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은 질병, 감옥 가두기보다 치료로 사회 복귀 도와야“

'마약 예방교육' 내실화·의무화 당부…'약물치료법원' 논의 본격화 목소리도

(서울=연합뉴스) 이슈팀 = 연합뉴스는 날로 심각해지는 청소년 마약 문제를 심층 취재하는 과정에서 마약과 관련한 다양한 전문가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마약에 수십년간 중독됐다가 회복해 치유전도사로 활동하는 유경험자부터 마약사범 단속과 처벌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온 경찰관과 법관, 중독자 치료를 도와온 의사, 이들과 24시간 함께 생활하며 단약을 지원해온 민간 재활센터 운영자였다.

인터뷰한 마약 각 분야 전문가 10인
인터뷰한 마약 각 분야 전문가 10인

또 마약 관련 법령과 제도개선을 모색해온 국회의원, 범죄학자 등도 오랜 시간 고민하고 연구해온 마약 문제 해법을 설명하며 이행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들의 목소리에서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마약 중독은 치료받고 회복해야 하는 질병으로, 중독자를 교도소에 가두기보다는 강제로라도 치료를 받게 해 질병을 해소하고 사회복귀를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치료를 조건으로 처벌 수위를 낮추거나 면제해주는 '약물치료법원'(Drug Court) 논의가 본격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청소년 마약사범의 경우 호기심에서 마약을 처음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마약의 위험성을 제때, 제대로 알려주지 못한 학교의 문제로 귀결됐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마약 예방 교육을 내실화하고, 법령을 손질해 예방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역사회 중심의 치료와 재활시스템 구축에도 나설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마약 문제가 중독자 개인이 아닌 우리 사회 전체가 마주하고 풀어가야 하는 문제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마약 예방과 단속·처벌, 치료·재활 전문가들의 핵심 제언을 정리했다.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이건희 인턴기자 촬영]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이건희 인턴기자 촬영]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

마약 중독이 질병이라는 점을 알려야 한다. 질병은 나아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그 질병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치료받아야 회복된다. 중독이 무서운 질병이라는 것을 알아야 이를 예방하고 조기에 치료하려고 할 것이다. 우리가 암이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알기에 암에 안 걸리려고 노력하고, 걸렸다면 빨리 치료받으려고 애쓰듯이 말이다.

중독자들은 자신의 중독을 인정하지 않기에 스스로 치료받는 일이 거의 없다. 어떻게 보면 중독자가 법에 저촉됐을 때가 중독자를 치료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시기일 수 있다. 마약 투약은 범죄이지만 그 원인이 된 중독은 질병이니깐 치료가 가장 확실한 재범 예방책이다. 마약을 철저히 단속하되 중독자를 교도소에 가두기보다는 강제로라도 치료받게 하는 게 중요하다.

김대규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장[이건희 인턴기자 촬영]
김대규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장[이건희 인턴기자 촬영]

김대규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장

청소년 마약 사건을 분석해보면 많은 청소년이 병원에서 처방받아 사용할 수 있는 의료용 마약류에 쉽게 손을 대게 되고 선배나 또래 친구들의 권유에 의해 호기심으로 투약하는 경우도 많다.

이들 대다수가 학교에서 마약류 관련 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병원에서 처방되는 의약품들이 이렇게 위험한 마약인 줄 알았더라면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예방 교육의 필요성을 느꼈다. 마약을 하는 행위 자체는 나쁘지만, 그 행위를 하게 된 계기를 들여다보니 이것은 충분히 선도가 가능하고 우리 사회구성원들이 조금만 협조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기쁨 전주지법 군산지원 부장판사[박기쁨 부장판사 제공]
박기쁨 전주지법 군산지원 부장판사[박기쁨 부장판사 제공]

박기쁨 전주지법 군산지원 부장판사

청소년 마약사범은 상습의 정도가 약해 개선 가능성이 크다는 특징이 있다. 제대로 된 치료를 통해 약물을 끊고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청소년들에게 자기 의지로 약물을 끊을 것을 기대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으므로 '약물치료법원'(Drug Court)을 통해서 판사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청소년 피고인들의 치료 과정을 관리하고 이들의 치료 의지를 지지할 수 있다고 본다. 청소년 피고인들 입장에서는 치료를 성공적으로 받을 경우에 보다 낮은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으려고 할 것이다.

최근에 20대 이하 약물 투약 사범이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이들을 무조건 처벌해 범죄자로 만드는 것보다는 이들이 약을 굴레에서 벗어나 사회 구성원으로서 정상적으로 생활해 나갈 수 있도록 그 치료를 돕는 약물치료법원에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7월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인터뷰 중인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
7월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인터뷰 중인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

서영석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마약 치료의 시작은 '난 중독됐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다. '몇번만 하고 말 거야'라는 식의 쉽게 생각하는 것부터 벗어나야 한다. 인정해야 그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 다만, 중독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혼자서 가능한 게 아니다.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도움을 청하라. 마약퇴치운동본부, 가족, 이웃, 병원, 수사기관 등등. 이를 위해선 결국 치료 재활 시스템 잘 갖춰놓고, 중독자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중독에서부터 벗어나는 것은 혼자서 해결할 수 없다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

인터뷰하는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촬영 이건희]
인터뷰하는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촬영 이건희]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약물로부터 청소년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재활 기관과 교육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동시에 부모나 교사를 대상으로 한 교육도 진행해야 한다. 마약에 호기심을 보이는 청소년이 있다면 손대면 결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유혹은 맞닥뜨려 이겨내는 게 아니라 피하는 것이라고 당부하겠다. 이미 마약에 노출된 청소년에게는 '한번 실수한 것뿐이지, 인생이 끝난 게 아니다. 반드시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남은 인생은 길다'고 전하고 싶다.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 '인천참사랑병원' 이계성 원장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광고나 드라마에 술·담배 장면이 자연스럽게 노출됐다.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면서 이제 그런 모습이 보기 힘들어졌지만, 이제는 그 자리를 마약이 채우고 있다.

마약이 TV나 일상에서 종종 노출되거나, 이에 긍정적 이미지를 덧씌우는 건 청소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적어도 아이들이 자주 접하는 콘텐츠라도 마약 장면을 술·담배와 마찬가지로 철저하게 규제해야 한다.

민간 약물중독 치료공동체 '경기도 다르크' 임상현 센터장

청소년들에게 마약 예방 교육을 해야한다. 어떤 분들은 아이들에게 약을 알려줘서 뭐 하냐고 말씀하시는데, 그것은 기우다. 예방 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마약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려서 또래가 '이거 한번 해봐' 이렇게 말할 때 '난 싫어'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마약을 호기심에서 시작하는 청소년들이 많다고 들었다. 마약의 무지함에서 비롯됐다고 할까. 마약은 한 번 하면 중독된다. 지금까지 중독된 모든 사람이 그 한 번에서 시작됐고, 나 같은 사람도 한번 중독돼서 40년 동안 마약에 중독돼 살았다. 결과적으로 다 망했다.

마쓰우라 요시아키 일본 미카와 다르크 센터장

다르크가 활성화되려면 중독 회복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르크 출신 회복자들이 자기 동네로 돌아가서 자기 경험을 이야기하고 이런 활동을 보여줌으로써 다르크가 확산하기 시작했다. 일본도 한국처럼 마약 사범을 처벌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다르크의 활동을 보고 치료와 재활의 필요성을 이해하게 됐다. 한국도 멀리 봤으면 좋겠다.

혹시나 마약을 접하게 된 청소년들이 있다면 혼자 괴로워하지 말고 다르크나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 중독에서 회복하려면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데 혼자서는 안 된다.

한국중독범죄학회장 박성수 세명대 경찰학과 교수

마약류 사범이 평생 교도소에 있는 게 아니다. 원래 있었던 자리로 돌아가려면 이전에 살던 곳에서 치료받고 회복해 취업도 하고, 생활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치료·재활시설은 지역사회 중심으로 가야 하는 것이다.

정부에서 마약류에 관심을 갖고 대책을 마련해 나가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지속적이라면 제도의 법제화가 필요한데, 특히 학교에서 예방 교육은 의무 교육화시켜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단속하고 처벌하는 것보다 예방하고 나서는 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더 효과적인 게 아닐까.

김필여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장

청소년들은 성장이 완료된 상태가 아니다. 그만큼 마약에 대한 반응은 빠르지만, 저항력은 약해 중독의 강도가 더 크다. 중독이 훨씬 더 빨라지고, 깊어지는 것이다.

마약 예방 교육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고는 물론 초등학교 저학년과 고학년 사이에도 내용이나 방식에 차이를 두고서 예방 교육을 해야 한다. 학교 강당에 전 학년을 모아두고 교육해달라는 경우가 있지만, 그렇게 하면 효과가 없다.

가장 좋은 예방 교육 방식은 한 반씩 아이들을 모아두고서, 질문을 받고, 반응을 살펴 가며 교육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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