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약물중독 치료공동체' 경기 다르크, 주민반대 직면·'미신고 시설' 고발당해

임상현 센터장 "마약 유혹 벗어나고픈 아이들 치유, 편견없이 봐달라" 호소

(남양주=연합뉴스) 이슈팀 = "우린 혐오시설, 유해시설이 아니에요. 약물 유혹이 다시 올까 봐 함께 생활하며 끊는 법을 배우러 오는 아이들이 있는 곳입니다. 제발 마약중독자라는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고 아이들을 보지 말아주세요."

최근 경기 남양주시에 있는 경기도 다르크(DARC)가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마약 중독자 치료공동체인 이곳이 올해 3월 남양주시 퇴계원에서 호평동의 한 고교 인근 건물로 이사를 오면서부터다. 다르크가 학생들이 오가는 통학로에 인접한 것으로 알려지며 학부모, 주변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 이전 요구가 거세졌다.

인터뷰하는 임상현 경기도다르크협회장(남양주=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임상현 경기도다르크협회장이 경기도의 한 마약(약물)중독 치유 재활센터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7.15
인터뷰하는 임상현 경기도다르크협회장(남양주=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임상현 경기도다르크협회장이 경기도의 한 마약(약물)중독 치유 재활센터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7.15

지난달 26일부터는 경기도 다르크 설치 반대 서명이 벌어지기도 했다.

'호평동 아파트대표 연합회'라는 이름의 단체는 온라인에 올린 서명운동 글에서 "경기도 다르크 시설이 이전될 위치는 반경 500내 다수의 초중고등학교와 어린이집, 노인복지관, 주민체육시설, 공동주택이 밀집해 있고 호평동 전역이 반경 1km 내로 들어오게 되는 곳"이라며 "유해시설로 분류될 수 있는 시설을 주민 의견 수렴과 동의 없는 일방적인 시설 이전 진행에 대해 규탄하며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법적으로 보면 다르크는 청소년유해시설처럼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금지시설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마약 중독자들이 모여 지낸다', '잠재적 범죄자'라는 식의 부정적인 시선은 다르크를 이미 유해시설 이상의 혐오시설로 낙인찍은 분위기다.

경기도 다르크는 최근 남양주시 보건소로부터 고발도 당했다. 2019년 시설 개소 이후 당국에 시설 신고를 하지 않은 게 문제가 됐다.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재활시설을 설치·운영하려면 당국에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경기도 다르크는 예산문제 등으로 신고하지 못했다. 시설 신고를 하려면 규정에 맞게 인력을 채용하고 시설 내부도 보강해야 하는데, 이를 감당할 재원이 없었다는 게 경기도 다르크 측의 해명이다.

경기도 다르크 센터장인 임상현(72) 씨는 지난달부터 기자와 몇차례 전화 통화를 나누고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는 내내 다르크를 둘러싼 논란에 답답함을 드러냈다.

작년 사법당국에 적발된 마약사범이 역대 최다인 18천여명에 달하고, 이 중 19세 이하 청소년도 481명으로 급증한 상황에서 다르크 같은 지역 기반의 민간 중독재활시설이 혐오시설로 지목돼 배척당하는 게 맞느냐는 주장이었다.

그는 지난 4년간 별다른 문제 없이 수십명의 중독자들이 회복할 수 있도록 도우며 보람을 느꼈지만, 이제는 유해시설로 지탄받는 억울한 심정도 토로했다.

임씨는 "시설 신고 준비를 하고자 노인요양시설로 사용하던 호평동 건물로 이사를 오게 됐다""작년 12월 보건복지부, 경기도, 남양주시와 한자리에 앉아 다르크 지원방안까지 논의했는데 불과 몇 달 뒤 경찰에 고발하는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여기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교도소에서 12년씩 처벌받으며 약을 끊고서 나온 아이들이다. 약에 취한 아이들이 아니라 멀쩡한 아이들"이라며 "혐오시설이 아니다. 편견없는 시선으로 아이들을 봐줬으면 한다"고 강변했다.

"서로 대화를 하고, 협의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가라고, 이사를 하라고 하면 이 아이들이 어디로 가겠어요. 회복하고, 치료하고, 고쳐서 나가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야 마약을 옮기지 않지요. 이렇게 나가면 누군가의 자녀, 학생들 옆으로 갈 수 있습니다."

다르크는 먼저 마약 중독에서 벗어난 회복자가 시설장이 돼 치료·재활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다.

1985년 다르크가 일본에서 처음 시작됐을 때도 시설이 들어선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했다고 한다. 입소자들이 지역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중독에서 벗어나 회복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다르크를 보는 시선이 바뀌었고, 이제는 법원에서 중독 치료와 재활을 연계하는 시설이 됐다.

40년 가까이 중독치료·재활에서 성과를 거둔 다르크는 작년 기준 일본 전역에서 90곳이 운영되고 있다. 연간 2천여명이 이곳을 거쳐 간다.

한국에서는 2012년 서울을 시작으로 남양주, 인천, 김해, 대구에 들어섰다. 제주에서도 시설 운영이 준비 중이다.

인터뷰하는 임상현 경기도다르크협회장(남양주=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임상현 경기도다르크협회장이 경기도의 한 마약(약물)중독 치유 재활센터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터뷰하는 임상현 경기도다르크협회장(남양주=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임상현 경기도다르크협회장이 경기도의 한 마약(약물)중독 치유 재활센터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씨도 오랫동안 마약에 빠져 살았던 약물 중독 경험자다 17살 때부터 마약을 시작해 9번이나 감옥을 다녀왔다.

그는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던 아내가 곁을 지킨 덕분에 2009년 단약에 성공했다고 했다. 40년이나 빠져있었던 '악마의 세계'를 벗어난 지 올해로 14년째가 됐다.

그는 마약 중독과 치유 경험을 전하는 외부 강연을 제외하곤 대부분 시간을 다르크 안에서 입소자들과 보낸다. 이들 중에는 마약 문제로 교도소를 다녀오거나, 중독 치료 병원에서 입원했던 이들이 많다.

입소자들은 다르크에 제 발로 들어왔다. 매일 이어지는 중독 재활교육과 약물 중독자 자조모임(NA)에 참가하며 회복을 꿈꾼다.

경기도 다르크의 1인당 월 입소비는 50만원이다. 현재 13명이 다르크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이들이 낸 입소비는 임대료, 가스비와 전기세, 식비 등에 전액 사용된다.

임씨는 "시설 신고를 아직 못 했기에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1원 한닢도 지원받지 못한다""당연히 제가 월급으로 받아 가는 돈도 없다"고 했다.

"제가 힘들었던 마약 중독의 경험이 있잖아요. 저도 다르크같은 치료공동체에서 조금만 더 일찍 치료받았다면 회복도 일렀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요. 우리 아이들은 저처럼 되지 말라, 그래서 제가 이 일을 하는 겁니다."

중독 경험자이자 중독 재활시설을 운영하는 당사자로서 그는 마약중독을 줄여가는 최선의 방책으로 예방교육을 꼽았다. 학교에서 금연, 알코올중독 예방교육은 하면서 날로 심각해지는 마약 예방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는 건 문제라고 꼬집었다.

임씨는 "성교육처럼 법으로 마약 예방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 유치원 때부터라도 좋다. 어릴 때부터 마약의 무서움을 알리고, 경각심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0대 청소년들에게 "마약, 한 번이라도 호기심을 가지면 안 된다. 지금까지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은 모두 그 한 번으로 시작됐다""나 같은 사람은 그 한 번으로 40년간 중독이 됐다. 결국 다 망했다"고 경고했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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