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양 둑방에서 / 조윤희(김해중앙교회 집사)
잠시라도 노닥거리자며
발끝을 붙잡는
꽃 천지 함안 둑방에는
간밤에 내린 비에 질척거리는 흙밭에서
여름 같은 봄볕을 긁어모았나 보다
이 끝에서 저 끝까지
걸어가며 뛰어가며
한들대는 안개꽃 양귀비 큰금계국
게다가 사람 꽃
꽃
꽃
한바탕 게걸스레 놀았어도
사그라지지 않는 여흥은
여인의 치맛자락에 매달린 채
넓은 둑방 내 안방처럼
저리도 발라당 드러누워
하늘과 꽃 바람을 일으킨다
기분 좋은 일탈에
안개꽃이 되었다가
양귀비도 되었다가
큰금계국도 되었다가
나도 너도
모두가 꽃 난리에 파묻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