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 전쟁은 공화당의 선거 승리 전략에 필수적 역할

- 마찬가지로 한국 교회의 문화 전쟁은
대한민국의 정치와 문화의 판도를 바꾸는데 중요한 역할 할 것

(사진=TGI Forum)
(사진=TGI Forum)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의 의미

지난 주 미국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의 결과는 민주당과 공화당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난 대선에서 10퍼센트 차이로 바이든의 손을 들어준 버지니아가 공화당에게 넘어갔다는 사실은 민주당의 전통적인 전략의 실패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화당이 앞으로 치를 선거에서 취해야 할 필승 전략이 무엇인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정책 중심으로 선거에 접근해왔다. 이러한 민주당의 접근은 68년부터 88년까지 치러진 6번의 대선에서 5번의 패배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주류는 '대중들이 문화적 이슈보다 정책적 이슈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굳게 믿어왔다. 그래서 이 시기의 민주당은 교육, 의료보험, 세금 문제에 집중했다. 이러한 민주당의 신념을 깨트리는 돌연변이가 등장했다. 바로 빌 클린턴이다. 그는 전통적인 정책 중심의 선거 전략이 민주당의 패배 원인 중 하나라고 판단했고, 정책보다 문화적 이슈를 중시하는 전략을 펼쳤다(그렇다고 해서 그가 실질적인 정책적 이슈를 외면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리고 민주당의 돌연변이는 부시의 재선을 저지하고, 본인은 재선에 성공한다. 그의 승리는 한 가지 공식을 성립시켰다. “문화가 정책을 이긴다.” 이는 전통적인 민주당의 선거 접근 방식을 뒤집어 버렸을 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돌연변이는 본래 공화당의 정치적 자산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지난 주에 치러진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는 “문화 전쟁의 승리가 선거의 승리로 이어진다”는 오래된 공식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 요약

앞서 언급한 것처럼, 버지니아 주는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에게 승리를 안겨다 주었다. 현직 대통령 조 바이든의 영향력은 이번 선거에도 여전했다. 그가 민주당 후보 맥콜리프의 현장 지원 유세를 왔을 때, 많은 인파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었다. 맥콜리프는 여전히 버지니아 주 유권자들은 민주당에 우호적이라고 판단했고, 그러한 판단 하에 민주당 인물들의 네임 밸류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전략을 펼쳤다. 동시에 트럼프를 집중 공격하면서 친 민주당 성향의 유권자들의 결집 효과를 노렸다.

반면에 공화당 영킨 후보(현 주지사)는 문화적 이슈를 선점하고 집중하는 전략을 펼쳤다. 버지니아 공립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비판 인종 이론 교육 문제를 꺼내 들었다. 동시에 젠더 및 낙태 문제를 주요 이슈로 부각시키면서, 트럼프 중심으로 전개 되는 선거를 지역 관련 이슈로 전환시키는데 성공했다. 트럼프와 긴밀한 관계에 있던 영킨으로써는 트럼프에서 지역과 밀접한 문화 이슈로 선거의 프레임이 전환된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그는 트럼프의 지지 선언을 수용하면서도, 동시에 트럼프와 일정 거리 두기를 시도했다. 트럼프가 집중하고 있는 부정선거 이슈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반 트럼프 정서가 짙은 친 민주당 유권자의 결집을 방지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공립학교에서 가르치는 비판적 인종 이론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영킨은 비판적 인종 이론은 백인을 잠재적 인종차별 가해자로 몰아간다고 비판했다. 특히 비판적 인종 이론은 미국의 법과 제도가 조직적으로 인종 차별을 양산해왔고 백인의 지배 체제를 유지하도록 기능하게 하고 있다고 비판하는데, 이는 미국적 가치에 대한 공격이라고 응수했다. 그러한 이유로 공립학교에서 비판적 인종 이론을 가르치는 것과 관련된 책을 제외할 것을 공략으로 내세웠다. 반면에 맥콜리프는 학부모는 학교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요구할 수 없다고 반박하면서, 공립 학교의 비판적 인종 이론 교육을 우회적으로 지지했다. 영킨은 또 다른 문화적 이슈를 제기했는데, 이는 학교 욕실 개방과 연관된 문제였다. 버지니아 주에서 학부모들은 학생 본인이 트렌스젠더라고 주장하는 한, 양쪽 성별의 욕실은 그들에게 개방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들어왔다. 영킨은 이처럼 젠더 및 인권 이슈가 학부모들의 역린을 건드리고 있다는 점을 파악하고 집중 공략했다. 게다가 집중적으로 낙태 허용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젠더 및 인종, 낙태와 같은 문화적 이슈를 선점한 영킨 후보는 트럼프 커넥션을 선거 중심에서 지우는데 성공했고, 전통적인 백인 지지층을 공략하는데 성공했다. 문화 이슈를 공략한 영킨은 민주당 강세 지역인 버지니아 주에서 68-88년 사이의 공화당의 승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 동안 인종 및 젠더, 낙태와 같은 문화적 이슈는 민주당의 전통적 백인 지지층을 잠식해왔다. 왜냐하면 미국적 가치와 백인에 대한 공격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문화적 분위기를 조성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은 미디어와 학계, 할리우드까지 장악하면서, PC주의로 만연한 문화적 분위기 형성을 주도했으며, 이는 미국의 전통 가치를 수호하는 백인들을 인종차별 주의자, 편견에 사로잡힌 이들로 낙인 찍는데 성공했다. 영킨은 이러한 분위기에 대한 불만을 파악하고, 문화 전쟁을 수행하면서 전통적 미국 백인들이 그 동안 쌓여왔던 불만을 분출 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사진= 한국일보. 선거에서 승리하고 지지자들의 축하를 받는 공화당 영킨 후보)
(사진= 한국일보. 선거에서 승리하고 지지자들의 축하를 받는 공화당 영킨 후보)

 

공화당의 승리와 청사진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는 공화당에게 소중한 교훈을 제공한다. 빌 클린턴에게 빼앗겨 버린 그들의 전통적인 정치적 자산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영킨의 승리는 공화당의 승리를 위한 로드맵을 제시한다. 문화적 이슈에 집중할 수록, 반 트럼프 정서의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다. 트럼프를 선거의 중심에서 밀어냄으로써, 반 트럼프 정서 중심으로 진보 유권자들의 결집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통적인 미국 백인을 기득권으로 규정하고 전통적인 미국적 가치를 백인의 지배 체제를 공고히 하는 억압으로 정의하는 젠더 및 인종, 낙태 이슈를 반 미국적 가치로 채색하면서, 공화당이 미국적 가치를 선점할 수 있다. 문화 이슈를 중심으로 보수 유권자들의 결집을 노리면서, 동시에 미국의 전통적 가치를 중시하면서 문화적 이슈에 불만을 가진 중도층과 온건한 진보 유권자까지 공략할 수 있다. 

동시에 문화 전쟁은 PC주의에 지친 젊은 세대들을 겨냥한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이는 노인들만의 철 지난 담론이 아니다. 이미 많은 젊은이들은 PC주의에 염증을 느끼면서 반발감을 표출하고 있는 현실 가운데, 인권 및 젠더, 낙태에 우호적인 입장을 표명하며 이를 당연한 가치로 받아들이는 순간, 즉 문화 전쟁의 영역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순간, 젊은 세대들의 지지를 잃게 될 것이다. 반면에 문화적 이슈를 둘러싼 전쟁은 젊은이들이 가진 염증과 반발심을 대리하는 전쟁이 될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문화 전쟁은 공화당의 선거 전략의 필수 아이템으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한국 교회의 나아갈 길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의 교훈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문화 전쟁은 정치와 문화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2. 그리고 정파를 넘어서 미국적 가치를 수호하는 이들의 폭 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3. PC주의에 지친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자유 민주주의 가치와 헌법이 위협 받고 있으며, 많은 젊은이들이 PC주의문화와 페미니즘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대한민국의 정황은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문화 전쟁의 효용은 대한민국이라고 해서 퇴색되지 않는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젠더 및 동성애, 이슬람 난민과 낙태 같은 문화적 담론 생성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교회가 생산하는 문화적 담론은 대한민국 정치와 선거, 문화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지렛대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교회가 대한민국의 문화와 정치를 주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노령화 되고 있는 한국 교회가 젊은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있다. 여태까지 한국 교회가 문화 이슈에 있어서 취해온 입장과 형성한 담론은 지나치게 내부 지향적이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과도하게 신앙의 문제와 연결되어 과열 되면서, 신앙의 서클 내에서만 공유할 수 있는 극단적인 형태의 종교적인 언어들과 논리로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교회의 문화 담론은 자극적이고 거북한 목소리로만 치부되어 왔다. 그 탓에 교회는 인권에 둔감한 공동체로 전락했다. 조금 더 설득력 있게 다가가기 위해서, 정치적 문화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 사회에서 폭 넓게 수용되기 위해서 교회가 제시하는 문화적 담론은 대한민국의 헌법의 가치와 전통을 관통하는 것이어야 한다. 교회의 문화 전쟁은 결국 대한민국의 법과 제도, 전통을 수호하는 목소리로 번역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한국적 가치를 대변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제서야 교회의 문화 전쟁은 종교적 열광주의자들의 극단적인 주장이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지렛대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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