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징계권 남용해 양심의 자유 침해"…배상 판결
장신대, 성 소수자 인권 상징 무지개색 옷을 입고 예배한 학생들에게
200만∼300만 원씩 배상금 지급하라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성 소수자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개색 옷을 입고 예배 수업에 참석했다가 징계받은 신학대 대학원생들이 학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2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9(남성민 백숙종 유동균 부장판사)A씨 등 4명이 장로회신학대학교(장신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과 달리 학교가 원고들에게 200300만 원씩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A씨 등은 2018'국제 성 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517)을 맞아 무지개색 옷을 맞춰 입고 예배 수업에 참여했다. 이 사실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올렸다.

일부 종교전문매체가 이를 기사화하자 학교는 이들에게 유기정학과 근신 등 징계를 내렸다.

A씨 등은 이듬해 3월 서울동부지법에 징계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을 내 인용 결정을 받았다. 7월에는 징계처분을 무효로 해달라며 제기한 본안 소송에서도 이겼다. 법원은 학교가 A씨 등에게 징계 사실이나 장계 사유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고, 학생들에게 의견 진술 기회도 주지 않는 등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도 학교가 징계처분을 곧바로 취소하지 않자 '학교가 복학을 쉽게 승인하지 않아 학습권에 지장을 줬다'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2020년 장신대 신학대학원생들이 학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낸다고 밝히는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2020년 장신대 신학대학원생들이 학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낸다고 밝히는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A씨 등은 장신대가 자신들의 명부를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에 제출해 일부 학생은 목사 시험 합격이 취소되는 불이익도 입었다고 주장했다.

1심은 "장신대의 징계처분이 절차상 하자가 있어 무효일지라도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긴 어렵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학교가 징계권을 남용해 원고들의 학습권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달리 판단했다.

재판부는 "학교는 원고들이 징계 내용을 모두 이행하지 않으면 등록을 불허할 수 있다고 알렸는데, 이는 징계 규정상 근거 없는 행위"라며 "원고들은 복학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에 불안해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교가 징계 사실을 담은 소책자를 교단 총회에 제출해 원고들의 인격권을 침해함으로써 정신적 고통 등 손해를 가했다"며 배상금 지급을 명령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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