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운동-기계-비석(Man–Movement–Machine–Monument)

최광희 / 행복한교회 담임목사, 총신대학교(B.A.)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M.div)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Th.D.)
최광희 / 행복한교회 담임목사, 총신대학교(B.A.)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M.div)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Th.D.)

지금 고신 교단에서는 학생 선교 단체 SFC(Student For Christ)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신 총회의 미래정책위원회는 1938년에 시작된 SFC가 학생 전도라는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을 뿐 아니라 본래의 정신을 버리고 반성경적인 일까지 진행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금번 가을 총회에 폐지안을 상정한다는 소식이다. 어쩌다 이런 슬픈 일이 발생했는가? 그리고 이런 일이 비단 SFC 하나만의 문제인가

설교자이며 저술가인 밴스 해브터 박사(Dr. Vance Havner, 1901~1986 미국)는 대부분의 종교 운동은 4개의 ‘M’의 연속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처음에는 한 사람(Man)이 어떤 좋은 일을 시작하게 되지만 얼마 후 그 일은 모두가 동참하는 새로운 운동(Movement)이 되는데 그 후에 그 일은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기계(Machine)처럼 저절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때쯤 그 일은 처음에 시작한 사람의 동기와 가치와는 상관없이 누구나 하기때문에 하고, 늘 하던 일이라서 하고, 또 해야 하니까 하는 단계가 된다. 이처럼 이유와 목적을 망각한 채 기계처럼 어떤 일을 하다 보면 차츰 그 일은 시들해지고 종국에는 서서히 쇠퇴하여 기념비(Monument)만 남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기념비란 반드시 돌을 깎아서 어느 장소에 세운다는 뜻만은 아니다. 그 일에 열정적으로 동참했던 사람들 마음속에 남은 추억이 바로 그 기념비이다.

슬프게도 사람-운동-기계-비석(ManMovementMachineMonument)”의 사이클은 어느 특정 단체, 특정한 일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종교 운동에서 나타난다. 근세 한국교회의 상황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이클을 보인 예가 여러 가지가 있다. 한때 열정적으로 참여하던 부흥회나 금요일마다 열심히 참석하던 구역예배, 한여름 무더위보다 뜨거웠던 여름성경학교와 여름 수련회 등이 오늘날 추억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여름성경학교만이 아니라 주일학교 자체가 50%의 교회에서 사라졌다고 보고되고 있다.

전에는 금요일 밤마다 뜨거운 기도와 찬양으로 밤을 새우던 철야(徹夜) 기도회가 언젠가부터 철야 대신에 심야 기도회로 바뀌더니 오늘날 특별한 교인들만 참여하는 특별기도회처럼 변해가는 실정이다. 어디 금요기도회뿐인가? 주일 저녁이면 전 교인이 참석하여 찬양하고 말씀을 들으며 헌신을 다짐하던 저녁 예배가 슬그머니 오후 예배로 바뀌고 그마저도 절반은 참석하지 않는 분위기가 되더니 몇몇 대형교회가 앞서서 오후 예배를 폐지하면서부터 주일이면 새벽부터 밤까지 교회에서 함께 지내던 전통은 거의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슬프기는 하지만 이상한 것이 아님을 오래전에 밴스 해브터 박사가 4M 사이클로 설명하였다. 그러므로 이런 현실을 직시하며 슬퍼하거나 더욱 헌신하라고 독려하기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의 가치와 목표를 새롭게 인식시켜 줌으로 운동에서 기계로 넘어가는 기간을 늦추는 것이다. 혹 벌써 기계 단계에 접어든 것이 포착되면 기념비에 도달하기 전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모든 일은 생성-성장-정체-소멸한다는 원리를 시그모이드 함수에 대입하여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 시그모이드 곡선’(sigmoid curve)이다. 시그모이드 이론에 의하면 어떤 기업이나 단체가 새로 생겨났을 때, 혹은 어떤 새로운 운동이 발생했을 때 처음 생성기에는 성장이 느리게 진행하다가 어느 정도 궤도에 안정적으로 진입하면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한다. 그러다 충분히 성숙단계에 도달하여 안정기에 접어들면 성장 속도가 다시 느려져서 정체기가 오는데 이 시기에 새로운 변화의 요인이 없다면 그 단체나 그 운동(movement)은 서서히 쇠퇴를 맞이하게 된다.

처음에 느리게 진행하던 운동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분기점을 특이점’(singular point)이라고 하고 빠르게 성장하던 운동이 정체하기 시작하는 분기점을 변곡점’(inflection point)이라고 한다. 여기서 특이점4M 사이클에서 ManMovement의 중간 지점이라고 한다면 변곡점MachineMonument의 중간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교회를 포함한 모든 단체의 지도자는 자기들이 하고 있는 일의 진행단계를 잘 살펴서 변곡점에 도달하기 전에, 즉 그 일이 Machine이 되었다고 판단할 때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Man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그 단체는 정체되지 않고 계속 성장과 발전을 할 수 있다. 만일 자동적으로 잘 굴러가는 것을 즐기고 있다가는 일순간에 MachineMonument로 변하는 슬픈 광경을 목격할 수도 있다.

지금 한국교회는 슬프게도 여러 가지 면에서 Monument가 목격되고 있다. 더욱 슬픈 현실을 이런 상황에서 여러 지도자가 자기가 Man이 되려고 노력하기보다 ~옛날이여를 노래하며 서서히 Monument가 되어가는 것이다.

오래전에 떠돌던 독수리 이야기가 있는데 간단히 말하면 이렇다. 독수리가 40살이 되면 부리는 휘어져 목을 파고들고 발톱도 구부러져 사냥도 못 하고 날개도 무거워져서 날기도 어려워 1년 이내에 죽는다고 한다. 그럴 때 독수리는 높은 벼랑 끝에 자리를 잡고 150일간 환골탈태의 기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그 기간에 독수리는 먼저 바위에 부리를 쪼아서 부리를 부러뜨리고 부리가 새로 돋아나면 그 부리로 발톱을 뽑아내고 발톱이 새로 나면 깃털을 잡아 뜯어서 그 후에 가볍고 튼튼한 깃털이 자라면 70살까지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수리 이야기는 조류학자들이 인정하지 않는, 우화(寓話)일 뿐이지만 사람이나 교회는 이 독수리와 같은 노력을 할 수 있다. 4M 사이클에서 Monument의 단계에 접어든 한국교회, 시그모이드 곡선에서 변곡점을 넘어버린 한국교회에서 이제 목사/지도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지도자 자신이 옛날을 추억하는 Monument를 깨뜨리고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는 Man이 되어야 한다. 침체한 교회를 부흥하게 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목사가 바뀌든지(변화) 아니면 목사를 바꾸든지(교체). 목사가 스스로 새롭게 변화하면 타인에 의해 교체되는 수모를 당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교회도 다시 일어서서 부흥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코람데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