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용 의자 / 정온유오래전, 오래전, 아주 오래전 내 몸은 매우 부실하고 무심했었다. 어느 날 누군가 나를 바라보며 안타까워했다. 나는 내가 더 튼튼해 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나를 만든 그에게 찾아가 단단하고 튼실하게 고쳐 줄 것을 날마다 바랐다. 그는 내게 한 해 한 해 조금씩 고쳐주마 했고 그렇게 한 해 한 해 지나면서 거짓말처럼 내 몸은 단단하고 윤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그런 사실조차 잊고 살게 되었다. 나는 나를 찾는 이가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 했고 내게 무심해도 괜찮았다.갑자기 가을이 왔다. 맞을 준비도 없이 가을이 와 버렸다. 갑자기 설렌다. 누군가 나를 찾아 줄 것이고 앉아 줄 것이다. 그러면서 나도 서서히 고쳐지고 다듬어질 것을 믿는다. 나는 내게 많은 사
몸의 기도 / 정온유 내 몸이 한 번 뒤척일 때마다 생각이 뒤척이고 마음이 뒤척이고 세상이 뒤척이고……. 그런 마음들이 정리 되는 시간, 핏값으로 물든 내 삶을 귀하게 보듬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새벽을 걷습니다. 예배당 오르는 계단엔 부활의 아침을 찬양하는 작은 꽃들이 봄빛을 털어내며 온몸으로 기도합니다. 내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 움직이고 내 과거와 미래가 함께 움직이고 이 모든 것을 끌어안고 내 영혼이 움직입니다. 당신께 가까이 가기 위해 온몸으로 뒤척입니다. 내가―.
사각의 뇌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정온유오래 전 산 아래 집에서 살면서 매일 산을 보게 되었던 적이 있었다. 처음엔 그저 산이 있으니 무심히 보게 되었는데 조금 지나니 산이 궁금해지기 시작했고 결국 몇 시간을 산만 바라보는 습관이 생기게 되었다. 산 속을 상상하고 그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하여 궁금했다. 그 때부터 등산을 조금씩 했고 산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했다. 그렇다고 내가 숲에 대하여 엄청난 일을 하리란 것은 아니고 그저 산, 숲이 신기할 뿐이었다. 질서 없이 무성해 보이기만 하는 저 산이 철저한 질서 속에서 만들어지는 숲이라는 것에 놀랍고 경탄해 마지않았다.여린 꽃잎 하나 건들지 않고 곱게 피워내느라 부드럽게 휘어져 지나가는 바람을 보고 바람에게도 길이 있음을
20여 년 전에 혼자서 백김치를 담구겠다고 겁 없이 일을 저지른 적 있었다. 배추는 지금 생각하면 50포기 정도는 됐던 것 같은데 그 때는 산무더기처럼 높아 보였다. 이렇다는 말도 없이 마당 가득 배추를 부려 놓고 간 형부를 원망하며 백김치에 들어 갈 견과류와 과일, 채소를 준비하고 요리책을 펼쳐 놓고 한 포기 한 포기 김치소가 빠지지 않게 명주실로 묶어가며 온 신경과 마음을 다해 담갔다. 그렇게 하루 종일 담근 백김치가 색깔도 예쁘고 모양도 예쁘게 항아리로 한 가득 했다. 항아리 크기는 내 허리까지 올라오는 크기였으니 절대 적은 양은 아니었다. 혼자서 그 많은 김치를 다 했다는 뿌듯함으로 며칠은 든든했는데 나는 자꾸 그 항아리 속이 궁금했다. 그래서 하루가 멀다 하고 그 항아리 속을 들여다보곤 했다. 며칠
회개의 뒤축 - 램브란트의 /정온유 죄의 길을 돌아오는 멀고 험한 뒤축이 닳을 대로 닳아서 너덜거려 벗겨지고 누더기 지나온 삶이 티눈처럼 따갑다. 쥐엄열매 뒤적이던 민머리 난잡함도 괜찮다 토닥이는 아버지의 멍든 눈물이 탕자의 쓸한 마음에 봇물 되어 흐른다. 엎드려 꿇어앉은 눈물 가득한 회개의 밤 바닥까지 내려가도 이리도 편안할까, 다 해진 삶의 한 곳이 등불 환히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