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은혜로운 다스림의 영역이며,
이 은혜를 믿고 순종하는 백성으로 이루어지는 나라”

​정주채 목사/사단법인 산돌손양원기념사업회 이사장​
​정주채 목사/사단법인 산돌손양원기념사업회 이사장​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가장 큰 소망은 하나님나라다. 이 소망은 현재뿐 아니라 미래와 영원까지 이른다. 예수님의 가르침과 설교의 주제는 단연 하나님나라였다. 복음서에는 하나님나라[천국]”란 말이 100번 이상 나온다. 이 중에서 대부분은 예수님께서 사용하셨다. 예수님께서 공사역을 시작하시면서 첫 번째 한 설교의 주제가 바로 이것이다. 1:15 “때가 찾고 하나님 나라가 가까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모든 사역과 가르침의 주제 역시 하나님나라였다.

그가 가르치신 수많은 비유들은 하나님나라에 대한 비유다. 대부분의 비유들이 하나님나라는 이와 같으니라는 말씀으로 시작되고 있다. 그가 승천하시기 직전에 하신 마지막 말씀의 주제도 역시 하나님나라였다. “그가 고난 받으신 후에 또한 그들에게 확실한 많은 증거로 친히 살아계심을 나타내사 사십 일 동안 그들에게 보이시며 하나님나라의 일을 말씀하시니라”(1:3)

트라팔가 광장(Trafalgar Square) 바닥에 맨손으로 JESUS를 쓰고 있는 남성 / 2023년 2월 12일 / 사진@ 김대진/ 코닷DB
스페인 트라팔가 광장(Trafalgar Square) 바닥에 맨손으로 JESUS를 쓰고 있는 남성 / 2023년 2월 12일 / 사진@ 김대진/ 코닷DB

1. 하나님나라의 명칭

하나님나라의 명칭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천국, 낙원(23:42), 새 예루살렘(3:12), 하나님의 집(10:21), 아버지 집(14:2), 영원한 나라(벧후 1:11), 새 하늘과 새 땅(벧후 3:13, 21:1), 안식(4:8), 그 사랑의 아들의 나라(1:13), 셋째 하늘(고후 12:2), 하늘의 보좌(4:2) 등이다. 이들 중에서 대표적인 명칭은 하나님나라( the kingdom of God)”천국(the kingdom of heaven)”이다. 구약에는 천국에 대한 직접적인 명칭은 없으나 하나님이 계신 곳으로 묘사되고 있다(28:12-13, 1:6-7, 6:1, 14:12-14, 7:13 ).

천국은 마태가 그의 복음서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으며 그 외에는 유일하게 바울 서신에 한 번 나온다(딤후 4:18). 사도 마태는 하나님이란 말을 직접 사용하는 것을 조심스러워하는 유대인들의 습관을 따라 천국이란 명칭을 주로 사용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는, 같은 뜻이면 가능한 짧은 낱말을 사용하는 습관이 있으므로 이에 따라 천국이란 명칭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전에는 천당이란 말도 썼는데 요 14:1-3아버지 집, 거처등을 근거로 그랬던 것 같다.

 

2. 하나님나라의 정의

하나님나라를 가장 간단하게 정의하면 하나님의 은혜로운 다스림의 영역이며, 이 은혜를 믿고 순종하는 백성으로 이루어지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나라라고 하면 죽어 이 세상을 떠나야 들어갈 수 있는 내세의 나라라고만 생각한다. 그러나 천국은 현세와 내세를 다 포괄하는 우주적이고 보편적인 나라이며 영원한 나라다.

그러나 여기서 은혜로운통치라고 한정하는 것은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하나님의 통치가 미치지 않은 영역은 없기 때문이다. 지옥까지도 하나님의 통치 아래 있다. 따라서 하나님나라는 하나님의 복되고 은혜로운 다스림이 있는 영역이고, 지옥은 하나님의 진노와 심판의 다스림이 있는 영역이라고 구별한다.

 

3. 그 어디나 하나님나라 - 보편성

나라가 나라로 성립되려면 있어야 할 세 가지 요소가 있는데, 그것은 주권과 백성과 영토다. 하나님나라에서는 이 세 가지 요소 중에 특히 하나님의 주권과 그의 다스리심을 받는 백성이 강조된다.

하나님나라에서 우리가 첫 번째로 생각해야 할 것은 하나님의 주권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 우리나라 헌법에도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하나님나라는 세상나라와 다르다. 하나님나라는 그 주권이 하나님께 있고 모든 권력은 하나님께로부터 나온다. 그러므로 하나님나라는 하나님의 주권이 임하고 그의 통치가 실현되는 영역이라고 정의하는 것이다. 모든 피조물들이 하나님의 권세에 복종하고 그의 통치를 받아들여 그의 뜻이 온전히 이루어질 때 거기에 하나님나라가 임한다.

주기도문에 보면 나라가 임하시오며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라고 했는데, 이것은 두 가지 기도제목이 아니라 하나의 제목이다. 즉 하나님나라가 임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하나님나라는 장소성을 가지고 있지만 어느 한 곳에 고정되었거나 제한돼 있는 나라가 아니다.

바리새인들이 하나님의 나라가 어느 때에 임하나이까 묻거늘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하나님의 나라는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요 또 여기 있다 저기 있다고도 못하리니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17:20-21)

이 말씀에서 예수님은 하나님나라의 보편성을 드러내고 있다. 여기서 이란 "안에(within)""가운데(among)"로 다 번역할 수 있는 말이다. 곧 주께서 임재하시는 곳이 하나님나라라는 말씀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가 하나님나라를 구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통치와 그의 영광과 축복이 자신과 온 세계 위에 나타나고 임하기를 구하는 것이다. 다윗은, “하나님이여 주는 하늘 위에 높이 들리시며 주의 영광이 온 세계 위에 높아지기를 원하나이다”(57:11)라고 기도했다.

 

4. 영적이고 도덕적인 하나님나라

하나님나라는 영적이고 도덕적이다. 하나님나라에 대한 유대인들의 치명적인 오해가 있었는데 그것은 하나님나라를 민족주의적으로 생각했고, 또 세속적인 국가와 동일시했다는 것이다. 하나님나라란 말은 예수님이 처음 사용하신 말이 아니다. 이것은 아브라함과 다윗에게 주신 언약이고(12:2-3, 11:10 이하, 대상 17:11-14), 하나님을 믿는 자들에게 주신 계시요 비전이다(145:13, 11:13-16). 선지자들은 장차 메시야가 오실 것이고 그가 영원히 흔들리지 않는 나라를 세울 것이라고 예언하였다(9:10, 2:44). 그러므로 메시야로 말미암아 세워질 하나님나라는 이스라엘의 소망이었다.

그런데 예수님 당시 이스라엘은 로마제국의 식민통치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자기들을 지배하고 있는 로마제국으로부터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는 것이 그들의 민족적인 염원이었다. 그러다보니 그들이 바라는 하나님나라는 메시야가 오셔서 예루살렘을 수도로 삼고 세우실, 로마제국을 압도하는 세계 최대 최강의 왕국이었다. 그러나 예수님이 말씀하신 하나님나라는 이들의 생각과는 완전히 달랐다. 하나님나라는 먼저 사람들의 마음에 임하는 나라입니다. 유대인들의 원수는 당시 예루살렘 거리를 활보하던 로마군대가 아니라 그들의 마음을 차지하고 있던 죄악이다. 사탄은 죄를 통해 사람을 지배하고 다스린다.

그리스도는 이방나라의 권세를 물리치시기 위해 오신 메시야가 아니라 자기 백성을 저희 죄에서 구원할 자로 오신 분이다. 사탄의 권세를 멸하시고, 죄와 사망의 권세 아래 있는 자들을 해방시켜 하나님의 백성으로 삼으시기 위해 오신 분이다.

그리고 또한 유대인들이 생각하는 하나님나라는 물질적으로 부요하고 풍성한 나라였다. 그들은 가난에서 해방시켜 줄 메시야를 고대하고 있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오병이어로 오천 명을 먹였을 때 군중들은 그를 왕으로 삼으려고 열심히 찾아다녔다. 그리고 예수님은 공적인 사역을 시작하시면서 40일 동안 금식하였는데, 그가 굶주려 있을 때 마귀가 찾아와서 돌로 떡을 만들어 먹으라고 하며 떡 문제로부터 구원사역을 시작하라고 유혹하였다.

예수님이 이를 단호히 물리치신 것은 하나님나라는 먹고 마시는 것이 아니요 오직 성령 안에서 의와 평강과 희락”(14:17)이기 때문이다. 하나님나라는 복음과 성령으로 의로움과 성결함을 얻고 그 가운데서 참된 평강과 기쁨을 누리는 영적이고 도덕적인 나라다. 예수님은 그러므로 염려하여 이르기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지 말라”(6:31)고 하시고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33)고 하셨다. 세상나라에서는 권력과 경제가 가장 중요하지만 하나님나라에서는 하나님과의 관계와 도덕적인 삶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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