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령 목사(복음자리교회 담임)
이세령 목사(복음자리교회 담임)

창세기 36장에는 세일산으로 옮겨가기 전에 에서(36:1-8)와 세일산으로 거주처를 옮긴 이후의 에서(에돔 36:9-43)로 나누어진다. 에서는 장자권을 파는 것으로 시작해서 결혼, 땅의 이주 등을 통해 아버지의 약속과 기업에 실질적인 관심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세일산으로 옮긴 후에 에서의 삶은 번성으로 치닫고 있다.

 

1. 왜 두 번의 역사(톨도트형식)가 기록되는가?

창세기는 모두 11개의 톨도트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에서의 경우 길지 않은 내용에 머리뼈의 톨도트 형식을 가진다. 36:1절과 9절에 있다. 그런데 에서의 형제인 야곱의 톨도트가 37:2절에 나오고 그 단락은 50장까지 이어진다. 아브라함을 소개하는 데라의 역사(11:27-25:11)와 야곱을 소개하는 이삭의 역사(25:19-35:29)과 비교할 때, 에서는 상당하게 짧다. 그러면서도 머리뼈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왜 그런가?

톨도트(역사) 형식은 창세기와 같은 긴 역사를 압축적으로 요약 설명하는 것에 최적화된 방식이다. 긴 시간의 흐름 속에 방향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기록과 편집의 방향을 독자들이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분량에 관계없이 방향에 큰 변화가 있으면 새로운 역사가 등장하기도 한다. 에서의 경우 같은 이름으로 두 번이나 나오기 때문에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세일산에 가기 전과 후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지는 것은 맞다.

세일산에 가기 전에는 야곱과 같이 있었다. 이것은 이삭의 약속과 기업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세일로 이주한 후에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들어간다. 세상과 다를 바가 없는 한 나라를 형성한다. 그래서 머리뼈의 톨도트 형식을 사용함으로 에서의 변화를 독자들이 잘 이해하도록 소개한다.

유사한 경우가 셈의 톨도트이다. 노아 홍수 이후 셈과 함과 야벳의 톨도트가 창10:1절에 소개되어 11:9절까지 단락을 이룬다. 그런데 창11:10에 셈의 톨도트가 독립적으로 다시 나온다. 이것은 에서의 경우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 , 야벳이란 형제들의 역사에서 셈의 역사만을 따로 조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셈과 연결해서 두번의 톨도트 형식을 사용한다. 노아의 세 아들 중에 하나로서 땅 위에 번성하여 민족과 나라들을 이루었다는 사실을 말한다. 비록 바벨 사건으로 나라와 민족과 언어로 분리되기는 했지만 번성을 이루게 된다. 그러나 셈의 역사가 홀로 사용된 경우는(11:10-26), 셈으로부터 시작하여 아브람에게 이르는 과정을 보여준다. 셈의 하나님이 되신다는 언약적 공식을 통해, 노아가 셈으로 그리고 아브람으로 연결되고 있는 과정을 보여준다. 긴 세월동안 하나님은 세상을 회복하시기 위한 약속을 마음에 두고 셈의 씨를 보존하시고 때가 되매 아브람을 부르심을 보여준다.

노아의 세아들의 역사를 통해 창조하신 세상의 보존을 보여준다면, 셈의 역사를 통해 하나님의 약속의 씨의 보존을 제시한다. 각기 다른 말을 전달하고 있다. 에서의 경우도 세일산 이주 전과 후가 다르다는 것을 말한다. 특히 세일 이주 후의 단락은 36:9절부터 시작해서 37:1절까지 진행된다. 야곱이 가나안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 37:1절이다. 야곱이 약속의 자손으로 유업인 가나안 땅에 견실히 서있는 것과 대조되는 에서의 번성이다.

 

2. 36장의 구조

36장은 단락이 36:1-37:1절까지이다. 이 안에 두개의 톨도트 양식이 있고, 이를 기준으로 크게 두 단락으로 나누어진다. 36:1-8이고 36:9-37:1절이다. 37:2절부터는 야곱의 역사이다.

 

1) 에서의 제2 세대와 이주

먼저 첫 단락에는 에서가 세 명의 아내와 결혼하고 자녀를 낳는 것이 나온다. 그리고 가나안을 떠나서 세일로 가는 장면이 나온다. 번성하지만 약속과 관계없음을 말한다.

 

2) 에서의 제3세대와 족장 형성

두 번째 단락은 세일 산에서 번성하여 왕국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이 나온다. 31절이 말하듯이 이스라엘 자손을 다스리는 왕이 있기 전에 에돔 땅을 다스리던 왕들의 명단을 소개한다. 야곱보다 훨씬 빨리 왕국으로 진입하여 나라를 형성한다. 그 과정을 밝혀주는 것이 세일 산에 있는 에돔 족속의 역사이다(36:9-37:1).

에돔의 역사 속을 보자. 먼저 에서의 아내들이 낳은 아들들을 소개하면서 바로 이어서 3세대 자손들을 소개한다. 먼저 첫째 아내 아다의 손자들이다(10-12), 그리고 바스맛의 손자들이다(13). 마지막으로 오홀리바마는 아들들만 다시 소개한다(14). 1~8절까지 제2세대가 나왔고, 이제 제3세대가 세일로 이주한 후에 나왔다.

그리고 에서의 족장들을 소개한다. 족장들은 세 명의 아내를 통한 제3세대와 2세대 사람들로 구성된다(14-19).

 

3) 세일의 제2-3세대와 족장 형성

이어서 세일 땅에 있었던 원주민 호리족속을 소개하면서 호리족속의 족장들을 소개한다(20-30). 특별히 에서의 아내가 된 오홀리바마의 가문을 자세히 소개한다. 세일도 아들과 손자들을 소개한다. 첫째 로단의 자녀 중에 호리가 있어 호리족속의 기원을 설명하고(22), 둘째 소발 그리고 셋째 시브온의 가문에서 아야와 아나가 나오고, 그리고 아나가 온천을 발견했고 아나는 디손과 오홀리바마를 낳는다. 이어서 넷째부터 여섯째 아들의 잣노를 소개한다(26-28). 그리고 나서 이들 2-3세대에서 족장들이 등장한다(29-30).

에서도 2-3세대들이 족장을 이루었다. 세일도 2-3세대가 족장 체제를 가진다. 비슷한 족속들이다.

 

4) 에돔 왕국이 형성되다.

족장 체제로 움직이던 세일 땅이 에돔 땅으로 명칭이 변경이 된다(31). 그리고 에돔을 다스리는 왕들이 소개된다. 왕은 족장들이 돌아가면서 한 것같다. 00의 아들 **가 왕이 되었다는 형식을 취하는 것이 그렇다. 처음에는 브올의 아들 벨라가 왕이 되고 도성은 딘하바이다(32). 벨라 이후에 보스라 사람 세라의 아들 요밥이 왕이 된다(33). 직계가 아님을 보여준다. 그리고 요밥이후 데만 족속의 후삼이 왕이 되고(34), 이후 브딧의 아닷이 왕이 된다. 아닷은 미디안 족속을 친 공로로 왕이 된다(35). 이어 하닷 이후 마스레가의 삼라가 왕이 된다(36). 이후 르호봇의 사울이 왕이 된다(37). 그리고 악볼의 아들 바알하난이 왕이 된다(38). 여기까지는 족속들이 돌아가면서 왕이 된 것 같다. 이때 이스라엘은 아직 왕이 없을 때이다(31). 에서의 자손들이 세일에서 잘 정착하고 오히려 이름을 에돔 땅으로 바꾼 것을 보면 에서의 자손들이 세일을 지배한 것으로 보인다(31).

악볼의 아들 바알하난이 죽자 하난이 왕이 되었다(39). 그런데 하난은 어디 출신인지 아버지가 누구인지를 밝히지 않는다. 이것은 부자 계승이 되었음을 말한다. 대신에 하난의 아내 이름을 밝힌다. 수도가 도우이고, 아내 이름은 므헤다벨인데, 마드렛의 딸이고 메사합의 손녀라고 소개한다(39). 이것은 족속별로 돌아가면서 왕이 되던 것이 부자 계승으로 한 족속에게 고정된 순간이다. 마치 베냐민 지파 사울이 왕이 되고, 이어 유다 지파의 다윗의 왕이 되다가 다윗부터는 지파로 돌아가지 않고 부자 계승이 된 것과 같다.

이를 보상하기 위해 하난은 다른 족속의 딸을 아내로 삼았고, 그 아내의 족속을 소개해 준다. 왕국이 정착하는 일반적인 과정을 밟았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고대 신라에서 박, , 김이 돌아가면서 왕이 되다고 한 성씨가 왕으로 정착된 것과 유사하다. 왕권이 상당히 안정되었음을 반영하는 것이 부자 계승이다.

에서의 나라 에돔은 이렇게 발전하였다.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성취했다. 이것을 비교대상인 야곱 즉 이스라엘과 비교해서 확인한다(29). 이렇게 에서의 나라 에돔이 발전해서 나라 즉 왕국을 이루었다.

그리고 40-43절은 왕국을 뒷받침하는 족장체제가 굳건함을 보여주기 위해 족장들을 소개한다.

이렇게 에서는 아버지와 약속의 땅 가나안을 떠나 세일로 갔지만 거기서 번성하고 왕국을 이루었음을 창36장은 잘 설명하고 있다. 긴 시간을 톨레돗 형식을 취하여 설명하였다. 에서의 자손 에돔의 나라의 번성과 성공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3. 세상 나라와 다르지 않은 에돔

창세기 저자는 에돔의 톨레돗(역사)속에 창37:1절을 집어넣고 있다. 내용은 에서와 관계가 없다. 에서의 형제인 야곱에 관한 이야기다.

야곱이 가나안 땅 곧 그의 아버지가 거류하던 땅에 거주하였다.

우리 번역(개정개역)을 비롯해서 많은 번역들이 창37:1절을 36장에 두지 않고, 오히려 37:2절과 연결을 시키고 있다. 그래서 야곱의 족보는 이러하니라에 붙은 것처럼 37:1절 끝에 마침표를 찍지 않는다. "야곱이 가나안 땅 곧 그의 아버지가 거류하던 땅에 거주하였으니 야곱의 족보는 이러하니라" 실제로 잘 연결이 되지는 않지만 연결시키고 있다.

문제는 왜 저자는 창37:1절을 에서의 역사(36)에 포함시키는가? 내용상 명백한 것은 야곱이 가나안 땅에 있었다는 것과 에서는 세일로 이주해서 살았다는 대조이다. 이것이 왜 중요한가?

가나안 땅은 조상 아브라함과 이삭이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약속의 땅이다(12:5-7, 13:15,15:18-21, 17:8 ). 그래서 야곱은 밧단아람에서 돌아와 형 에서를 극복하고, 약속의 땅에서 묵묵히 세월을 보내고 있다. 반면에 에서는 번성과 소유의 관점에서 세일로 이주했고, 그곳에서 성공해서 자손들이 왕국을 이루어 내었다. 그러나 이 나라는 세상 나라와 다름이 없는 한 나라였다. 아브라함과 이삭의 아들들이 꿈꾸며 이루는 나라는 아니었다. 세상에 복이 되는 나라는 아니다. 바벨로 인해 흩어진 많은 여러 나라들 가운데 다를 바가 없는 한 나라를 형성한 것이다.

야곱은 약속의 땅에 거주하면서 하나님의 약속과 부모의 유업에 성실하게 서 있다. 세상적으로 어떤 성공이나 발전에 기웃거리지 않고 자기의 길을 충실히 가고 있다. 이는 가인의 자손들주에 라멕이 세상의 문화와 기술을 바탕으로 힘과 권력을 가진 왕국을 이룬 것과 달리 셋과 에노스는 단순하게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는 백성들로 남아있던 것과 비교된다. 야곱이 그와 같다. 왕국을 이루지 못해서 약속 가운데 남아있는 삶이다.

다음에는 이어지는 야곱의 역사를 살펴본다. 약속을 따라 밧단아람에서 가나안으로 돌아왔고, 형 에서가 떠나갔지만 아버지의 유업을 지키면서 사는 삶이 어떻게 하나님이 약속한 나라를 이루는 길에 서는지를 요셉을 통해 보게 된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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