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교분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
- 기독교 민주주의는 친 기득권 성향과 거리 멀어
- 보수정치는 기독교적 전통과 가치를 녹여낼 수 있는 장
- 개신교 교회는 보수정치 개혁과 재건에 필수적 역할을 감당할 수 있어

서론

    본고는 한국의 보수정치와 개신교의 관계, 보수의 재건과 개혁에 있어서 개신교의 역할을 다룰 것이기에, 진보세력과의 관계보다 보수세력과의 관계에 주목할 것이다. 실제로 한국 개신교 주류는 진보세력보다 보수세력과 긴밀한 연대를 맺어왔고, 진보세력과 연대를 맺어온 개신교 세력은 상대적으로 개신교 내부적으로 비주류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진보세력과의 관계에 주목하는 것은 역사의 큰 흐름을 짚는데 있어서는 크게 효용이 없을 것이다. 본고에서는 한국 및 세계 현대사에서 보수세력과 개신교의 전반적인 관계를 통해서 보수정치의 재건과 개혁을 위한 개신교의 역할을, 이후 시리즈에서는 김영삼 정부에서 시행된 대북강경책을 살펴보면서, 건전한 대북외교에 있어서 개신교의 역할을 논의할 것이다.

(사진: 연합뉴스. 한국현실에서 정교분리는 불가능하다고 역설하는 정진홍 교수)
(사진: 연합뉴스. 한국현실에서 정교분리는 불가능하다고 역설하는 정진홍 교수)

허울 뿐인 정교분리

    대한민국은 원칙상 정교분리를 지향하는 국가이다. 그러나 이는 허울 뿐인 원칙일 뿐, 실제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먼 미래로 돌아갈 필요가 없다. 당장 2000년대 초반으로만 돌아가도 정교분리는 헌법상 원칙일 뿐이라는 사실을 금세 확인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던 사학법에 맞서서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적극적인 투쟁에 나섰다. 개신교회가 적극적으로 당시 박대표의 투쟁을 지원했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개신교 재단의 사학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연유로 노무현 정부의 사학법 추진에 맞서서 당시 보수정당인 한나라당과 이해관계가 맞았던 것이다. 개신교 교회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성공적으로 투쟁을 이끌었고, 당내 입지를 공고하게 다질 수 있었다. 

    2010년대에 들어서는 12대 대선에서 당시 박근혜 대신 후보는 온라인 지원팀을 교회에서 공급 받았다. 처음에는 음모론으로 치부되었으나, 대선 직전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서 적발되어 사실로 드러났다. 박근혜 대선후보를 지원하던 온라인팀을 이끌었던 윤정훈 목사와 국정원 직원과 여러차례 통화를 한 사실, 출처를 알 수 없는 거액의 돈이 온라인팀에게 입금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와 같은 보수정당과 개신교 교회의 연합 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천주교의 정의구현사제단과 진보정당 간의 긴밀한 관계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민주화 투쟁 이후부터 지속된 관계로서, 현재도 주요 이슈마다 합을 맞추고 있음은 상식이 있는 이들이라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처럼 종교와 정치는 상시적인 관계에 놓여있다. 

    이는 비단 대한민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예를 들면, 독일의 보수정치는 기독민주연합에 의해서 주도되고 있으며, 남미에서는 해방신학의 영향으로 기독교가 좌파를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정교분리는 실제로 작동하지 않는 원리이다. 더욱이 기독교와 정치는 세계 곳곳에서 긴밀한 연대를 구축하고 있다. 

(사진: 기독교민주연합(CDU)의 로고)
(사진: 기독교민주연합(CDU)의 로고)

독일의 기독교 민주주의의 기원

    1945년 2차세계 대전의 패전으로 나치정권은 몰락했다. 나치정권의 몰락으로 인해, 진공상태가 된 보수세력의 자리에 새로운 세력이 등장한다. 독일중앙당, 독일민주당, 독일국가인민당, 독일인민당을 중심으로 기독교 민주연합 출범한다. 기독교민주연합의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나치 독재시절 저항운동에 가담해서 투옥되었던 이들이었고, 자유주의적, 보수주의적 정치적 전통에 속한 이들이었다. 이들은 카톨릭과 개신교 모두를 포괄하는 정당을 만들어서, 나치의 전체주의와 극우와 차별되는 새로운 보수정치를 천명한 것이다.  

    파시즘과 전제적 정권이 몰락하고 난 이후의 빈 보수의 자리를 차지한 기독교민주연합은 구성원들의 성향에 따라 이전의 왕당파 또는 전체주의의 보수세력의 악습을 답습하지 않았다. 기독교 민주연합을 간단하게 설명한다면, 자유를 중시하면서 동시에 전통적 가치를 수호하는 집단이다. 기득권과 지배세력과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새로운 정치를 시도, 오래 동안 지켜온 것들을 여태까지의 지배계급과 다른 방식으로 구현하려는 시도로 요약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지배세력의 불의와 불평등에 맞서서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는 정치, 그러나 전통적 가치를 존중하는 공동체를 지향한다. 가족 중심의 공동체 복원, 이웃 사랑의 실현, 전통적 도덕 수호, 사치와 문란함에 맞서서 근검절약하며 단정한 삶을 지향한다. 그리고 시민의 책임을 신을 향한 의무로 격상시켜서 개인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기독교 민주연합이 지향한 보수정치란 기독교의 전통과 가치가 여태까지의 보수세력과 기득권의 추구하는 바와 다름을 입증하는 것이며, 동시에 기독교의 사랑과 나눔의 가치가 사회 정치적으로 전통적 가치에 기반한 정의와 다르지 않음을 입증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복음에서 드러난 가치와 교회가 추구해온 전통을 교회 바깥에 있는 이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정치적으로 번역해내는 것이다. 복음의 가치를 실현하는데 있어서 불신자들과 연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정치를 의미하는 것이다. 

(사진: 기독교민주연합 당원이자 독일의 전 총리 메르켈)
(사진: 기독교민주연합 당원이자 독일의 전 총리 메르켈)

한국 개신교 교회의 역할: 보수재건 및 개혁

     이처럼 기독교 민주주의 또는 보수정치란 기득권에 대한 비판을 견지하면서 전통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며, 복음의 가치를 사회적, 정치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어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독교의 가치와 전통이 보수정치라는 영역에 들어갔을 때, 보수는 친 기득권 성향을 극복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기독교적 전통과 가치가 사회 정치 영역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바꾸어낸다. 보수정치를 기독교적 윤리 및 도덕을 구현하는 장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보수는 친 기득권 성향 극복 뿐만 아니라, 윤리적 도덕적 갱신을 이루어내게 된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할 것은 한국 및 세계 현대사에서 드러나듯이, 보수정치는 교회의 물적, 인적 지원 없이 지속될 수 없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보수정치가 건전하게 세워지는데 있어서 교회의 역할은 절대적이라는 주장은 과언이 아니다. 특히 대한민국의 정황상 보수정치가 건전한 기독교 민주주의로 거듭나는데 있어서 개신교 교회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개신교 교회가 기득권과 지배세력을 향해서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기독교적 가치와 전통을 사회적 정치적 메시지로 적절하게 잘 번역해낸다면, 대한민국 보수정치의 개혁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서 극단적인 세력을 배제하고 건전한 세력으로 보수정당을 개편하는데 큰 역할을 감당하게 될 것이다. 

    보수정당은 선거와 스캔들을 통해서 박살이 나도 개신교 교회는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 즉, 보수세력이 무너져도 개신교 교회가 기득권을 향하여 선지자적인 메시지를 던지며, 사회를 향하여서는 전통적 윤리와 도덕을 강조한다면, 보수정치를 통해 복음은 은은하게 울려퍼질 것이다. 복음은 대한민국 사회를 바꾸어 놓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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