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개신교계 일각에서 교회 노조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한 일간지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최근 교계에서 해고를 당한 부목사와 법률가, 노동 운동가, 신학생 등 10명을 중심으로 '전국민주기독노동조합 추징위원회(가칭, 이하 추진위)라는 단체가 꾸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추진 위원장에는 엄태근 목사(43)(이하 엄 위원장)로 선정되었다는 내용이다. 엄 위원장은 "노조를 설립하면 민주노총 산하 조직에 가입할 계획"이라며, "부목사가 법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 만큼 노조는 법외 노조가 되겠지만 다른 노조처럼 법내 노조로 진입하도록 돌파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교회노조 추진위원회가 협력하고자 하는 민주노총
교회노조 추진위원회가 협력하고자 하는 민주노총

이들은 교회 내에서 활동하는 부목사, 전임·교육전도사, 사무장, 찬양대 지휘자와 반주자 등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엄 위원장 또한 교회에서 부목사로 일하다 해고를 당한 후 부당 해고를 주장하며 소송을 냈으나 법원에서 패소한 바있다(현재 대법원에 상고되어 있는 상태다).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부교역자 4대 보험의무 가입 △근로계약서 작성 △연말에 근무지가 대부분 나오는 것을 고려해 해고시 3개월 전 서면 통보 △교회 안 직장내 괴롭힘·성폭력 예방 교육 실시 △담임목사 임지게 도입  △교단 헌법 개정이다. 가입 대상은 부목사와 전도사(교육전도사·전임전도사·여전도사), 신학생, 일반 교회 직원(사무관사·관리집사·방송간사·사무장·지휘자·반주자), 선교단체 간사 등이 될 전망이다. 

이러한 노조설립 추진의 배경에는 엄태근 위원장의 개인적인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그는 세종시의 한 교회에서 3년 동안 부목사로 일할 것을 담임목사와 구두로 약속했지만, 근무한지 1년 뒤 당회에서 연임청원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를 받음으로 해당 교회에서 쫒겨났다. 엄 위원장은 해당 교회 담임목사가 엄 위원장이 부서에서 교사들에게 전한 말씀을 빌미로 교역자 회의 시간에 본인을 이단시하고 해고를 주도한 것으로 설명했다. 임기를 3년 동안 보장해주겠다고 했던 약속을 믿고 세종시로 이사를 오기까지 했는데, 갑작스럽게 해고를 통보 받은 것이다. 또한 엄 위원장은 5월1일에 사역을 시작하여 이듬해 4월 30일에 사임을 하게 된 상황인데 사전에 특별한 예고도 없었을 뿐 아니라 사역지가 많이 생기는 연말도 아닌 시기에 해고를 당하게 되어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엄 위원장은 "종교인이라고 할지라도 사회가 보장하는 최소한의 임금과 근무시간을 보장받았으면 하고, 교회가 책임지지 못할 부분은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보상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부교역자도 종교적인 활동을 통해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하는 두 발을 땅에 딛고 선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교회 노조를 만들겠다는 움직임은 이미 2004년에도 나왔던 것으로 당시에도 목회자를 노동자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이 있었다. 2006년 4월, 서울 중앙지법 민사 25부는 '부목사와 집사는 근로자가 아니다.'라는 판결을 했고, 같은해 12월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에서도 교회와 부목사를 사용자와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통해 목회자를 노동자로 보지 않는 시각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진 만큼 교회 노조를 설립하여 교회 내의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해 나가고자 하는 시도가 등장한 것이다.

종교인을 근로자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법원의 관점(사진=자유경제신문 갈무리, 제작=윤수황 노무사)
종교인을 근로자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법원의 관점(사진=자유경제신문 갈무리, 제작=윤수황 노무사)

교회노조 추진위의 행보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먼저 노조를 설립하기 위해 민주노총과 손잡는 것부터가 정치적 의도를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민주노총은 대표적인 좌익 단체로, 한미 연합훈련 완전 중단, 한미 워킹그룹 폐지, 남북합의 이행, 성소수자 인권을 위한 활동 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추진위가 주장하는 사회보장에 대해서도 이미 목회자들도 세금을 납부함으로 인해 정상적으로 정부로부터 기본적인 생계를 충분히 보장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임금과 근무시간에 대한 논의는 교역자라는 기본적인 역할에 대한 관점을 비롯하여 교회별로 상황별로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인 적용이 어려울 따름이다. 또한 교회 노조 설립을 추진한다고 하면서 지난해 인천 퀴어축제에서 성 소수자들에게 축복을 한 이동환 목사를 옹호하는 성명을 낸 것으로 보아서도 정치적 시각으로 교회 노조 문제를 쟁점화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러한 교회 노조 추진위의 활동은 이미 시작부터 부정적인 논평과 다양한 반대에 직면해 있다. 본지에서도 '기독교 노동조합은 가능한가?'라는 제목으로 해당 내용을 다루고 있고, 한국교회 언론회에서도 교회 노조의 설립에 대하여 "세속적 가치에 따라 복음의 번질을 저버리는 것이며, 정치적 목적을 이루겠다는 속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처우의 문제는 교회 안에서 고민하고 합의할 문제이지 교회는 사업체나 계급투쟁의 현장이 아니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또한 "성직자가 노동자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명백하다."라고 말하면서 "하나님을 우리의 사용자가 되시는데 하나님께 투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었다.

본지에서는 이 기사를 시작으로 앞으로 몇 차례의 기사를 통해 '교회 노조 설립'에 대한 문제를 다각도로 분석해 봄으로써 이들 주장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교회의 현실을 진단 해 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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