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별금지법 제정 찬성 42.4%, 반대31.5%. 찬성여론 우세.
-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6.7% 하락, 판단 유보 6.4% 상승.
- 기독교적 가치와 정치 사회적 이슈를 연결하는 설득력 있는 담론의 필요성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소(기사연)가 지난 1월19∼24일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제20대 대선정국과 한국교회’라는 주제로 개신교인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개신교인들 중 높은 비율로 차별 금지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한 응답자는 42.4%에 이른 반면에 반대한 응답자는 31.5%에 그쳤다. 그리고 판단 유보는 26.1%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020년 7월 조사와 비교해 보면, 차별 금지법 제정 찬성 여론이 상승하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 찬성은 42.1%에서 42.4%로 거의 변동이 없는 반면, 반대는 38.2%에서 31.5%까지 6.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판단 유보는 19.7%에서 26.1%로 6.4%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수치상 변동은 반대 여론이 하락한 수치와 판단 유보층의 상승 수치가 거의 비슷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개신교인들 중 차별금지법에 대한 반대 여론이 유보층으로 옮겨갔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이러한 현상은 개신교인들이 대선을 바라보는 시각과 연결되어 있다. 조사에 응한 응답자들은 올해 대통령 선거 이후 정부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부동산 안정’(22.6%)을 꼽았다. ‘경제성장’(16.7%), ‘일자리 창출’(11.4%), ‘양극화 해소’(9.9%) 등 경제 분야 문제가 뒤를 이었다. 이는 개신교인들에게 차별금지법은 대선의 중요한 이슈가 아니라는 점을 드러낸다. 경제, 즉 먹고 사는 문제가 정치적 판단의 핵심적 요소라는 것이다. 더 이상 개신교인들에게 기독교적 가치는 정치적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는 개신교인들의 정치 성향의 분포 변화를 꼽을 수 있다. 동일한 조사에서 드러난 결과는 개신교인들의 정치적 성향 변동에 있어서 보수층은 하락했으나, 중도층은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2020년 7월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진보는 31.4%에서 30.4%로 소폭 감소한 반면에, 보수는 28.8%에서 22.3%로 6.5%의 감소폭을 보였다. 중도층은 39.8%에서 47.3%로 7,5%의 상승 폭을 보였다. 이러한 수치상 변동은 보수층이 중도층으로 이탈했음을 드러낸다. 이러한 보수 유권자의 하락과 중도층 유권자 상승은 차별금지법 이슈에서 판단유보층이 상승한 현상과 맞물린다. 개신교 신자들이 중도층으로 이동하면서, 정치 사회적 이슈에서 자연스럽게 유보층이 늘어난 것이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차별금지법 반대가 하락하고 판단 유보가 상승한 현상은 더 이상 기독교적 가치가 정치, 사회적 이슈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민생 및 경제 문제가 중심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차기 정부의 주요과제에 대한 개신교인들의 인식을 살펴본 것처럼 정치는 당장의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된 것이라고 생각할 뿐, 기독교적 가치와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개신교인들이 점차 정치적으로 중도층으로 이동하는 현상은 차별금지법을 포함한 정치 사회적 이슈에 있어서 정확한 입장을 유보하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독교인으로서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있어서 명확한 입장을 세울만한 이유와 명분이 부족함을 반증한다. 

 

이러한 현상의 중심에 기독교적 가치와 정치적 사회적 이슈를 연결짓는 담론의 부재가 있다. 매력적이고 설득력 있고 정치적 사회적 이슈 파이팅에 담긴 기독교적 가치와 신념을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점점 신앙과 정치, 사회 사이의 괴리감은 깊어진다. 나아가서 아예 무관한 일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면서, 신앙적으로 중요한 이슈에 있어서 기독교인들은 유보적 입장을 취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신념과 직결되지 않은 일에 있어서 명확한 판단을 내릴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차별금지법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는 개신교인의 비율 상승은 기독교 담론의 부재의 자연스러운 결과일 뿐이다. 

 

이는 한국교회가 자극적인 반대 구호와 운동에 앞선 나머지 진지하고 깊이 있는 기독교 담론을 형성하지 못한 결과로 나타난 현상임을 직시해야 한다. 물론 다급한 현실 때문에 진지한 이론을 사색하기 보다 전면적인 투쟁이 더 필요한 시기임에는 틀림 없다. 그러나 더 효율적인 투쟁을 위해서는 전면에 나가서 차별금지법 투쟁을 하는 귀한 이들의 열정적인 움직임과 이론에 바탕한 이슈 파이팅이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이르렀다. 이를 위해서 이제부터라도 한국 교회는 기독교 신앙과 각종 이슈를 연결하는 진지한 담론을 탐구하는 이들을 발굴하고 적극 지원해야 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기독교의 설득력 있고 매력적인 정치, 사회 담론을 정확하게 지역 교회에 전달할 수 있는 방안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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