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2000년대 후반부터 가정교회는 한국교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하고 있었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8-90년대 한국교회를 주도했던 성경공부 중심의 제자훈련의 한계를 극복한 이상적인 목회모델로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장로교 목회자들에게 가정교회 중심의 목회는 인기를 끌었는데, 이 현상에 대해서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는 총회의 요청을 받아 심도 있는 연구를 펼쳤다.

 

그 결과물로 셀교회와 가정교회에 대한 연구보고서가 발간되었는데, 보고서에 가정교회 운동에 대한 성경적, 신학적, 실제적 차원에서 평가를 한 후에 대안을 제시했다. 특히 평가적인 측면에서 가정교회 운동을 이 시대의 바람직한 목회 대안으로 볼 것인지, 장로교회의 교회론과 정치체계를 뒤흔드는 위험한 운동으로 볼 것인지 심도 있게 다루었다. 고신총회의 요청을 받아 교단소속 신학교수회에서 발간한 보고서인 만큼 고신교단의 공식적 입장이라고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본고는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에서 발간한 보고서를 자세히 살펴봄으로서 고신교단은 가정교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를 살펴볼 것이다.

 

본론

1. 셀교회의 개념

셀교회란 소그룹 형태의 셀을 기반으로 하여 회중으로 모인 교회를 의미한다. 작은 셀들 하나를 작은교회로 인정하고, 평신도 사역자가 셀 리더로서 셀에 소속된 성도들을 돌보는 목회구조다. 작은 셀을 교회로 보기 때문에, 셀을 돌아보는 평신도 사역자는 사실상 목회자의 개념이다. 이러한 구조에 대한 신학적 근거로서 전신자 제사장 교리를 내세운다.

 

셀교회를 주장하는 이들은 전통교회와 셀교회를 비교하면서, 셀교회는 전통교회의 패러다임에서 교회의 본질에 더욱 가까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했다고 자평한다. 셀교회 목회를 통해서 건물중심에서 공동체 중심으로, 프로그램 중심에서 관계 중심으로, 오는 구조에서 가는 구조로, 교육에 기초한 구조에서 사역에 기초한 구조로, 교회 건물 내에서의 시간활용에서 건물 밖의 삶의 현장으로 시간을 나누는 패러다임으로 전환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신약성경의 초대교회 모델에 더 가까운 교회 구조라는 주장에 이른다. 왜냐하면 신약의 초대교회는 교회구성원들 간의 상호의존성이 강조되는 코이노니아적 구조에 가까웠는데, 공동체와 관계 중심의 셀교회 구조, 건물 바깥에서 삶을 공유하며, 가정의 공간을 내어주는 셀교회 구조는 이와 흡사하다는 것이다. 특히 셀교회를 주장하는 이들은 하나님의 집 오이코스라는 교회의 은유에 기반해서, 교회 구성원 간의 관계가 가족관계에 기초한 가족 공동체임을 강조한다. 이러한 교회의 개념에 비추어 볼 때, 셀교회가 신약의 초대교회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교회구조라는 결론에 이른다.

 

2. 가정교회의 개념

그렇다면 가정교회란 무엇인가? 가정교회란 셀교회에서 강조하는 공동체성을 유지한 채로, 가정의 의미가 더 강조된 교회구조로 보인다. 최영기 목사를 중심으로 가정교회를 주장하는 이들은 가정에서 모이는 성도들의 모임을 단순한 모임 또는 구역모임의 의미로 제한하지 않는다. 새로운 교회구조로서 의미를 부여한다. , 교회 안에 교회로서 가정교회를 정의한다. 이는 성령의 역동적인 역사를 제한하는 전통적인 교회가 아니라, 성령의 힘을 제한하지 않았던 초대교회 구조라고 주장한다.

 

(사진: www.missionfrontier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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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근거로 신약성경에 나타나는 많은 교회들이 가정교회 형태였다는 것이다. 초대교회 당시에는 한 도시에 하나의 교회가 있었고, 그 안에 가정이 중심이 된 수많은 교회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가정에서 모이는 모임들이 하나의 독립된 가정교회였다는 관점에 기반한다. 그래서 이들은 가정에서 모이는 성도들의 모임을 구역모임이라고 부르기를 거부한다. 가정교회를 구역모임과 차별하기 위해서 2가지를 강조한다. 첫째로 구역은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묶어 조직하지만, 가정교회는 가정교회 회원들의 선택에 따라 결성된다. 둘째로는 구역모임은 친교와 서로를 돕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가정교회는 교회가 하는 역할들을 다 한다는 것이다(예배, 성경공부, 제자훈련, 선교, 전도, 친교 등).

 

3. 성경적 평가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는 가정교회를 평가하기 위해 먼저 성경적 차원에서 접근한다. 크게 4가지 주장을 성경적으로 점검한다. 가정에서 모이는 모임을 교회라고 보는 주장, 초대교회는 가정교회였다는 주장, 한 도시에 여러 가정교회가 있었다는 주장, 가정교회들의 연합 모임이 있었다는 주장.

 

교수회는 첫 번째 주장에 대해서는 성경의 직접적인 증거보다, 개혁주의 신앙고백에 의거해서 평가한다. 벨직신앙고백 29조를 들어서 참교회의 표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복음의 순수한 전파와 성례의 순수한 거행, 권징의 시행이 있어야 교회라고 부를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이에 기반해서 말씀을 전파하며 성례를 거행하는 목사가 있어야 교회라는 것이다. 그리고 권징을 시행하는 교회회의가 필요하다. 목사와 함께 교회회의를 구성하는 장로와 집사가 있어야 교회라고 부를 수 있다. 게다가 장로와 집사는 교회에 의해 적법한 선거로 선출된 자들임을 강조한다. 이에 기반해서 가정교회의 주장을 반박한다. 가정에서 모인 성도들의 모임은 위에 언급된 참교회의 표지가 없다는 것이다. 개혁주의 관점에서 교회라고 부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어서 성경적 증거를 기반해서 초대교회는 가정교회였다는 주장을 점검한다. 우선 예루살렘교회의 예시를 든다. 성경의 기록에 따르면, 예루살렘교회 성도들은 성전 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모였다. 그러나 이를 가정교회라고 정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가정에서도 모였다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할 뿐, 이를 가정교회라고 부를 수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유의미한 다른 기록이 없다는 것이다. 신약성경의 기록에 따르면, 에베소 교회는 처음에 브리스길라와 아굴라의 집에서 모였지만, 나중에는 두란노 서원에서도 모였다. 그러나 두 장소가 정확하게 어떤 역할을 분담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언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집에서 모인 모임을 교회라고 정의하기에는 비약이 따른다고 지적한다.

 

야고보서에 따르면, 성도들이 회당에 모였다고 한다. 회당을 의미하는 단어와 야고보서의 문맥을 고려할 때, 회당은 건물적 의미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그런데 이 회당은 유대교 회당이 아니다. 야고보서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유대인들에게 쓰여진 편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당은 유대인 그리스도인들이 모이는 건물(예배당)을 의미한다. 이 모든 신약성경의 증거를 고려할 때, 신약시대의 교회는 모두 가정교회였다는 주장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환경과 형편에 따라 성전에서 모이기도 했고, 서원(강의실 또는 홀)에서 모이기도 했으며, 교회당 건물에서 모이기도 했다. , 신약의 교회는 의도적으로 가정에서 모인 것은 아니다. 형편에 따라 가정에서도 모였던 것이다.

(사진: www.missionfrontier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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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한 도시에 여러 가정교회가 있었다는 주장을 검토한다. 가정교회를 주장하는 이들은 신약시대에 한 도시에는 교회가 하나 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밑에 가정이 중심이 된 수많은 교회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을 검토하기 위해 교수회는 먼저 예루살렘 교회의 예시를 살펴본다. 예루살렘 교회는 하나의 교회 아래 여러 가정모임이 있었다고 추정된다. 그러나 성도들이 날마다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고, 또한 에서 모여 떡을 떼며 음식을 먹었다는 사도행전의 기록은 가정교회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누가가 의도한 바는 예루살렘 교회는 은혜와 기쁨이 충만하여서 성전에서 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교제하고 형제사랑을 실천하였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예루살렘 교회가 각각의 독립된 가정교회들로 구성되어 있었다면, 예루살렘 전체 교회에 대해서 복수를 사용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신약성경은 지역교회에 대해서, 하나 이상의 여러 교회를 가르킬 때에는 항상 복수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도행전은 예루살렘 교회에 대해서 말할 때 항상 단수로 말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예루살렘 교회 성도들이 가정에서 모였던 모임을 교회라고 부를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신약성경의 용법은 로마 교회와 고린도 교회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로마 및 고린도 교회 모두 단수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가정에서 모였던 모임을 교회라고 보는 주장을 간단하게 반박한다.

 

마지막으로 하나의 도시 안에 여러 가정교회들의 연합 모임이 있었다는 주장을 검토한다. 가정교회론자들은 지역의 하나의 교회가 있었고, 가정 중심의 여러 교회가 있었는데, 여러 가정교회들은 전체모임을 가졌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고전14:23을 제시한다. “온 교회가 함께 모였다는 기록인데, 여기에서 온 교회는 고린도에 있는 모든 가정교회들의 연합모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본다. 이에 대해서 교수회는 동의하지 않는다. “온 교회에 대한 이해가 그릇되었다는 것이다. “(whole)”로 번역된 헬라어는 부분에 대비한 전체의 개념이다. , ‘온 교회는 개별적인 가정교회들의 총합이 아니라, 하나의 전체를 의미한다는 것이다(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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