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공서 신축에 수백억 예산 낭비되는 것 생각...
옆 좌석 아이는 비명을 지르지만,
평안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다스려...

호주에서 도로 경계석은 우리와 같은 대리석이 없다. 그 어느 곳이든지 모든 도로 주변의 도로와 지형지물은 시멘트로 제작되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다른 것은 너무나 섬세하게 시멘트를 다룬다고 하는 것이다.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 역시 그 어느 집이든 시멘트로 시공이 되어 있다. 조금 고급스럽게 꾸민 곳은 천연 자갈을 마무리로 뿌려 진입로를 만든다. 시드니 시내 주요 도심 어디에도 한결같다. 모든 길은 시멘트 구조물이다.

도로변의 모든 구조물은 시멘트로 조성되어 있다. 시멘트에 자연 자갈을 박아 약간의 멋을 낸것이 전부였다.
도로변의 모든 구조물은 시멘트로 조성되어 있다. 시멘트에 자연 자갈을 박아 약간의 멋을 낸것이 전부였다.

참 검소한 나라라고 여겨진다. 이런 호주의 검소함은 관공서의 모습을 통해 더욱더 드러난다. 대부분 100년도 더 됨직한 건물들을 그대로 실내만 개조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작은 동네들 역시 우체국이나 소방서 등은 우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검소하다.

마치 우리가 70년대를 배경으로 만들어 놓은 영화세트장 우체국 정도로 느껴질 정도이다. 본질을 벗어나 그 어떤 장식도 새로운 건축도 시도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갑자기 무언가가 불쑥 건축되지도 않는다.

주택 한 채를 새로 지어도 모든 것을 심사하고 결정이 나는 데 1년이 걸린다고 한다. 한국에서 관공서 신축에 수백억의 예산이 낭비되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우리나라의 경제가 많은 빚으로 허덕이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예전에 우리는 얼마나 검소하게 살았는가. 그런데 이제 어느 순간에 모두가 쓰고 보자는 듯이 여겨진다. 내가 있는 이 의령 시골에서, 자신의 퇴임 1년을 앞둔 교장이 초등학교 건물 전체를 리모델링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학교는 이듬해에 폐교가 되었다. 그랬던 그 건물도 이미 십여 년 전 완전히 철거되고 이곳에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운동장이 생겼다.

호주의 주택들 역시 참 검소하다. 모두가 거의 건축된 초기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담장도 세월을 맞아 넘어질 듯해도 그렇게 교체되지 않고 대부분 살아간다. 조금만 낡거나 부족해도 뜯어고치고 새로이 장만하는 우리들의 삶을 많이 반성하게 된다. 시내에 엄청나게 바리케이드를 치고 공사하는 곳을 보았더니 겨우 가로 2폭이 40되는 곳을 정성 들여 시멘트로 포장하고 칼을 손에 들고 다듬고 있었다.

대한민국 울산의 어느 도시는 도로 전체가 고급 자재로 휘황찬란한 곳도 있다. 도대체 돈이 얼마나 많으면 도로까지 이렇게 꾸밀까 싶었다. 근검, 절약이 미덕이라는 단어가 오랜만에 떠오른 하루였던 것 같다.

수련회를 마치고 아이들과 김 선교사 부부와 함께한 기념촬영
수련회를 마치고 아이들과 김 선교사 부부와 함께한 기념촬영

오늘은 호주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이다. 김은섭 선교사는 어젯밤에도 2시 반까지 가족 간에 논의로 늦게 잠을 잤다고 한다. 그리고 다섯 시 반 아이들과 새벽기도를 마치고 들어와서는 바로 나를 공항으로 태워 주었다. 저녁에 아이들과 함께 뜰에서 바비큐 파티와 함께 우리 부부를 위한 환송 행사를 해 주었다.

해맑은 아이들의 찬송과 축하 송을 들으며 이렇게 아이들을 신실한 주의 자녀들로 양육하는 김 선교사 부부가 참 고맙고 감사했다. 장갑과 비품들로 채워갔던 빈 가방에 선물이라며 아이들이 방마다 물건들을 가져다 채워 주어 너무 놀라웠다. 어렵게 생활하며 번 돈으로 산 것들일 텐데 생각을 하니 마음이 울컥했다. 덕분에 다른 선물들을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고 이들이 우리에게 준 선물로 돌아와 나누어 드릴 수 있었다.

1997ILP(I love pastor)라고 하는 단체에서 후원받아 미국을 간 적이 있다. 서울의 작은 감리교회의 목사님께서 미국 유학 시절 섬기던 교회 성도들과 합작하여 농어촌 목회자들에게 100만 원의 비행기 삯만 내면 나머지 전부를 책임지고 10일간의 미국 여행을 시켜주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때 대한항공을 타고 갔었는데 다리가 길지 않은 나였지만 참 좌석이 좁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약간의 폐쇄공포가 있는 나는 그때의 트라우마가 아직 남아 있어 비행기를 타기 전에 은근히 두려움이 엄습하곤 한다.

10여 년 전에는 한동안 트라우마가 심해서 부흥회 때 앞좌석이나 끼인 자리에는 앉지 못했다. 심지어는 승합차의 제일 뒷좌석도 타는 것이 어려웠었다. 지금도 그런 마음이 없지 않아 아내가 좌석을 선택할 때 신중하게 정해 주었다. 가능한 사람들 사이에 끼이지 않는 통로 쪽 좌석을 선택하고 화장실이 멀지 않은 곳을 택한다.

식사 시간에는 앞치마를 하고 승객들을 배려하는 모습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식사 시간에는 앞치마를 하고 승객들을 배려하는 모습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이번 여행에는 장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불안감이 거의 없었다. 저가 항공사는 불편하다고 하여 아시아나 비행기를 선택했는데 잘한 것 같았다. 비행기는 간격이 충분히 넓었고 좌석도 꽤 뒤로 젖혀진다. 비행기 소음도 많지 않았다. 승무원들은 수시로 오가며 물과 음료를 제공해 주었다. 식사 때와 승객들을 위한 서비스를 할 때는 빨간 앞치마를 하고 시중을 들어주었다. 기내식도 따뜻하고 우리가 평소에 먹는 한국식 식사에 최대한 가깝게 제공이 되었다.

우리 좌석 한 칸 옆에 자폐가 있어 보이는 3살 남짓 아이를 데리고 탄 호주인 젊은 부부가 있었다. 아이는 비행하는 10시간 내내 가끔 고함을 지르고 부모를 힘들게 한다. 아내가 원장으로 있는 어린이집에도 이런 아이가 하나 있어 우리에게는 그 부모의 형편이 너무나 깊이 와 닿았다.

젊은 부부인데도 꾸준한 인내심으로 아이를 달래고 노력하는 모습이 참 존경스럽다. 이런 부부를 위해 승무원들은 식사도 가장 먼저 배려해주고 자주 들려 그들의 필요를 들어주었다. 그런 배려에 매우 감사하다고 답변한다. 글을 적는 지금도 승무원은 개별적으로 그 부부를 찾아와 소소한 안내를 하고 돌아간다. 저가 항공사에 대한 피드백이 좋지 않아 조금 더 가격을 추가하여 아시아나 여객기를 탄 것은 참 좋은 선택이었다고 여겨진다.

남은 비행시간이 30분이라고 화면에 표시된다. 착륙 준비를 알리는 방송이 나온다. 여전히 옆 좌석의 아이는 비명을 지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안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다스려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창밖으로 인천 공항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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