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채 목사/사단법인 산돌손양원기념사업회 이사장​
​정주채 목사/사단법인 산돌손양원기념사업회 이사장​

 

예수를 십자가에 넘겨준 빌라도,

아프가니스탄을 탈레반에게 넘긴 바이든

 

필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군대를 철수시킨 미국 바이든 대통령을 보면서 빌라도가 연상되었다. 빌라도 총독은 예수가 죄가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확실하게 알면서도 결국은 그를 십자가에 못 박도록 넘겨주었다. 빌라도는 나름대로 예수를 살려보려고 마음을 많이 썼다. 그러나 이것이 정치적인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는 소신을 포기하고 죄 없는 청년을 죽음에 내주었다. 그가 비록 안타까워하는 마음은 가졌었지만, 자신의 정치적인 입장에서 보면 한 청년의 죽음은 사소한 문제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죽어 내세에 갔을 때, 예수가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가진 만유의 주이신 것을 알고 그가 얼마나 놀랐을까? 아마 기절초풍하여 얼굴을 감싸고 스스로 지옥 불에 뛰어들었을 것이다. 로마제국의 자랑거리는 정비된 법률과 유능하고 성실한 관료들, 그리고 사방으로 뚫린 도로였다고 한다. 하지만 빌라도는 유능하고 성실한 관료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정의로운 소신을 지키지 못하였다. 여기서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사소한 일이라 할지라도 언제나 정직하고 성실해야 한다는 것을 크게 배운다. 생명과 연관될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를 명령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미군 철수로 말미암아 일어나게 될 참상을 쉽게 짐작할 수가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얼마나 기도했을까? 탈레반이 정권을 잡았을 때 거의 확실하게 일어나게 될 인명의 대량학살을 생각하며 얼마나 간절히 기도해봤을까? 여성과 아이들, 교회와 기독교인들, 지난 정부에서 일한 관료들과 그 가족들, 정치적인 적대자들 등등이 죽음에 내몰리는 상황을 생각하며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정치적으로는 그의 결단이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스스로 설 수 없는 정부를 언제까지 옆에서 지켜 준다는 말인가? 그것도 부패하여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정부를 말이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철군 문제는 정치 이전의 생명에 관한 문제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생명을 지키는 일은 정치적인 유불리를 따질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다른 국가의 국민이라고 외면한다는 것은 말이 아니다. 인권 문제는 민족이나 나라를 초월하는 문제다. 누구의 생명이든 생명은 지켜야 한다. 그런데 수많은 생명을 사지로 몰아넣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빤한 것을 알면서도 철군을 결정했다는 것은 기독인 대통령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앞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얼마나 많은 피가 흐를지 모른다. 역사에서 보면 혁명이나 정치체제의 변경으로 인해 희생된 사람들의 수는 천문학적인 숫자다. 레닌의 공산혁명으로 희생된 사람이 1,500만 명, 스탈린의 집권으로 희생된 사람이 2,000만 명, 모택동의 집권 하에서 일어난 대약진운동과 문화혁명 등으로 희생된 사람이 2,000만 명(실제로는 5천만 명이 넘는다고 알려져 있다)이라고 한다. 하여간 공산주의와 관련해서 죽은 사람은 세계적으로 일억 만 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과거에 캄보디아에서 일어났던 킬링필드가 재연될 것이다. 우리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잔혹함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제 모든 국가와 정부들이 일어나야 한다. 국제적인 공조를 만들어 인명의 대량학살을 막아야 한다. UN이 나서야 하고, 모든 나라와 백성들이 나서서 탈레반 정부에 경고를 보내야 한다. 특별히 우리 기독인들은 아프가니스탄의 교회와 기독교인들, 아직도 거기에 남아 있는 선교사들, NGO 요원들을 생각하며 기도를 쉬지 말아야 한다. 그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인류의 비참한 역사는 언제 끝날 것인가? 마라나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군사전문매체 디펜스원은 전날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아프간인들을 태우고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까지 운항한 미공군 C-17 글로브마스터 수송기 내부를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비행기에 탑승한 아프간 시민만 640여명이라고 한다. 사진은 카불을 떠나 카타르로 향하는 미 공군 C-17 전투기에 아프간 민간인들이 탄 모습. (트위터 캡처)2021.8.17/뉴스1 © News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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