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리를 설교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을 교리적으로 설교하는 것
- 교리의 내용만큼 전달 방법에 대해서도 치열하게 고민해야

(사진: 도지원 목사 프로필. 예수비전교회 제공)
(사진: 도지원 목사 프로필. 예수비전교회 제공)

 

10. 교리를 가르치는 목회철학을 가지게 된 계기는?

제가 신학교 가기 전부터 읽었던 책의 저자들이 교리를 강조하는 목회자들이었습니다. 조나단 에드워즈, 마틴 로이드 존스 등. 그 분들 때문에 저도 모르게 교리가 왜 중요한지 생각을 평소에 많이 하게 된거죠.

미국의 존 파이퍼 목사님은 교리의 중요성을 아시는 분입니다. 그가 쓴 책 중에 윌리엄 윌버포스를 이야기하면서, 목회자가 아니지만 교리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임을 강조한 내용이 있습니다. 존 파이퍼 목사님이 보시기에 윌버포스는 영국 사회의 부패를 교리적 문제에서 찾은 분이라는 겁니다. 윌버포스는 교리가 삶을 바꾼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겁니다. 이런 점이 저에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11. 교리를 목회현장에서 잘 가르치는 교회와 목회자들은 곳곳에 있습니다. 그러나 목회자의 만족감과 달리 실제로 양육 받는 성도들은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성도들이 행복감을 느끼면서 교리에 젖어들게 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나누어 주십시오.

주변에서 교리 중심의 목회를 하시는 분들을 많이 봅니다. 수요저녁예배 설교를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를 연속으로 한다든지, 요리문답을 가지고 교인들을 지속적으로 가르치고 설교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성도들이 행복하질 않습니다. 교회도 어려움을 겪고요. 그래서 생각을 해봅니다. 왜 일까? 교리를 교의를 가르친다는 차원으로 접근하면 그렇게 되는 것 아닐까요? 교의가 성경의 가르침을 가르친다고 생각하면, 교리적으로가 아니라 성경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마틴 로이드 존스는 교리를 설교하지 말고, 성경을 교리적으로 설교하라고 조언합니다. 교리적인 주제나 개념을 설교의 주제를 삼고 설교하면 피로감만 가중합니다. 성경을 설교하라는거죠. 성경을 교리적으로 설교하라는 겁니다. 언제나 설교 본문은 성경이 되어야지, 신앙고백서나 요리문답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그것은 잘못 가는 겁니다.

우리는 성경을 설교하는 것이지, 교리를 설교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경을 설교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교리적으로 설교하게 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성도들이 부담을 가지지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기 모르게 교리를 배우고, 자연스럽게 교리에 젖어드는 것이죠. 많은 목회자들이 교리를 설교하고 가르치려고 합니다. 그러면 피차 힘들어질 것 같습니다. 마틴 로이드 존스를 다시 인용하면, 교리를 꼭 가르치고 싶으면 설교 시간이 아니라 따로 가르쳐야 합니다. 공적 예배 자리에서 교리 공부를 시키면 안된다는거죠. 저는 100% 공감합니다.

 

12. 지역적 특성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성경과 교리에 대해서 깊이 알고 싶어하는 수요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교리적 목회가 꼭 필요한 목회 방법론일까요? 꼭 필요하다면 그런 지역에서 목회하는 분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교리가 삶을 위한 것이라면, 어느 지역이든지 다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분들의 삶을 위해서는 교리가 필요한거죠. 기독교적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리는 필수적인거죠. 다만 가르치는 과정이나 방법에 있어서는 교회 구성원들의 특성을 고려할 필요는 있습니다. 성경을 교리적으로 설교하는 방식을 취한다고 하면, 결국 성경을 설교하는 겁니다. 따라서 얼마나 성경을 잘 가르치느냐는 차이지, 지역적 차이는 아니라고 봅니다.

 

13. 바른 목회와 현실적 목회 사이에서 갈등하는 목회자들에게는 교리적 목회가 아름다운 구호일 뿐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첫 번째로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바른 목회가 하나님의 뜻이고, 하나님께서 도와주시고 축복해주시리라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하나님은 성공을 지향하는 결과 위주의 목회를 축복하시는게 아니라, 바른목회를 축복하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가 착각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교리를 잘 가르치고 있다고 목회를 잘하고 있다는 착각 말이죠. 목회는 결국 양을 양육하고 돌보는 겁니다. 성도들을 잘 이해하려는 노력이어야 한다는거죠. 성도들에게 적합한 방법론과 삶에 대한 접근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사도 바울도 밥이 아니라 젖으로 먹이겠다 하셨습니다. 쉽게 말하면, 눈높이 교육을 한거죠. 마찬가지로 성도들의 수준이나 상태에 조금 더 예민하고 민감해야 합니다. 교육의 내용이나 전달 방법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많은 경우에 교리를 고민하시는 분들은 메시지에 중점을 둡니다. 내용을 설명하는데 치중합니다. 전달하는 방법론에 대해서 내용에 못지 않게 고민해야 합니다.

 

14. 성도들을 지적, 영적으로 성숙하도록 훈련 시킨다는 차원에서는 교리적 목회와 한국교회에 널리 퍼져있는 각종 양육 프로그램과 본질상 같다고 느껴집니다. 차별점이 있을까요? 굳이 교리적 목회를 하지 않아도 기존의 양육 프로그램을 잘 사용한다면 되지 않을까요?

기존의 전도폭발, 제자훈련, 두날개 등 프로그램이 많이 있습니다. 프로그램이나 방법론을 쓸 때 위험은 목회자가 실용주의 사고에 젖기 쉽다는 점입니다. 이런 프로그램과 방법론을 쓰면,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야 시행합니다. 그런데 그런 프로그램이나 방법론이 반드시 기대한 결과를 가져오느냐면, 그건 또 아닙니다. 제자훈련을 하면 반드시 성장하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안되는 교회가 더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기존의 방법론을 조심해야 합니다. 방법론에 중심이 되어서는 안된다는거죠.

그러나 방법론과 프로그램을 모두 거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성도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교리적 내용을 전달하는 방법의 일환으로서 그런 프로그램이나 방법론을 쓸 수는 있습니다. 이는 목회자의 역량과 연결되어 있다고 봅니다.

목회자가 프로그램이나 방법론을 쓸 때, 실용적인 목적으로 쓴다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교리적 내용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 접목한다면, 성도들의 실제적인 삶에 적용할 수 있는데 필요해서 쓴다면, 프로그램과 방법론을 사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리하면 목회자가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봅니다.

 

(사진: 예수비전교회 제공)
(사진: 예수비전교회 제공)

 

15. 프로그램 도입의 유혹은?

유혹은 없었습니다. 저 역시 방법론이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면 가져다가 씁니다. 양육프로그램의 체계는 사용하되 교재를 제가 직접 만들거나 시중의 좋은 교재를 선정해서 합니다. 예를 들면, 저희 교회에서 아버지 학교를 운영 합니다. 기존 프로그램과 폼은 비슷하죠. 그러나 내용은 저희 교회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었습니다.

 

16. 목회자 개인이 교리로 잘 무장되는 것이 현실적 목회 스킬과 프로그램을 배우는 것보다 어떤 유익이 있을까요?

무엇보다 목회자 자신이 보호를 받게 됩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목회자들이 여러 가지 시험이나 유혹에 넘어가기 쉽습니다. 재물, , 목회적 성공 등등. 성경에 충실한 가르침은 이런 유혹들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줍니다. 유혹에 넘어가지 않게 합니다.

미국의 존 맥아더 목사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죠. 자기는 성경적인 설교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매주 두 편의 설교를 준비하는데, 성경을 깊이 연구하고 충실한 설교를 만들다 보니까, 자기 자신이 먼저 성경의 가르침으로 양육을 받게 되더라. 그 성경의 가르침이 시험과 유혹에서 지켜주더라. 그런 점에서는 교리로 잘 무장되는 것, 바른 가르침에 깊이 젖어드는 것은 필수적입니다. 목회자 개인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은 성경적 설교와 교리에 충실한 가르침이라고 생각합니다.

 

17. 일부 소수의 탁월한 목회자의 성공사례가 한국교회 전반에 필요한 사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교리적 목회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 하실 말씀이 있다면?

교리적인 목회를 한다는 것은 하나님 앞에서 바른 목회를 하겠다는 결단입니다. 목회적 성공이나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나중의 일 입니다. 성경에 충실한 교리적 목회를 해서 저희 교회가 성장했다고 성공사례라고 말할 수 없다고 봅니다. 저는 스스로 교리적 목회를 잘해왔다고 자부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음대로 되지도 않았고요.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이 보입니다.

다만 도전을 주고 싶은 부분은 있습니다. 저희 교회의 열매가 바른 목회를 하려고 애쓰는 분들에게 격려가 될 수는 있다고 봅니다. 성공과 결과에 얽매이는 분들에게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도전할 수 있습니다.

교리적으로 충실한 목회를 하면 반드시 성장한다? 아닙니다. 열매는 우리의 영역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영역입니다. 목회의 결과와 열매는 하나님께 달린 문제라고 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그저 열심히 씨를 뿌리고 물을 주는 것뿐 입니다. 자라게 하시는 것은 하나님이죠. 결과는 하나님께 맡기지만, 성경적 가르침에 충실하면 축복을 주실 것이라는 기대와 소원을 가질 뿐입니다.

 

18. 마지막으로 교리와 목회에 대해서 고민하는 분들께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꼭 한 가지가 있습니다. 여러 번 말했는데,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목사님들이 다 믿는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닙니다. 내가 하는 목회와 사역을 하나님께서 도와주실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내가 가만히 있는데 뭔가를 던져주실 것이다 이런 것이 아닙니다. 제가 누누이 강조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히브리서 116절입니다.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지 못하나니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는 반드시 그가 계신 것과 또한 그가 자기를 찾는 자들에게 상 주시는 이심을 믿어야 할지니라.”

양면성이 있다. 하나님께서 존재하심을 믿는다면, 먼저 하나님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을 찾을 때, 상을 주실거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이 믿음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바른 신학이라든지 바른 목회가 교회 성장을 보장해주지 않습니다. 교회 성장이나 사역의 열매는 믿음에 좌우됩니다. 목회자가 교리에 충실한 목회를 할 때, 무엇보다 믿음이 필요합니다. 하나님이 상주시면 됩니다. 그러면 된 것 아닙니까? 교회 규모가 크든 작든 뭐가 중요합니까?

저는 다른 부분을 답할게 없습니다. 다만 하나님께서는 믿음을 기뻐하신다는 것만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바른 목회, 교리적 목회를 추구할수록 이런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믿음이 없으면 참 힘든 목회가 됩니다. 사람을 지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아무런 열매도 없고요. 하지만 하나님께서 바른 목회를 기뻐하시고 상 주신다는 믿음이 있으면 그걸로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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