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코스모스의 신비/ 김윤하
하얀 메밀밭에 붉은 코스모스 한 송이,
붉은 코스모스 얼굴에 기대어 선 메밀꽃...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꽃들이
어쩌다 만나 움켜 안았습니다.
붉은 색을 품어내는 코스모스 향내에 취해
잠간 멍 때리다가 그 품에 안겼었는데,
어쩌나, 메밀꽃 하얀 얼굴이 붉혔습니다.
핏빛 같은 사랑의 짙음을 품어냈나 봅니다.
외로이 그리움을 토해내는 코스모스의 추억이
노래가 되어 바람에 휘날릴 때에,
하얀 메밀꽃은 엉겁결에 깊게 들이켜서
날숨으로 내뱉었지만 못다 뱉은 잔영입니다.
그 끈끈한 바람이 내게도 다가와
숨어 있던 그리운 감각을 깨웠습니다.
붉은 사랑의 덩어리가 웜홀처럼 밀려오면서
젊은 날의 추억과 사랑을 만나게 합니다.
그리고 평생 그리움과 보고픔에 목말라했던
그 분의 처절한 십자가의 핏줄기가
내 가슴으로 흘러 온통 붉은 색깔로 변하고
뜨거운 눈물이 되어 갈보리로 나아갑니다.
누군가를 위해 십자가를 질 수만 있다면
내 가슴 온통 붉은 피를 흘리며 행복할 것을...
살아갈 동안 붉은 십자가가 내 모습 가득히
형체로 소리로 행실로 나타나기만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