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대우 교수(고신대)
황대우 교수(고신대)

SFC는 지난 74~5, 즉 월요일과 화요일 양일간 SFC총회상임지도위원회 및 각노회 SFC지도위원장 연석회의를 경주에서 가졌다. 그 자리에 총회 산하 미래정책위원회(이하 미정위)SFC 폐지라는 폭탄 안건을 들고 찾아왔다. 미정위의 방문은 공지된 내용이었지만 SFC 연석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 당황스러움은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왜냐하면 함께 의논하자고 내놓은 주제가 SFC 폐지였기 때문이다. “시대에 맞지 않는 SFC는 폐지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한다.” 이것이 미정위가 가져온 정책 제안의 서론, 즉 핵심이다. SFC의 존재 자체가 시대에 맞지 않는것으로 단정한 다음, 폐지해야 한다는 결론을 전제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자는 제안이다.

미정위가 준비한 자료에는 SFC가 왜 시대에 맞지 않는지 그 이유와 근거에 대한 설명이 전무하다. 그리고 그 자료에 있는 도표들이 어디서 어떻게 도출된 자료인지 전혀 밝히지 않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SFC의 전도에 대한 자료 역시 무엇에 근거한 분석인지 알 수 없고, 따라서 정확도 역시 신뢰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 자료가 제시하는 SFC 폐지 이유는 딱 하나, 전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SFC 운동원 1명당 전도 인원이 1명도 되지 않는다는 전도현상 도표가 유일한 근거 자료다. 미정위는 자료의 정확도와 활용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은 도표 하나를 근거로 SFC는 존속의 가치가 없다고 결론 내리고, “총회목회자훈련원(가칭)” 설립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SFC를 폐지하고 총회 차원의 목회자훈련원을 세워서 운영하자는 것이 미정위 제안의 골자다. 이 제안 자료는 미래정책위원장 손현보 목사를 작성 책임자로 명시하고 있다. 물론 손현보 목사를 비롯하여 모든 미래정책위원의 공동 책임일 것이다. 그들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SFC는 전도의 성과가 부족하기 때문에 없애야 한다.’는 말이다.

미정위는 이 내용을 이번 9월 총회에 안건으로 상정할 야심 찬 포부를 연석회의에서 밝혔단다. 그런데 뜻밖에도 사회자인 SFC 지도위원장 김문훈 목사도 SFC 폐지 제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미정위의 주장에 동의하고 찬성한 것이다. 김 목사는 그 자리에서 미정위가 가지고 온 의제 내용을 몰랐다고 여러 번 밝혔단다. 여러 정황상 그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SFC 공식 웹사이트갈무리
SFC 공식 웹사이트갈무리

“SFC 폐지라는 안건을 고신총회에 상정하겠다는 미정위의 계획은 고신정신을 아는 고신교회라면 충격적인 사건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SFC를 폐지하자는 말은 사실상 고신교회의 뿌리를 뽑고 정체성을 포기하자는 주장과도 같기 때문이다. SFC학생신앙운동을 의미한다. “학생신앙운동이라는 한글 명칭은 1948년에 처음 등장할 정도로 역사가 깊다.

1952년에 태동한 고신교회는 1946년에 개교한 고려신학교 없이 정체성을 찾기 불가능한 것처럼, 고신교회의 학생회 역시 SFC 즉 학생신앙운동 없이는 상상할 수조차 없다. 한 마디로, 고신교회와 학생신앙운동은 태동부터 지금까지 모든 것을 공유해온 불가분의 신앙 동지이다. 그 둘은 신학적이고 신앙적인 정체성도 같다. 즉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과 대소교리문답이다.

학생신앙운동의 강령도 고려신학교 초대 학장 박윤선 목사의 작품이 아니던가! 학생신앙운동의 3대 생활 원리인 하나님 중심, 성경 중심, 교회 중심을 모르는 고신교회 목회자가 있을까? 하나님 중심, 성경 중심, 교회 중심이 학생신앙운동의 3대 생활원리라는 사실을 혹 모를 수는 있으나, 그 구호의 내용 자체를 모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학생신앙운동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그들이 과연 고신교회의 역사와 정신을 아는 자들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해방 후 교권주의자들의 권력 남용 때문에 한국장로교회에서 쫓겨나 최초의 한국장로교회 분열 사건의 피해자가 된 고신교회의 정체성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고민했는지 SFC폐지를 주장하는 자들에게 묻고 싶다.

그들의 SFC폐지 이유는 황당무계 그 자체다. 전도의 열매가 부족하기 때문이란다. 이런 황당한 주장을 하는 자들에게 묻고 싶다. 누군가 평생을 선교사로 헌신했지만 단 1명의 신자만 얻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선교를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 교회 개척 후 수년이 지나도 교인이 늘기는커녕 답보 상태거나 오히려 줄었다면 목사는 목회를 포기해야 하는가?

교회를 설립한 후 한 때 기백 명의 성도가 모였으나 어느 순간부터 줄기 시작하여 어느덧 백 명 이하로 줄어든 교회는 문을 닫아야 하는가? 교회학교 아이들이 계속 줄어든다고 교회학교를 폐지해야 하는가? 전도의 열매가 미미하다고 대학부나 청년회를 없애야 하는가? 전도회라는 명칭을 가진 남녀 전도회들도 전도의 열매가 없다는 이유로 폐지하지는 않는다.

전도의 열매는 은혜의 결과이지, 신박한 전도 방법의 결과가 아니다. 전도는 성령 하나님의 선물이지, 전도의 열심에 달린 문제가 아니다. 물론 고신교회는 전도의 열정조차도 하나님의 은혜라고 가르친다. 세상의 모든 선한 열매와 결과는 오직 하나님께로부터 온다. 우리가 복음의 씨를 심고 물을 줄 수는 있으나 자라게 하시는 분은 오직 하나님 한 분뿐이시다.

과거 어느 때와 비슷하게 지금의 SFC도 결코 완벽하거나 이상적인 집단은 아니다. 수상하거나 무익한 집단은 더더욱 아니다. SFC는 어느 학원선교단체보다도 건전한 단체다. 건전하다고 장점만 있겠는가? 단점도 있다. 비록 고신교회 지도자들의 눈에 그 단점이 아무리 커 보이고 아쉬워도 폐지가 답은 아니다. SFC는 고신교회의 신앙동지이기 때문이다.

단점은 고치면 된다. 귀한 물건일수록 아끼고 보존하지 않는가? 하물며 고신교회의 역사와 고락을 함께한 신앙동지를 어떻게 쉽게 버릴 수 있겠는가? 헤어진 곳은 집어서 사용하고 구멍 난 곳은 때워서라도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 단점이 많이, 크게 보일수록 더욱 아끼고 사랑할 대상이 SFC이다. 가족과 동지는 서로의 허물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이다.

SFC도 이런 기회에 스스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길 바란다. 왜 이런 소동과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지 고민하고 성찰해야 한다. 학원선교단체로서 부족한 점도 있겠지만 고신교회 산하의 학생선교단체의 역할과 역량을 얼마나 잘 감당하고 있는지 스스로 묻고,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개선할 것은 개선하길 바란다. 물론 두 역할을 모두 잘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참에 SFC 출신 교단의 나쁜 정치꾼들에게도 쓴소리를 해야겠다. 그들은 목사든 장로든 권력과 명예욕에 사로잡힌 자들이요, 순수하고 열정적으로 시작한 학생신앙운동을 변질시키고 욕먹게 만든 장본인들이다. 그들은 회개해야 한다. SFC 운동은 종교개혁처럼 회개 운동으로 시작한 모임이기 때문이다. 물론 양심적이고 깨어 있는 선한 지도자들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정위가 간절히 설립하길 원하는 총회 목회자 훈련원(가칭)”은 반드시 SFC를 폐지해야만 가능한 일인가? 둘의 상관관계는 전혀 없어 보이는데 그들은 왜 굳이 SFC폐지라는 극약 처방을 내렸을까? SFC에 쌓인 원한이라도 있는 것인가? 수많은 의구심이 든다. 하지만 그들이 다른 특별한 정치적 의도가 없다면 괜한 오해를 받지 않길 바란다.

미정위가 의도하는 총회목회자훈련원(가칭) 설립은 얼마든지 총회에 안건으로 상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위해 아무 관련 없는 SFC를 폐지하자는 주장을 두 번 다시 꺼내지 않길 바란다. 만일 그들이 앞으로 계속 SFC폐지를 주장한다면 그들의 정치적 의도는 의심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의도가 무엇인지는 오래 가지 않아 반드시 밝혀질 것이다.

손현보 목사와 김문훈 목사에게 묻고 싶다. “목회하는 세계로교회와 포도원교회는 고신교회의 정체성과 장로교의 정치원리에 부합하는 교회입니까?” 교회가 크다고, 돈이 많다고 행사할 수 있는 권리까지 크거나 많은 것은 아니다. 하나님 앞에서는 작은 교인도 큰 교인도 없고, 작은 교회도 큰 교회도 없다. 모두 함께 그리스도의 몸을 구성하는 지체일 뿐이다.

돈과 권력으로 고신교회를 장악하여 좌지우지하려는 불순한 세력이 없길 바란다. 그런 자들로 의심되거나 그런 자들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다면 고신교회는 똘똘 뭉쳐 싸울 것이다. 그들이 아무리 돈이 많고 권력이 막강해도, 그래서 질 싸움이라는 것이 명약관화해도, 하나님의 공의를 위해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끝까지 싸울 것이다. Deo Volen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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