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칙성의 세계는 이성적인 신 모델로 이어져
- 이성적 신 모델은 예측 범위 밖에 벗어난 세계의 실재를 그려내기에 부적합
- 변덕스러운 신은 인간의 신실함을 배양

서문

    그리스 시적 전통에 의해서 묘사된 우주는 변덕스러운 신들의 욕망에 따라서 생성 및 발전된 것이다. 반면에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은 우주의 현상을 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전제를 상정하면서, 그리스 시적 전통이 세운 세계관의 전통에 도전했다. 이전에 세계의 생성 및 발전, 그리고 현 상태에 대한 설명으로 제공되던 변덕스러운 신들 대신에, 물질적인 것들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새로운 접근은 서구 전통에서 과학적 방법론을 향한 첫 번째 발걸음을 떼었다. 그리고 이러한 접근은 규칙성의 세계를 상정하면서, 이러한 세계에 적합한 신의 모델을 제시하게 된다. 규칙적인 사건들에 적합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신 모델을 고안해낸다. 그러나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의 물질적 접근이나 이후에 발전된 이성적 신 모델 모두 규칙성의 규범에서 벗어난 사건들을 설명하는데 실패한다. 이는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의 주장에 기반한 두 가지 모델이 모두 실재를 묘사하는데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실패는 결국 그리스 시적 전통에 묘사한 변덕스러운 신들에 의한 세계를 향하여 다시 눈을 돌리게 한다.

 

(사진: https://lawhimsy.com)
(사진: https://lawhimsy.com)

 

대격변 vs 규칙성

    그리스 서사시 전통에서 트로이 전쟁은 그리스 세계의 사회적 조직 및 체계를 성립하는 대사건이며, 동시에 제우스를 향한 티탄족의 반란은 우주의 배열을 성립한 대격변이다. 이 사건들은 규모와 유형에 있어서 전례 없는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사건 자체로 독특하며 반복되지 않는 사건이다. 반면에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 중에 첫 번째 세대, 밀레토스 학파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사건에 주목한다. 그들은 기상학적 관측과 표기, 그리고 규칙성들을 확인하는 측정들에 의지하여 세계를 그려내려고 한다. 즉, 밀레토스 학파는 많은 변수를 수반하지 않은 채,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에 의지하여 세계를 묘사하려 시도했던 것이다. 

    그리스 서사시 전통과 밀레토스 학파 모두 세계의 현 상태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 각각 다른 유형의 사건에 주목했다. 전자는 극단적이고 전례 없는 사건을 들어서, 현 상태가 발생하게 된 터닝 포인트를 묘사하려고 했다. 대조적으로 후자는 규칙적이고 일상적인 사건들을 관측하고, 규칙인 패턴으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들을 묘사하려고 시도했다. 요약하면, 그리스 서사시 전통은 대격변을 통해서 현 상태의 시발점을 묘사하려고 했으며, 밀레토스 학파는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사건을 통해서 현 상태의 패턴을 읽어내려고 했던 것이다. 

 

(사진: 유튜브 채널 AVLexis에서 캡쳐)
(사진: 유튜브 채널 AVLexis에서 캡쳐)

 

세계관의 기반과 적용

    서사시 전통에서 변덕스러운 신은 대격변의 근원으로 묘사된다. 신이라는 범주는 애매모호하게 인간의 특성에 기반해서 그려진다. 신은 인간의 일반적인 특성을 공유하지만, 신에게 적용되면서 인간적 특성은 과장 및 확대 된다. 이를 과장된 유비라고 정의한다. 신과 인간이 공유한 특성이 무엇이든지 간에, 신에게 적용되는 순간, 그 특성들은 차원과 정도에 있어서 극단적으로 확장된다. 그 결과 더 이상 인간에게 적용될 수 없게 된다. 예를 들면, 신과 인간은 모두 사랑을 한다. 그러나 신의 사랑은 인간의 사랑과 정도와 차원, 범위를 달리한다. 사랑의 강렬함은 인간의 것과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과장된 인간적 특성은 변덕스러운 신을 묘사하는데 사용되는 범주다. 인간은 자신이 행동하도록 재촉하는 것에 대해서 내재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의지와 욕망, 감정 등을 포함한 동기적 원인들이 무엇인지 안다. 이를 과장된 유비로 신에게 적용하면, 변덕스러운 신을 위한 패러다임이 등장한다. 이와 같이 의지, 욕망, 감정에 의해서 동기부여된 과장된 인간으로서 신은 대격변에 대한 설명을 제공한다. 이 세상이 시작되고, 현 상태에 이른 것은 신의 의지, 욕망, 감정에 의해 벌어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밀레토스 학파는 물질적 구조가 규칙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의 인과적 관계를 설명하기에 충분하다고 믿는다. 이들의 접근 방식은 왜 이 세계에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이 많은가에 대한 자연적 설명을 제공한다. 이에 기반해서 우리는 세계를 이해할 때, 규칙성의 근거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규칙적인 세계는 결국 예측 모델을 가능하게 한다. 규칙성에 관한 관측 데이터에 기반해서 세계를 파악하고 예측할 수 있게 된다. 

    규칙성에 기반한 접근의 강점은 규칙적으로 보이는 것들의 범위를 증가시키는데 있다. 세계를 규칙성의 범주에 집어 넣어서, 이해하기 용이한 실재로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성향은 드물게 일어나는 사건들까지 예측할 수 있도록 규칙성의 범주에 집어 넣으려고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관측과 측정 같은 방법론은 인간이 무작위적으로 보이는 것들에서도 규칙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결국 세계를 향한 인간의 낙관적인 태도를 낳는다. 관측과 측정의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숨겨진 규칙성을 발견함으로서 세계를 인간의 이해 범위 안에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진다. 인간은 시간이 지나고 데이터를 쌓으면서 더 이상 이 세계에 대해서 두려워할 것들을 지워가는 것이다.  

     이러한 합리적인 설명과 실제적인 성공에도 불구하고, 규칙성에 기반한 방법론은 규칙적인 원리에서 벗어난 사건들에 대해서 적합한 설명을 제공하는데 실패한다. 예를 들면, 계절의 주기를 관찰하다보면, 봄철에 곤충들의 개체 수가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에 역병을 예측할 수는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변덕스러운 신의 개념은 예측할 수 없는 돌발 변수에 대한 가설로서 더욱 적합하다. 현 상태의 시발점이자, 현 상태까지 이르게 한 원인으로서 대격변은 규모와 유형에 있어서 예측할 수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 숨겨진 패턴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무의미하다. 세계를 향한 낙천적이고 자신감 있는 태도 대신에, 서사시 전통은 인간의 무력함을 강조한다. 변덕스러운 신에 의해 주도되는 예측할 수 없는 세계 앞에서 겸손해지는 것이다. 불확실성은 인간의 겸손을 배태한다. 인간은 절대 변덕스러운 신이 일으키는 대격변, 돌발변수를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신을 향한 경외와 복종이 강화된다. 즉, 변덕스러운 신에 의한 예측할 수 없는 세계는 인간의 경건함과 독실함을 배태한다 (2편에서 계속). 

 

본고는 Celso Vieira, “The capricious gods counterattack: on what the emprical method and the rational gods model miss” , Acamemia Letters(2021), Article 1183.를 요약 및 번역한 것이다. 

 

※나의 주장은 전적인 기고자의 주장임으로 본사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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