(코닷 발행인, Ph.D.)

보복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

보복 운전, 보복 주차, 보복 범죄, 보복 살인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개인의 보복을 넘은 정치 사회적 보복도 있다. 보복 수사, 보복 입법, 정치 보복 등의 용어가 종종 언론을 장식한다. 요즈음에는 심지어 보복 소비(revenge spending)’란 말도 유행하고 있다. 보복 소비는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외부적 요인으로 억눌렸던 소비가 보복하듯 한꺼번에 분출되는 현상을 말한다고 한다. 또한 보복을 주제로 만들진 온갖 드라마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 보복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대선이 끝나면 어느 쪽이 이기든 정치 보복의 광풍이 불 거라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보복의 끝은 보복의 악순환일 뿐이다.

 

보복의 칼을 찬 다윗

다윗도 보복의 구렁텅이에 빠질 뻔했다. 나발이라는 불량자 때문이다. 다윗이 사울 왕의 칼을 피해 도망자로 살고 있을 때였다. 다윗의 정치적 후견인이라 할 수 있는 사무엘마저 세상을 떠났다. 사울 왕의 세력은 더 커지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의 군대를 유지하기도 힘들었던 다윗은 전령을 보내 그동안 담과 같은 역할을 하며 보호해 주었던 나발이라는 사람에게 정중하게 식량을 요청한다. 그런데 나발은 이렇게 답했다. “다윗은 누구며 이새의 아들은 누구냐 요즈음에 각기 주인에게서 억지로 떠나는 종이 많도다”(사무엘상25:10). 도움받을 때는 언제고 나발은 선을 악으로 갚는다. 크게 노한 다윗이 칼을 차고 400명의 군사를 무장시켜 나발과 그 집의 모든 남자를 죽이기 위해 출동한다. 가히 보복 습격이라 할 만하다.

 

생명 싸개(צְרוֹר/bundle)와 물매 쏘개’(תָּוֶךְ/middle)ְ

나발의 집을 보복 습격하기 위해 출동한 다윗을 막아선 것은 나발의 아내 아비가일이었다. 다윗이 군사를 출동시켰다는 소식을 들은 아비가일은 급히 식량을 준비해서 다윗 앞에 엎드려 요청한다. ‘그동안 여호와의 싸움을 싸우던 다윗께서 왜 개인적인 원한으로 복수의 피를 흘리려 합니까?’ 목숨을 건 청원이었다.

아비가일은 물매로 골리앗을 이긴 다윗을 생명 싸개(צְרוֹר/bundle)와 물매 쏘개’(תָּוֶךְ/middle)ְ라는 그림 언어로 설득한다. 타베크( תָּוֶךְ)라는 단어는 영어로도 국어로도 표현하기가 힘들다. 물매를 던지기 위해서 돌을 놓는 가운데 부분을 말한다. 가운데니 "속에" 돌을 쏘니까 소리나는 대로 쏘개라고 해본다.

사람이 일어나서 내 주를 쫓아 내 주의 생명을 찾을지라도 내 주의 생명은 내 주의 하나님 여호와와 함께 생명 싸개 속에 싸였을 것이요 내 주의 원수들의 생명은 물매로 던지듯 여호와께서 그것을 던지시리이다”(사무엘상 25:29).

물매/ 돌을 올려 놓는 부분이 '타베크'이다.
물매/ 돌을 올려 놓는 부분이 '타베크'이다.

스스로 복수하는 것을 내려놓고 여호와를 의지하는 자는 하나님께서 생명 싸개로 싸매 주실 것이요. 그렇지 않으면 물매 쏘개에 넣어서 던지듯이 여호와께서 던져 버리실 거라고 다윗을 설득한다. 다윗은 그 말을 듣고 당시의 일반적 생존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 복수의 칼을 내려놓는다.

만약에 다윗이 아비가일의 말을 듣지 않고 나발에게 복수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여호와께서는 나와 왕 사이를 판단하사 여호와께서 나를 위하여 왕에게 보복하시려니와 내 손으로는 왕을 해하지 않겠나이다”(사무엘상24:12). 나발 사건 직전에 자신을 죽이려 하는 사울 왕에게 한 다윗의 말이다. 만약 다윗이 나발에게 친히 복수했다면, 하나님 앞과 백성들 앞에서 하나님을 "재판장(사무엘상24:15)"으로 모시겠다는 약속을 스스로 내동댕이치는 꼴이 되었을 것이다.

 

보복은 하나님께 맡기고 여호와의 싸움을 싸우자!

생명 싸개에 든든히 싸여 있는 존재가 될 것인가? 아니면 팔매질 당할 물매 쏘개에 들어있는 존재가 될 것인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우리 사회에 억울한 일이 많아졌다. 그래서 보복이라는 말이 여기저기 등장한다. 그러나 성경은 이렇게 가르친다.

내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친히 원수를 갚지 말고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라 기록되었으되 원수 갚는 것이 내게 있으니 내가 갚으리라고 주께서 말씀하시니라”(로마서 12:19).

억울한 일들이 많아 보이는 요즈음 생명 싸개물매 쏘개를 그려본다. 보복은 물매로 자신의 생명을 팔매질하는 것이라는 말씀을 생각한다.  보복의 싸움이 아니라 "하나님의 싸움"을 싸우자고 다짐한다. 하나님 아는 것을 대적하여 높아진 것을 다 무너뜨리는 싸움, 교만과 오만과의 싸움이다. 피 흘리기까지 죄와 싸우며, 믿음의 선한 싸움을 싸우자. 생명 싸개로 한국 교회를 꼭 싸매 주시는 주님이 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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