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는 성경과 셰익스피어, 두 권의 책을 가지고 있다. 잉글랜드는 셰익스피어를 만들었지만, 성경은 잉글랜드를 만들었다.” 레미제라블의 작가, 빅토르 위고가 한 말보다 성경이 영국에 끼친 영향을 잘 표현한 말도 많지 않아 보입니다.
루터가 신약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한 것보다 독일의 문화유산과 독일어의 발전과 통합을 이루는 데 공헌한 것이 없었던 것처럼 약칭 KJV, 흠증역으로 불리는 “킹 제임스 성경”보다 영어와 영문학의 발전에 공헌한 경우도 드물 것입니다.
킹 제임스 성경은 영국의 국왕 제임스 1세 주도로 1611년에 완성되어 영문학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제임스 1세는 윌리엄 틴데일이 성경을 번역하다 화형을 당한 이후 그의 유업을 이어받아 47명의 학자들로 하여금 번역토록 하였습니다.
킹 제임스 성경은 틴데일이 이미 라틴어로 번역한 영어 성경을 약 90% 정도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모방했다고 생각될 정도이지만 틴데일의 번역과 또 다른 모습으로 탄생되었습니다. 틴데일의 번역본은 이후 다른 많은 영어 성경들을 번역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런데도 킹 제임스 성경이 번역된 후 영어가 전 세계적으로 부상되었으며, 영어의 위상이 크게 확대되었습니다. 킹제임스성경이 출판된 이래로 지난 400여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문학성은 물론 영어의 문법 체계와 어휘의 견본이 되어왔습니다.
킹 제임스 성경이 현대 영어에 미친 영향을 다룬 책 “비갓”에서, “셰익스피어 작품에서 현대 영어의 관용구가 100여 개 사용되었지만 킹 제임스 성경은 257여 개 되는 구절이 현대 영어의 관용구로 쓰이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오늘날 영어에서 “내가 알 게 뭐야?”라고 할 때, 창세기 가인이 말한 “내가 내 동생을 지키는 자입니까?”(Am I my brothers keeper?)로, “정직하고 신뢰할 만한 사람”을 성경에 기록된 “세상의 소금(the Salt of the earth)”이라고 말하는데, 이같은 표현은 킹 제임스 성경이 번역된 이후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스티븐 톰킨스는 “400년 전에 발간된 킹 제임스 성경의 영향은 지금도 영국인이 말하고 표현하는 방식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라고 했으며 테니슨은 성경 읽기 자체가 곧 영어교육이라고 했습니다.
1989년 톰슨 편찬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평했습니다. “킹 제임스는 성경은 세계 각 나라 언어로 성경이 번역될 때 제1의 통일자료로 활용했으며, 이는 영어의 세계적 발흥과 함께 킹 제임스 역본의 내적 우수성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이다.” 무엇보다 킹 제임스 성경으로 말미암아 영연방 국가는 물론 독립되지 않은 나라들과 공용 언어가 정착되지 않은 나라들까지 대중 언어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영국인들은 전 세계 어디를 가든지 킹 제임스 성경을 가지고 갔고 영국의 명예혁명이나 미국 독립전쟁에서 혁명가들의 손에 들린 것도 모두 킹 제임스 성경이었습니다. 킹 제임스 성경은 미국 최초로 인쇄되었을 뿐 아니라 링컨이 게티즈버그 연설에도 인용하였습니다.
1963년 마르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에도 킹 제임스 성경이 인용되었습니다. 영국과 미국 정치인들의 연설과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할 때, 수많은 문학작품에서 인용된 것도 모두 킹 제임스 성경이었습니다.
1968년 12월 24일 아폴로 8호가 달 궤도를 돌면서 세 명의 승무원들이 킹 제임스 성경, 창세기 1장 1절에서 10절까지를 나누어 읽었습니다.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가운데 전 세계인들이 숨죽인 채 킹 제임스 성경을 경청하였습니다.
-코람데오닷컴 9월 원고 [2023. 10.]-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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