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우 목사[스페인 마드리드 사랑의교회 담임]
김학우 목사[스페인 마드리드 사랑의교회 담임]

개나리가 피었다 하면 이는 곧 봄이 온 것입니다. 개나리는 참나리에 비해 덜 예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지만 사실은 지천에 깔려 있어 너무 많아 질이 떨어진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기도 합니다. 평소 많은 것을 좋아하면서도 숫자가 많다고 하여 가치가 떨어진 덤핑의 꽃(?)인 셈입니다.

그에 비해 매화는 겨울의 눈 속에서 핀다 하여 설중매(雪中梅)라 부릅니다. 봄볕이 쏟아져 눈부신 하얀 백매화, 하얀 꽃에 푸른색이 섞인 청매화, 복숭아꽃처럼 붉은빛이 감도는 홍매화 꽃봉오리가 터져 나올 때가 되면 그 신비로움은 극치에 달합니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매화는 개나리, 진달래, 벚꽃보다 먼저 피어 가장 먼저 봄을 알리기에 봄의 전령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의 옛 선비들이 무척이나 좋아했던 매란국죽(梅蘭菊竹), 사군자 가운데 매화를 가장 으뜸으로 생각하였으며, 사군자 중에 매화는 봄의 꽃으로, 난초는 여름의 꽃, 국화는 가을꽃, 그리고 대나무는 겨울나무를 상징하는, 4계절을 대표하는 꽃과 나무입니다.

김학우 목사[스페인 마드리드 사랑의교회 담임] 편집
김학우 목사[스페인 마드리드 사랑의교회 담임] 편집

매화는 벚꽃을 닮기는 했으나 벚꽃처럼 야단스럽지 않으며, 배꽃과 비슷해도 배꽃처럼 청상(靑孀)스럽지 않은 자태를 갖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추운 겨울 눈보라 가운데서도 꺾이지 않고 은은하게 향기를 발하는 매화의 자태를 보면서 자신의 삶을 반추하곤 했습니다.

고려 말의 문장가이자 학자였던 목은 이색(1328-1396) 선생은 백설이 잦아진 골에...매화는 어느 곳에 피었는가?”라며, 매화를 주군에 대한 선비의 충절로 묘사하였습니다. 이색 선생의 표현과 같이 고려의 충신 정몽주(1338-1392)는 고려를 배신하지 않겠다는 곧은 절개와 충절을 단심가로 표현하였습니다.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이시랴.”

조선 중기의 4대 문장가 중의 한 사람인 신음(1566-1628) 선생 또한 매화를 주군에 대한 충성과 절개를 상징하는 꽃으로 비유하여 매 일생 한 불매 향(梅 一生寒 不賣香)” 이는 곧 매화는 한평생을 춥게 살아도 그 향기를 팔지 않는다.”라고 노래하였습니다.

사육신 가운데 한 사람인 성삼문은 매화와 대나무의 충절과 절개를 익히고 실천하고자 아호를 매죽헌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는 단종에 대한 충절과 절개를 절의가를 통해 표현하였습니다. “이 몸이 죽어 가서 무엇이 될 고 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돼야 이셔, 백설이 만건곤할 제 독야청청하리라.”

교회사에서 신앙의 절개를 지킨 많은 사람들 중, 주후 70년에 태어나서 86세를 살다가 155년에 순교 당한 서머나 교회 감독인 폴리갑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폴리갑은 사도요한의 제자로, 그가 물려받은 순수한 사도적인 신앙을 그의 제자인 아레니우스에게 물려주었습니다.

폴리갑은 로마 황제를 자기 신으로 고백하고 그리스도를 저주하라는 로마 총독의 명령과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과 충성을 끝까지 지키다가 순교를 당했습니다. 폴리갑이 순교 직전에 남긴 마지막 고백은 후대의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나는 86년 그리스도를 섬기는 동안 그분은 나를 한 번도 모른다고 하시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내가 어찌 그리스도를 모른다고 부인할 수 있겠는가?”

고대로부터 꽃은 아름다움의 대명사로, 인생을 꽃에 비유해 왔습니다. 피터 톰킨스는 그의 저서 식물의 정신세계에서 식물도 바흐의 부드러운 음악은 좋아하지만, 시끄러운 록 음악을 싫어한다.”라고 하였으며, 노산 이은상 선생도 나무의 마음이란 시를 통해 나무도 사람처럼 마음이 있소라고 식물의 감성을 노래한 것을 보면, 꽃만큼 인생의 모습을 닮은 것이 있을까 싶습니다.

사람들은 짧은 인생을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했습니다. 꽃은 잠시 피었다가 사라지고, 피어나기가 무섭게 시들고 아름다움을 자랑하기가 무섭게 빛이 바랩니다. 꽃의 아름다움도 잠깐이듯 인생도 늙고 병들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조상들은 매 일생 한 불매 향” “매화는 한평생을 춥게 살아도 그 향기를 팔지 않는다.”라고 노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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