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선 선교사의 은퇴기념문집을 받고
표지도 열기 전에 가슴이 찡해...

​정주채 목사/사단법인 산돌손양원기념사업회 이사장​
​정주채 목사/사단법인 산돌손양원기념사업회 이사장​

나는 어떤 사람들 앞에 서면 미안하고 부끄러울 때가 있다. 복음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사람들이다. 나도 목회하면서 전혀 고생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돌아보면 희생은 조금 하고 은혜와 사랑은 엄청 많이 받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냥 고생하고 희생한 것으로 끝나는 사역자들이 많다. 주로 선교사들이 그러하다.

마음으로라도 그들 앞에 서면, 나를 미안하고 부끄럽게 만드는 선교사들이 몇 사람 있는데 그 중의 대표적인 사람이 김자선 선교사다. 나는 오늘 김자선 선교사의 은퇴기념문집을 받고 표지도 열기 전에 가슴이 찡해 옴을 느꼈다. 그분은 체구가 작은 사람이지만, 사람의 참된 위대함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신 예수님의 말씀대로 하면 그는 거인이다. 위대한 사람이다.

김자선 선교사/ 2022년 12월 15일 김사선 선교사 은퇴감사예배에서/ 사진@노상규 목사
김자선 선교사/ 2022년 12월 15일 김사선 선교사 은퇴감사예배에서/ 사진@노상규 목사

그는 여성이고 본래부터 조용한 사람이라 모르는 사람들이 많고 안다 해도 필리핀 선교사이며 뚜게가라오 지역에 많은 교회를 세운 분이라고 아는 정도다. 이 정도라도 좀 더 잘 알았으면 좋겠다. 은퇴기념문집의 편집책임을 졌던 이상규 교수의 발간사를 보면 그는 37년간 동료인 강정인 선교사와 함께 38개 처 교회를 개척하고 40여 개 처에 전도소를 세우고 많은 현지 지도자들을 양성하고 훈련시켰다그리고 유치원부터 성경대학까지 설립하였고, 그가 사역한 지역사회를 개혁하고 도덕적 변화를 가져온 탁월한 선교사였다고 소개하고 있다.

우리는 보통 자신의 업적이나 훌륭함(?)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지만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고 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평가 또한 인색하다. 내가 보기엔 김자선 선교사에 대한 평가도 약간은 좀 그런 건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남성 중심의 사회다. 교회는 더 그런 것 같다. 특히 우리 교단 같은 보수적인 교회들에서는 여성 지도자들에 대한 평가나 인정에 매우 소홀하다. 그야말로 희생하고 헌신하면서 풍성한 열매를 남긴 여성들이 적지 않았으나 우리는 거의 잊고 산다. 우리 고신파만 해도 그렇다. 고신의 초기에 설립자들의 반열에 세울 수 있을 만한 여성 지도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별로 드러나거나 부각되지 않았다.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의 입에 떠돌다가 대부분 세월 속에 묻혀 지나갔다.

누굴 드러내서 영광 주자는 것이 아니다. 그들을 단순히 알아주자는 말도 아니다. 알고 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지도자들의 정신과 삶을 이어가야 하겠다는 말이다. 이런 분들이 드러나고 알려져야 이런 사람들을 닮은 후배들이 나오고 계승자들이 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자선 선교사는 필리핀은 물론 한국선교역사에 길이 남을 사람이다. 그러나 또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잊혀 질 것이다. 생각하면 참 아쉽고 안타깝다. 그에 대한 연구논문은 물론 머지않은 날에 평전이라도 나오면 좋겠다. 그리고 그의 뒤를 잇는 후배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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