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우 목사 [스페인 마드리드 사랑의교회 담임]
김학우 목사 [스페인 마드리드 사랑의교회 담임]

미국의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인간관계 거리의 유형을 4종류로 분류하였습니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친밀한 거리는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 45.7cm(50cm) 정도라고 정의하였습니다. 개인적인 거리는 46cm~120cm, 사회적 거리는 120cm~360cm, 그리고 공적인 거리는 360cm 이상으로 분류하였습니다.

오늘날 직장의 사무실이나 학교 교실, 공공장소의 좌석 배열 등은 에드워드 홀이 분류한 사회적 거리와 아주 유사합니다. 특히 코로나 기간을 통해 사회적 거리에 대한 인식이 아주 높아진 편입니다. 사람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이든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살아가며, 거리에 비례하여 친밀도를 느끼기도 합니다.

불가근불가원이란 말과 같이 너무 가깝지도 않고, 너무 멀지도 않는 적당한 거리를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부록과 추가란 저서에서 호저들을 통해 불가근불가원의 딜레마를 극복하는 힌트를 주고 있습니다.

북극의 추운 겨울에 고슴도치 종류인 호저들은 혹한을 이기기 위해 옹기종기 모이면, 서로의 몸에 있는 가시들이 서로를 찌릅니다. 그러면 조금 거리를 두고 떨어지면 곧바로 추위를 느낍니다. 다시금 서로에게 몸을 붙여보지만, 가시에 찔려 아파하며 또 떨어집니다.

그림 편집: 김학우 목사[스페인 마드리드 사랑의교회 담임]
그림 편집: 김학우 목사[스페인 마드리드 사랑의교회 담임]

호저들이 서로의 몸을 상대에게 붙였다가 가시가 찌르면 떨어지기를 반복하는 동안에 서로 가시에 찔리지도 않으면서 추위도 이길 수 있는 적당한 거리를 찾아내게 됩니다. 쇼펜하우어는 이러한 호저들의 고심을 가르쳐 호저의 딜레마라고 불렀습니다.

적합한 거리를 찾고 유지하는 일은 호저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인간관계에서도 동일하게 요구됩니다. 보통 부부는 무촌, 부모와 자녀는 1, 형제 자매지간은 2촌이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부부 사이 우애가 좋다.”라고 말할 때 전혀 간격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으며, 물리적으로 표현한다면 약 45.7cm(50cm) 정도란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후 많은 학자들은 쇼펜하우어(1788-1860)의 탁월한 호저의 딜레마를 접목시켜 다양한 이론을 만들었습니다. 그 가운데 정신 분석학자 프로이드는 호저의 딜레마의 이론을 그럴듯하게 다듬어서 집단 심리학과 자아분석이란 이론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인간관계, 특히 부모와 자녀, 형제, 부부가 친해지고 가까워지면 질수록 호저처럼 서로에게 있는 가시가 상처를 주는 감정도 어느 정도 비례한다고 보았습니다. , 인간관계도 호저와 같은 너무 가까워지면 상처를 입게 되고, 너무 떨어지면 외톨이가 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한편 현대 호스피스의 선구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인생 수업이란 책을 통해서 환자는 무조건 마음의 고통을 참는 것보다 상처받았을 때 상처를 준 사람이나 가족들에게 아프고 힘들다.”라고 말하는 법을 배움으로 상호 간의 딜레마를 극복할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프로이드와 퀴블러 로스는 사람은 호저와 달리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적합한 거리를 찾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특히 퀴블러 로스는 열렬히 사랑하고 헤어지는 것이 한 번도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라고 말하므로, 두려움 때문에 사랑하고 대화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동방의 등불, 타고르는 대인관계에서 가장 큰 딜레마는 삶과 죽음이 아닌,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서로가 모른다는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딜레마진퇴양난”, “궁지에 빠진뜻으로, “딜레마는 둘 중에 어떤 한쪽을 택하더라도 불만족스러운 결과가 오는 상황을 말합니다. 그럼에도 사도 요한은 만일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나님이 우리 안에 거하시고 그의 사랑이 우리 안에 온전히 이루어지느니라.”라고 하므로, 인간관계의 딜레마는 결국 사랑으로 극복할 수밖에 없음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습니다.

 

-코람데오닷컴 2월 원고[2023. 2.17]

-김학우 목사[스페인 마드리드 사랑의교회 담임]

-그림 : [필자가 편집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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