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에게 속은 것은 무엇인가?

이세령 목사(복음자리교회_총회 대사회관계위원)
이세령 목사(복음자리교회_총회 대사회관계위원)

선악과를 따 먹음으로 아담과 하와는 자신들이 벌거벗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무화과 나뭇잎으로 치마를 만들어서 가렸다. 벌거벗음이 부끄러움이 되는 순간이다. 벌거벗음이 왜 선악과를 먹음으로 부끄러움으로 변했는가? 하나님께 대해서는 두려움으로 변하였다. 벌거벗음이 왜 문제인가? 뱀이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더 살펴본다.

 

1. 벌거벗음과 사탄의 간교함

앞선 글에서 벌거벗었으나 부끄러워하지 않았다는(2:25) 진술과 뱀의 간교함을 살펴본 바가 있다(3:1). 벌거벗음은 아루밈(ערומים )이고 간교함은 아롬(ערום)이다. 자음은 같고 모음의 발음이 다를 뿐이다. 따라서 벌거벗은 이란 표현과 간교함이란 표현은 언어유희의 기능을 가진다. 벌거벗음이 간교함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 유사함을 더 살펴보려고 한다. 이를 위해 뱀이 여자를 유혹하여 선악과를 먹게 하려는 3:5절과 선악과를 따 먹은 결과를 말하는 3:7절과의 대조를 보자.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져 하나님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 줄 하나님이 아심이니라(3:5)

이에 그들의 눈이 밝아져 자기들이 벗은 줄을 알고 무화과 나무 잎을 엮어 치마로 삼았더라(3:7).

두 구절이 공통점들이 있다. 선악과를 먹으면 눈이 밝아지리라고 뱀이 말을 했고 실제로 눈이 밝아졌다고 진술한다. 그리고 뱀은 하나님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게 된다고 했다. 그런데 결과는 자기들이 벗은 것을 알게 되었다. 양쪽 다 눈이 밝아져서 알게 된 것을 말한다. 뱀은 너희가 선악을 아는 것에 있어 하나님과 같이 된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벌거벗은 것을 알게 되었다. 선악을 알게 되어 하나님과 같이 된다고 뱀이 말을 했지만, 실제로는 벌거벗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과 같이 되기보다는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치마로 삼아 자신들을 가렸다. 그리고 정작 하나님을 두려워해서 숨었다. 뱀의 말을 따라서 선악과를 먹은 결과는 벌거벗음을 알게 되고, 선악을 알게 된 것이다. 따라서 벌거벗음에 대한 앎은 선악을 아는 것과 같이한다.

그런데 벌거벗음은 단락을 시작하면서 뱀의 간교함과 연결된다고 밝혔다. 아루밈과(복수형태) 아롬(단수)이다. 결국 정리하면 선악과를 먹은 결과 인간은 뱀의 간교함에 이르게 되었다는 말이다. 벌거벗음을 의식하지 않았던 상태는 뱀의 간교함과 관련이 없었지만 이제 선악과를 먹고 나서 눈이 밝아져서 벌거벗음을 의식하면서 뱀의 간교한 상태에 떨어진 인간을 발견한다.

뱀은 선악과를 통해서 선악을 알게 되는 눈이 밝아지는 길을 제시하였지만, 그것은 자신의 간교함으로 이르게 만드는 길이었다.

 

2. 뱀의 거짓은 무엇인가?

하나님이 남자와 여자에게 차례대로 왜 선악과를 먹었는지를 질문하는 과정에서 여자의 답변에 관심을 둔다. 하나님께서 질문하신다. 네가 어찌하여 이렇게 하였느냐? 여자가 답변한다. 뱀이 나를 꾀므로 내가 먹었나이다. 관심 어휘는 "꾀므로"이다. 이것은 속이다 기만하다 혹은 거짓 희망을 준다는 말이다.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이것 때문에 뱀은 거짓의 대명사가 되었다.

신약에서 선악과를 따 먹은 사건을 언급할 때, 동일한 동사를 사용한다.

고후11:3절이다. 뱀이 그 간교로 하와를 미혹한 것 같이(ὡς ὁ ὄφις ξηπτησεν Εαν ν τπανουργίᾳ ατοῦ, (2 Cor. 11:3 BGT).

간교는 창3:1절의 그 간교함이다. 그리고 '미혹하다'는 창3:13절에 여자가 사용한 그 어휘이다(ἠπτησν lxx). 비록 고후 본문에는 접두어 ex가 붙어 있지만, 이는 강조의 의미이고 본동사는 같다. 의미는 속임이고 거짓이다.

다른 본문은 딤전2:14절이다.

아담이 속은 것이 아니고 여자가 속아 죄에 빠졌음이라. (καὶ Ἀδμ οκ πατθη, ἡ δγυνὴ ἐξαπατηθεσα ν παραβσει γγονεν· (1 Tim. 2:14 BGT)

두 신약 본문은 여자가 뱀에게 속임을 당했다고 하면서 여자가 창3:13절에서 했던 그 어휘(lxx)를 그대로 사용한다. 그래서 뱀은 거짓을 말한 것이다.

결정적으로 예수님이 뱀에 대해서 말한다. 8:44절이다. 너희 아비 마귀에게서 났으니이는 그가 거짓말쟁이요 거짓의 아비가 되었음이라. 3:13절의 꾀다는 것과 같은 단어는 아니지만, 거짓 혹은 거짓말쟁이라고 한다. 의미의 전달이 성숙된 형태이다. , 마귀는 거짓말쟁이다.

여자는 뱀이 자신을 속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하나님께 답변할 때 뱀이 나를 속이므로 속아서 먹게 되었다고 답변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속았는가? 선악과를 먹어도 결코 죽지 않는다는 말인가? 눈이 밝아 하나님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게 된다는 말인가? 여자는 선악과를 먹었을 때 일어나는 변화를 겪었다. 벌거벗음에 대해 눈을 떴고 서로를 부끄러워하게 되었고, 하나님께 대해서는 두려워해서 숨었다. 이런 변화가 사탄이 약속한 것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기에 속았다는 말을 한 것이다. 결코 죽지 않으리라는 뱀의 말도 궁극적으로는 흙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하나님의 선언으로 거짓임이 밝혀진다. 그것보다 먼저는 과연 선악을 아는 일에 하나님과 같이 되었는가의 문제이다.

선악과를 먹기 전에도 사람은 선한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다는 하나님의 말씀도 알았다. 선악과를 먹지 않는 것이 선한 것이고, 먹는 것이 좋지 않은 악한 것임을 상대적으로 알 수 있다. 그런데 선악과를 먹음으로 사람은 뱀이 간교함에 이르게 되었다(벌거벗음과 간교함의 언어유희). 그 결과 새로운 선과 악의 세계로 진입한다. 하나님도 사람들이 선악을 아는 일에 우리와 같이 되었다고 선언하신다(3:22). 하나님처럼 선악을 알게 되었다.

선악을 아는 일은 선악을 판단하는 일이다. 선악과를 먹기 전에는 하나님만이 선악을 판단하는 주체자였다. 그런데 뱀의 간교함을 따라 선악과를 먹은 이후로는 사람도 선악을 판단하는 주체가 되었는데, 뱀의 간교함에 근거한 판단이다. 여자와 남자는 자신의 삶에 일어난 변화로 말미암아 선악과를 먹은 것이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벌거벗음이 부끄러움이 되어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자리에 이르게 된 현실, 하나님을 가까이하지 못하고 두려워하게 된 현실 등은 기대하지 않았던 거짓임을 알게 된 것이다.

뱀의 거짓은 하나님으로부터 독립하여 뱀에게 종속된 지혜(간교함)로 소속의 전이가 일어나게 한 것이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사람을 만들었지만, 뱀은 자신의 형상을 가진 존재로 바꾼 것이다. 그 결과 죽음과 불행 무엇보다 남의 먹거리를 탐내고 서로를 죽이고 책임을 전가하는 불행한 자리에 떨어진다.

 

3. 죄와 형벌 선언 단락 살피기

3:9-19절은 하나님께서 남자와 여자 그리고 뱀에게 죄의 책임을 묻고 형벌을 내리는 단락이다. 이 단락을 아래와 같이 구조분석을 해 볼 수 있다.

 

A. 남자의 죄를 추궁하시는 하나님(9-11)

B. 여자의 죄의 책임 (12)

C. 뱀의 책임 (13)

C’. 뱀에 대한 형벌(14-15)

B’ 여자에 대한 형벌(16)

A’ 남자에 대한 형벌(17-19)

(이 구조분석은 R. Ouro, the garden of eden account: the chiastic structure of genesis 2-3, Andrew Univ. Sem. Studies, vol 40.2 pp.236-7, 2002를 참조하였다).

 

이 대칭적인 구조분석의 결과는 중앙에 자리한 뱀의 책임과 형벌이 가장 중요함을 말한다. 남자와 여자가 저지른 죄와 그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뱀의 형벌을 중심에 두고 풀어가야 한다. 여자의 형벌인 아이를 고생 끝에 낳고, 남자와의 적절한 갈등도 중요하다. 그리고 남자에게 주어진 형벌인 땀 흘리며 일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뱀과 여자와 원수가 되는 관계를 유지하고 지키는 삶이 가장 중요하다. 뱀의 간교함에서 벗어나서 하나님의 지혜(선악)로 회복하는 것이 우리의 가정과 생업에 생명이 있게 된다. 다르게 말하면 남의 먹거리를 지키는 삶으로 가정과 노동이 되어야 한다. 이웃을 사랑하는 삶을 지켜내는 하나님의 사랑의 은혜를 깊이 누림이 필요하다.

 

죄의 책임과 형벌은 다음에 계속 다룬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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