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희 / 행복한교회 담임목사, 총신대학교(B.A.)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M.div)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Th.D.)
최광희 / 행복한교회 담임목사, 총신대학교(B.A.)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M.div)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Th.D.)

나는 하루에 한두 번 꼭 커피를 내려서 마신다. 전에는 예가체프 커피를 마시다가 최근에 블루마운틴으로 바꿨더니 왜 사람들이 블루마운틴 커피를 찾는지 알 것 같다. 생두를 내 손으로 알맞게 로스팅해서 핸드드립으로 마시는 그 맛은 어느 카페에서도 느낄 수 없는 나만의 소확행이다.

그런데 매일 커피를 마시다 보면 커피 분쇄기 근처에는 항상 지저분하게 커피 가루가 떨어져 있다. 정전기에 의해 커피 분쇄기에 달라붙은 것도 있다. 종종 깨끗이 청소하지만, 며칠이 못 가서 다시 지저분해지곤 한다.

커피 분쇄기와 주변을 청소하면서 문득 재미있는 생각이 든다. 똑같은 커피 가루가 컵 속으로 떨어지고 그것이 커피 드리퍼 안으로 들어가면 맛있는 커피가 되는데 컵 밖으로 떨어진 가루는 먼지가 되고 먼지가 모이면 쓰레기가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다. 커피 가루만 그런 것이 아니라 추출된 커피도 마찬가지이다. 예쁜 잔에 담겨서 입으로 들어오는 커피는 사랑을 행복하게 해 주는데 그 커피를 한 방울이라도 바닥에 흘리면 바닥이 더러워지고 사람을 불쾌하게 만든다.

그러고 보면 깨끗하다 혹은 더럽다고 하는 개념도 마찬가지이다. 하얀 바탕에는 검은색이 묻어있을 때 더러워졌다고 한다. 반대로 검은색 옷이나 구두나 차에 흰색이 묻어있으면 지저분해졌다고 한다. 검정 구두나 검은 가죽 가방이 혹시 까지면 까만 구두약을 발라서 검게 만들면 깨끗해진다. 그런데 그 구두약이 자칫 옷에 묻기라면 하면 일이 복잡해진다.

책상 위에서 간식을 먹고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통을 그 자리에 두면 지저분하다고 말하지만, 재활용 쓰레기통에는 아무리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통이 많이 모여 있어도 깔끔하다고 말한다. 모든 물건은 자기 있을 곳이 정해져 있고, 있을 곳에 있어야 아름답다.

지난여름에 강남이 침수되어 큰 난리가 난 적이 있다. 물은 강남대로가 아니라 한강에 있어야 사람에게 편리함과 아름다움과 휴식을 제공한다. 아스팔트 위를 달려야 할 승용차는 논에 들어가면 사고이고 논밭에 있을 트랙터가 도심 아스팔트 위로 돌아다녀도 문제이다. 있을 곳을 벗어난 모든 것은 더럽거나 무질서하고 사고가 된다.

어디 물건뿐인가? 산에 있어야 하는 산짐승은 도시에 내려오면 사람도 동물로 모두 위협을 느끼게 된다. 그런 동물은 생포해서 산에 풀어주든지, 형편이 여의치 않으면 결국 사살하게 된다. 반대로 집에서 기르는 개나 동물원에 있을 동물이 산에 돌아다니면 그것도 큰일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제복을 입고 총을 든 군인이 군부대에 모여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총을 든 군인이 민가에 돌아다니면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교복 입은 학생이 수업 시간에 시장에 돌아다녀도 문제이다. 모든 사람은 자기에게 알맞게 정해진 장소가 있고 지위가 있고 역할이 있고 책임이 있다. 그러므로 그 자리에서 자기 임무를 잘 감당하는 사람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마치 자동차에서 3만여 개나 되는 부품이 자기 자리에서 제 역할을 잘 수행하면 자동차가 안전하지만, 그중에 하나라도 자리를 이탈하거나 다른 자리에 굴러다니면 운행에 큰 위협이 된다. 마찬가지로 사람도 자기 자리를 벗어나거나 잘못된 자리에 가 있으면 큰 말썽이 된다.

자리를 벗어나서 문제가 되는 것 중에 가장 심각한 것은 사람이 하나님 자리에 앉는 것이다. 그것을 두고 시편 기자는 오만한 자들의 자리라고 했던가? 복된 사람은 그런 오만한 자들의 자리를 넘보지 않지만, 사탄과 짝하는 악인들은 주제넘게도 하나님과 같이 되어보겠다고 선악을 알게 하는 실과를 먹고 말았다. 그런 일은 태초의 인간이 살았던 에덴동산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 21세기에도 갖가지 방법으로 늘상 시도되고 있는 일이다.

모든 물건과 사람은 자기에게 정해진 자리에 있어야 아름답다. 사람이 화려하게 화장하고 비싼 옷을 입어야만 아름다워지는 것이 아니다. 작업복을 입고 손에 기름을 묻히고 때로 자동차 밑에 들어가서 일하는 카센터 사장의 모습이 바로 아름다운 것이다. 앞치마 두르고 고무장갑을 끼고 조리대 앞에 서 있는 주방장의 모습이 아름답다. 뙤약볕에 그을린 얼굴로 구슬땀을 흘리며 건축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모습이 아름답다.

그리고 주일이면 모든 옷을 깨끗이 빨아 입고 예배당에 나와서 찬양하고 예배하고 헌신하는 모습이 정말로 아름답다. 하나님의 백성은 엿새 동안 모든 일을 힘써 행하다가도 주님의 날에는 예배의 자리로 나아오도록 하나님의 초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람은 자기가 있을 자리에 있어야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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