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우 목사[스페인 마드리드 사랑의교회 담임]
김학우 목사[스페인 마드리드 사랑의교회 담임]

태양이 작열하는 여름꽃, 해바라기를 떠올릴 때 인상주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를 기억하게 됩니다. 클로드 모네(1840-1926)에게 수련이 있다면, 고갱(1848-1903)에게는 모란이 있으며, 그리고 반 고흐에게는 해바라기가 있습니다. 해바라기는 반 고흐에게 태양의 화가란 이름과 함께 해바라기 작가란 호칭을 안겨주었습니다.

폴 세잔(1839-1906)사과 하나로 파리를 정복하겠다.”라며 자신만의 독특한 사과를 그렸었듯이 고흐 또한 해바라기에 집중하여 자신만의 화법을 화폭에 담아냈습니다. 반 고흐는 그의 대표작 해바라기 15송이를 비롯하여, “드브레 정원의 해바라기”, “해바라기가 있는 헛간”, “해바라기가 있는 시민농장”, “해바라기 정물화 연작등 해바라기와 관련된 총 12점의 작품을 남겼습니다.

고흐에게 해바라기는 자신의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태어나기 오래전부터 해바라기는 그의 고향마을을 비롯해 교회당 주변에 이미 둘러싸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흐는 한여름 내 뜨거운 태양을 향하여 묵묵히 서 있는 해바라기는 태양이 뜨거울수록 더욱 활기차며, 반면 구름이 끼고 비가 오면 고개를 땅으로 숙여 한없이 태양을 기다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알알이 맺힌 해바라기 씨앗들은 태양으로 잉태된 생명임을 알게 되면서, 고흐에게 해바라기는 인내와 희망의 상징이자, 기쁨과 행복의 상징으로 이해되었습니다. 고흐는 친구이자 자신의 경쟁자인 고갱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자네에게는 모란이 있고, 쿠스트에게는 접시꽃이 있듯이, 이제 나는 해바라기를 택했습니다.”

편지를 받은 고갱은 답신으로 고흐에게 당신은 해바라기 화가라고 불러 주었습니다. 고갱의 말에 화답이라도 하듯, 고흐는 18888월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에 나는 오직 커다란 해바라기로만 집을 꾸미고 싶다.”라고 썼습니다.

편집 김학우 목사
편집 김학우 목사

고흐 생전에는 그의 그림이 묻혀 있었지만, 그의 사후 사람들은 고흐가 남긴 해바라기를 알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나 고흐는 생전에 단 한 번도 해바라기에 대해 언급한 바가 없었으며, 그가 남긴 37통의 편지에서조차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해바라기는 나의 고뇌와 울부짖음과 같다.” 이것이 해바라기에 대한 그의 유일한 표현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네덜란드의 목사이자 시인 엘리자 로릴라드(Eliza Laurillard)는 반 고흐의 해바라기 작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석했습니다. “태양의 빛이 우리의 가정과 정원에서 생명과 풍성함을 가져오듯, 우리는 태양 되신 하나님’(84:11)의 빛이 우리의 영혼과 가슴에 비추기를 소원해야 할 것이다.”

식물도감에 해바라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고 있습니다. “태양을 따라다니는 것은 해바라기꽃이 아니라 꽃이 피기 전의 줄기 윗부분이다. 해바라기 줄기 끝은 아침에 동쪽을 향해 있다가 해가 지는 오후에는 서쪽을 향한다. 그리고 해가 지면 다시 동쪽으로 방향을 바꿔 밤새도록 아침에 떠오르게 될 태양을 기다린다.”

한마디로 해바라기는 온종일 태양을 쫓아다닐 뿐 아니라, 그것도 모자라 밤에도 아침에 떠오를 태양을 그리워하며(기다리며) 밤을 짓 새우는, ‘일편단심 태양의 꽃이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식물도감에 기술하고 있는 계속된 내용은 해바라기에 담긴 창조주의 의도, ‘여호와 하나님은 해요’(84:11)란 의미를 충분히 간파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해바라기는 기하학의 창시자 유클리드가 기원전 300년경에 정의한 황금비인 1.618의 근삿값을 지닌 꽃으로 알려진 미학의 꽃이다. 동시에 해바라기꽃에 촘촘히 박힌 씨앗들은 시계 방향으로 233, 시계 반대 방향으로 144개의 나선형으로 아주 엄격하게 구성된 질서의 꽃이기도 하다. 233개와 144개의 씨앗, 두 씨앗의 비율이 바로 황금비로, 이를 각도로 변환했을 때 약 137.5도가 된다. 이 각도는 어떤 씨앗도 상대를 가리지 않고, 태양을 받을 수 있는 각도이다.”

해바라기가 해를 따라 성장하고, 해를 통해 열매를 맺은 후, 결국 해에 의해 꺾이고, 죽고 마는 해바라기는 다름 아닌 반 코흐 자신은 물론 우리 인생임을 다양한 화폭을 통해 전달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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