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인 장로가 바라본 화란 기독인연합당의 패배 이유

네덜란드의 기독인 정당은 지난 1122일에 있었던 하원의원 선거에서 3석만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지난 2021년 하원의원선거에서 5석을 확보한 것과 비교해 보면 의석의 40%를 잃어버린 충격적인 패배라 할 수 있다.

기독인연합 정당은 당초 사전 설문조사에서 4석을 획득할 것을 예상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3석만 의회에서 확보하게 되었다. 이번 선거에서는 극우 정당이라 평가받는 자유를 위한 정당(Partij voor de Vrijheid)”37석의 의석을 확보하여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했고, 좌파 진보정당이라 할 수 있는 흐룬링크 / 노동당(Groenlinks / Partij van de Arbeid(PvdA))25석을 차지하여 2위 정당이 되었다.

이번 총선에서 3석을 획득한 기독인 연합 ⓒ기독인연합 홈페이지
이번 총선에서 3석을 획득한 기독인 연합 ⓒ기독인연합 홈페이지

이 결과는 기독인연합의 40%의 기존 지지자들이 지지 정당을 바꾸었다는 것을 뜻한다. 과연 네덜란드의 기독 유권자들은 어떤 이유로 지지 정당을 바꾼 것일까? 본지는 오랫동안 네덜란드 개혁교회(NGK)에 몸담으며 캄펜시의 후더헤르더케르크(Goedeherderkerk)의 장로로 섬기고 있는 마리누스 로더베이크(Marinus Lodewijk, 64)와 인터뷰를 실시했다. 인터뷰는 121일 네덜란드 현지시간 오후 8시 마리누스 장로 자택에서 두 시간 가량 진행되었다.


기자: 왜 이번 선거는 이런 어려운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나요?

로더베이크 장로: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기독인연합을 외면한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근본적인 이유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코로나가 준 영향입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가져온 국가의 통제 강화는 사람들의 생각을 옭아매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에 교회와 사람들 간의 연합의 끈이 느슨해졌습니다. 기독교인들이 기독교정치에 관심을 덜 가지게 된 요인이기도 하지요. (기자 주: 기독인연합당은 네덜란드 개혁교회(NGK)의 정당이라고 불려도 무관할 만큼 교회 성도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왔다)

두 번째 이유는 유럽연합에 대한 사람들의 반감입니다. 유럽연합은 유럽이라는 새로운 나라를 만들고 싶어 합니다. 기독교는 이에 대해 별말을 하지 않지만, 여기에 대해 질문이 많습니다. 유럽연합은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구체적인 지침을 통해 유럽연합에 소속된 국가들을 통제하려 합니다. 유럽의 법을 네덜란드의 법보다 더 상위에 위치시키려 합니다. (기자 주: 네덜란드의 기독인연합은 유럽정부시스템을 비판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자유를 위한 정당은 네덜란드의 유럽연합 탈퇴를 공약으로 삼았다)

세 번째 이유는 1971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금 1온스(31그람)35달러로 바꾸어주는 금환본위체를 중단한 데 있습니다. 이때를 기준으로 엄청난 규모의 인플레이션이 시작되었습니다. 돈의 가치가 줄었고, 돈의 질서가 바뀌었습니다. 집값이 상승해 네덜란드 사람들은 집을 사기가 아주 어려워졌습니다. 아버지가 일을 하여 생계를 책임지고 집을 준비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졌습니다. 많은 어머니가 일하지 않으면 버티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가정을 신앙으로 지키는 것이 어려워진 것이지요.

 

기자: 그렇군요, 이제 그때쯤 부모였던 사람들과 자녀였던 사람들이 투표의 주축이 된 시대를 맞이했군요.

로더베이크 장로: 예 맞습니다. 1971년 네덜란드 하원의회 선거에서 카톨릭당이 합친 카톨릭국민당(KVP)150석의 의석 중에서 35석을 차지했고, 카이퍼를 잇는 반혁명당이 13석을 차지했습니다. 다른 개혁파 정당이라 할 수 있는 기독교적역사당이 10석을 차지했고, 정치적개혁당(SGP)3석을, 개혁주의정치연합당이 2석을 차지했습니다. 범기독교 정당은 무려 60석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42년이 지난 지금 기독교 정당은 11석에 불과합니다.

 

기자: 너무 먼 이야기 말고, 현재 이슈와 관련해서 유권자의 입장에서 이슈들을 조금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왜 이번 선거에서 사람들은 기독인 연합을 떠난 것인가요?

로더베이크 장로: 지난 내각에서 보조금 이슈가 있었습니다. (기자 주: 지난 마르크 뤼터 IV 정부에서 잘못 지급된 보조금을 한꺼번에 다시 거두어드리는 일이 있었다. 이 일로 인해 사람들은 경제적인 문제로 이혼을 하게 되는 등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 일로 파괴된 가족들이 있었지만, 아직도 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멀쩡히 살던 집을 이 일로 잃어버린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전 네덜란드는 세금이나 보조금 관련 신고에 있어 문제가 있는 것 같으면 전화를 하고 확인을 하기도 했습니다. 사회는 유기적인 공동체에서 컴퓨터가 중심이 되는 기계적인 공동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네덜란드는 이런 나라인 적이 없었습니다. (기자 주: 기계적 사회공동체에 대항한 유기적 사회공동체는 아브라함 카이퍼가 주창한 대표적인 기독교정치적 가치이다.)

여기에 기독인연합당은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잘못된 일을 내각의 일원으로 바로잡지 못했습니다. 자유를 위한 정당은, 이런 내각에 실망한 사람들로부터 많은 표를 얻었습니다.

또한 기독인연합은 기독교정당으로 기독교적 정체성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했습니다. 안락사와 태아 문제에 있어 분명한 기독교적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했습니다. 헤이그(기자 주: 네덜란드 하원의회와 정부 기관이 모여 있는 곳)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은 것입니다.

 

기자: 난민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로더베이크 장로: 네덜란드에 들어오는 난민들에게는 집이 주어집니다. 우리는 매년 약 10만여 호의 집을 짓게 되어 있습니다. 1999년도에는 매년 7만여 호의 집만 필요했습니다.

지금은 난민들에게 집이 주어지는데, 집을 매년 새로 지어도 자국민들은 살 집이 없습니다. 성인이 30세가 되어도 살 집이 없습니다. 외국인들이 유입되며 집이 없어졌고, 집값이 많이 올랐습니다.

집을 더 짓기도 어렵습니다. 유럽연합의 법을 준수하며 집을 지어야 하기에 필요한 만큼의 집을 지을 수가 없습니다.

집을 지을 인력도 부족합니다. 건축관련 종사자, 금속관련 종사자 등 충분한 집을 지을 기술자들이 부족해서 집을 짓는 데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갑니다. 이제 집을 얻기 위해서는 맞벌이가 아니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집값은 올라가는데, 주택담보대출 이자도 몇 년 새 5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네덜란드 내의 가난한 사람들의 문제는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헤이그와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간극이 있습니다. 자국민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관심을 더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나라의 빈곤부(네덜란드 정부 부처 중 빈곤을 담당하는 부서의 장관은 기독인 연합 출신이었다) 장관과 대화를 해보아도 명확한 빈곤에 대한 해법을 듣기는 어려웠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해결책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로더베이크 장로: 먼저 기독교 정치에 대한 비판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기독교인들도 넷플릭스 등 동영상에 자신을 맡기는 것보다 성경 읽기로 돌아가야 합니다. 누가 하나님인지에 대한 질문과 답이 있어야 합니다.

예전에는 모든 것이 어려웠습니다. 돈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고 서로 의지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함께 힘을 합쳐서 살아가야 했습니다. 가정마다 7~8명의 자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사람들이 돈이 많고, 모든 것을 쉽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동체가 이전과 같이 단단하지 않고 깨어져 버렸습니다.

모든 정치적인 힘은 하나님께서 주신다는 것을 다시 믿어야 합니다. 정치는 하나님의 손안에 있다는 것을 고백해야 합니다. 정당정치(기자 주: 정당끼리 소위 정치 놀이를 하는 것)가 되니 믿는 이들의 반감이 심해집니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일부 기독교적 가치를 가진 다른 정당을 선택하게 됩니다.

기자: 긴 시간 인터뷰 감사합니다.


지난 기사에서 정당 프로그램 작성 책임자였던 룰 카이퍼(Roel Kuiper) 교수는 신자유주의 체계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정책과, 하나님을 의지하고 성경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감감동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나 오늘 인터뷰를 한 한 장로 유권자는 더욱더 명확한 색채의 기독교정치와, 가난한 네덜란드인들에 대한 정치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었다. 또한 물가상승으로 인한 집값의 상승이, 맞벌이를 촉진하게 되는 것도 네덜란드 기독교 가정의 어려움을 주는 요소라고 진단했다.

네덜란드 기독인연합당의 패배는 우리에게도 시사점을 준다. 우리도 1998년 반 강제적 시장 개방 이후 계속적인 물가상승과 함께 집값의 폭발적인 상승을 경험하고 있다. 평범한 집 한 칸을 마련하기 위해, 맞벌이 수준을 넘어 이제는 결혼과 자녀를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교회 주일학교는 문을 닫은 곳을 셀 수도 없고, 교단 신학대학원도 목회자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 일할 일꾼을 찾기가 어려운 시점이다. 하나님나라뿐만 아니라, 이 나라의 미래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이제 언론에는 북한이 침공해 와도 병사의 부족 현상으로 방어가 어려울 수 있다는 기사까지 나오고 있다. 성도들이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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