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손 /이종남요즘처럼 믿음을 상황적으로 해석하여 이기적으로 적용하는 세대주의는 없는 것 같다. 모두가 나만은 옳고 정의롭다. 그리스도인들까지도 하나님의 관점에서 자신과 세계 그리고 사회를 해석하지 않는다. 상황이 모든 판단의 근거가 된다. 사실을 하나님의 관점으로 해석한다고 하면서 자기 이익을 위해 왜곡, 변질, 변색하는 지독한 합리적 이기주의 정체 뒤에 숨어서 니체처럼 신은 죽었다고들 한다. 두렵다! 참으로 두렵다! “그건 너 바로 너야!”라고 심장을 향해 비수를 꽂는 듯 바위 손은 눈을 부라리며 나를 가리키고 있다.
낙조 /이종남 금빛 하늘을 조각조각 나눠 담은 평생 삶으로 빚어낸 애환의 빛 은빛 쟁반 같은 다랑이 논은 검은 비로드 같은 숲 끝자락에서 바다를 치마처럼 두르고 앉아서 오늘도 생명을 품어 풍요를 꿈꾼다 작은 가슴을 내어놓은 듯 새빨간 열정으로 지는 낙조는 황금빛 사랑을 빚어내서 척박한 땅에서 삶을 일궈 낸 농부처럼 굽은 허리 감아 머문 세월을 내일로 흐르게 한다 밤을 관조하듯 따스한 불이 켜지면
봄은 고향입니다. /이종남 봄은 고향입니다. 언제나 돌아가고 싶은 언젠가 다시 돌아가야만 할 언제나 안식처 같은 봄은 고향입니다. 설화 속에 핀 꽃처럼 길고 긴 겨울을 견딘 그 겨울의 희망 때문입니다. 봄은 고향입니다. 아침 이슬 영롱한 빨간 튤립 노란 개나리 길섶의 풀 한포기도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빛과 어둠 /사진, 글/이종남 어둠은 빛을 부러워 하면서도 뒤로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빛 앞에 서성이는 양면성이다. 자기 속에 많은 사람을 품고 더 깊은 어둠을 만들어서는 죽음같은 생존을 변증하려 빛을 배타하여 맞선다. 빛은 그림자를 만들어내지만, 어둠을 배타하지 않으면서도 섞여갈 수 없음으로 인하여 언제나 어둠의 맞은 편에서 어두움의 그리움이 된다. 빛앞에 서리라! 빛으로 들어가리라!
휴식 / 이종남 바다속에 스며든 고운햇살 따라나와 잔잔한 물결따라 어디로 가니 거북아 천년고요의 완성이 되어준 산자락 떠나 멈춰선듯 느린거름으로 또 어딜가려고 바람을 만나면 파도와 함께 춤추는 거북이 바람 자면 잔잔한 바다위에 그림이 되고 칠흑같은 밤이 와도 거기 그렇게 앉아서 지친 사람들 휴식이 되어주는 거북이 산은 바다를 만나 드리워 그림이 되고 바다는 거북이를 만나 세월을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