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채 목사/사단법인 산돌손양원기념사업회 이사장​
​정주채 목사/사단법인 산돌손양원기념사업회 이사장​

우리가 앞에서 살펴본(아래 관련기사 참조) 김복원과 관선이사 사태, 그리고 그 후에 이어진 여러 가지 일들은 우리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고신이 가진 대표적인 영적 유산인 코람데오 정신이 일반 영역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상태에 있다. 이제라도 전 교회적인 회개운동으로 진정한 부흥을 일으키지 못하다면 고신교회의 존재가치는 소멸되고 말 것이다.

사람아 주께서 선한 것이 무엇임을 네게 보이셨나니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은 오직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미가 6:8)

지난 역사에서 우리가 성찰해야 할 내용들을 간단히 정리해보고자 한다.

 

1. 고신총회가 대학과 병원을 직접 경영할 수 있는 능력이나 리더십을 가졌느냐는 반성적 질문이 필요하다고 본다.

교회가 대학이나 병원을 직영할 수 있느냐는 신학적인 논의는 차치하고서라도 교단 안에 대학이나 병원 같은 기관들을 경영할만한 능력을 가진 목사 장로들이 얼마나 있었는지 스스로 물었어야 했다. 당시 고신의 설립자로서 고신교회 안에서 가장 큰 신뢰와 존경을 받았던 한상동 목사는 일반 사회적 경험이 별로 없었던 사람으로 성자의 이미지를 가진 순수한 목회자였다. 그런 리더십 아래서 경영과 행정적인 능력을 필요로 하는 대학이나 병원을 교회가 직접 경영하려 했던 것은 무리였다고 본다.

 

2. 교회의 회의와 회의를 통한 합의는 하나님의 뜻을 찾고 은혜를 구하는 절차인데, 이에 대한 신앙적 이해가 크게 부족했다.

신학교를 대학으로 인가 받은 중대사에 교회적인 논의도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았었다. 당시 총회유지재단 이사장이었던 송상석 목사는 고려신학교를 대학으로 인가받는 일에 대해 이를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일제 강점기에 경찰 공무원으로서 행정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을 가진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영적인 권위로는 한상동에 비교 대상이 되질 않았다. 따라서 그는 고려신학교를 대학으로 인가받는 일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였으나 거기에 동조한 목사 장로들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일어난 사건이 사조이사회 사건이다. 이 일은 크게 드러나지 않았고 별일 아니듯 덮고 지나갔지만 개혁주의 교회건설신앙과 생활의 순결이라는 고신의 설립정신을 망각하고 저질은 심각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교회의 주는 그리스도다. 교회의 회의는 그리스도의 뜻을 찾는 기도이며 공적인 합의를 통해 그 뜻을 이루어간다. 교권은 어떤 경우에도 사유화돼서는 안 된다. 그때 대학 인가를 받은 것은 기독교교육의 발전을 가져온 일이라고 평가하지만, 중요한 것은 찬성이든 반대든 교회가 합의를 이루어 진행했어야 했다.

그리고 사조이사회 사건은 교회와 국가를 속인 심각한 사기 사건이었지만 그 후 진상을 제대로 밝히는 일도, 거기에 합당한 징계를 하는 일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시 총회는 대학인가라는 결과와는 관계없이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이 일을 명백히 밝혀 관계자들을 책벌함으로써 교회에 경종을 울렸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이와 비슷한 일들 곧 교회[총회]의 결의를 무시하거나 불복하는 일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안았을 것이다.1)

당시는 책임자들의 사과라는 매우 형식적인 치리로 유야무야 넘어감으로써 하나님 앞에서 의를 세우는 일은 물론 교회의 권위를 세우는 일에도 실패하였다. 이후 교회 정치는 세속적인 주도권 다툼으로 변질되기 시작하였고, 교회에서 주도권을 잡은 사람들이 그들의 뜻대로 일을 처리하였으므로 교회는 큰 손상을 당해왔다.

 

3. 그동안 일어났던 불법적이고 불의한 처사들을 대한 반성과 함께 도덕적인 대각성운동이 일어나야 할 필요가 절실하다.

복음병원의 초대 원장이었던 장기려 박사는 의사로서의 능력도 탁월하였지만, 도덕적인 청렴성과 실천은 가히 성자라 불릴만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병원을 둘러싸고 일어난 불법적이고 불의한 처사들을 보면 도덕성에서 일반 병원이나 대학들과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의과대학의 신입생 보결입학 사건, 주차장 건축을 둘러싸고 일어났던 부정한 금품수수사건, 몇몇 법인 이사들과 의료진들의 리베이트 수뢰사건, 여기다 관계자들의 개인적인 부정행위까지 불법과 부정이 그치질 않았다.

 

4. 복음병원 당국과 노동조합과의 관계도 서로 협력적인 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한때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입은 병원의 재정적 손실은 심각한 단계에까지 이른 적이 있었다. 그 후에도 크고 작은 일들로 일어났던 충돌은 병원에 많은 어려움을 초래하였다. 이에 대해 병원 안팎의 사람들은 주로 노조에 부정적인 시선으로 책임을 돌렸다. 그러나 이는 편향적인 판단이었고 본다. 갈등은 상대 없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양자가 다 병원에 대한 충성심이 약했다고 본다. 복음병원은 주인 없는 병원이라는 인식이 오래전부터 널리 퍼져 있었다. 고신교단이 주인이지만 그 주체가 교회이다 보니 실제적으로는 그 주체성이 막연하여 병원의 당국자들도 조합원들도 교회에 대한 책임 의식이 거의 없었다. 이러다 보니 교회가 이런 영리 기관들을 직영하는 것이 옳으냐는 신학적 의문이 제기되었고, 한편 소유주가 분명한 기업에 매각하자는 과격한 주장도 있다.

 

결언

어떤 이들은 한국교회의 타락은 중세시대를 능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교회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의와 불법, 그리고 비윤리는 일반인들의 비난거리를 넘어 세속사회의 염려거리가 되고 있을 정도다. 사람의 눈을 속일 수만 있으면 하나님의 눈은 의식하지 않는 일들이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다. 교회 안에는 그리스도의 주권과 하나님의 영광을 무시하는 사실상의 무신론이 점점 그 세력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 의와 도덕적 불감증까지 보편화되어 회개와 갱신에 대한 열정은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

그리고 솔직히 고백할 수밖에 없는 것은 우리 고신교회도 이런 보편적 타락상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고신은 개혁교회 건설이라는 기치를 들었고 신앙과 생활의 순결이라는 아름다운 모토를 가졌던 교단이었지만, 지난 70년은 역시 영광보다 수치가 더 많았던 세월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미주

1)이 외에도 고신의 역사에서 산하 기구나 기관들이 총회의 결의를 무시하거나 결의와는 반대로 일을 처리한 경우는 의외로 많다. 여기서 대학의 학제개편과 명칭변경으로부터 김해복음병원 처리 등은 대표적인 경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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