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어머니는 말씀 하셨습니다.“자연을 욕하지 마라라 자연도 귀가 있다.“ 어느 날 관곡지에 연꽃을 만나러 갔습니다.연꽃은 위를 향하여 피는 꽃이라 시선을 마주할 수가 없습니다.그런데 다소곳이 고개 숙인 한 송이 연꽃을 만났습니다.귀를 쫑긋하며 나의 말을 기다리는 아이 같았습니다.꽃잎 모두 날 바라보며 듣겠다는 연인처럼 다정해 보였습니다.순간, 어린 사무엘의 순수한 모습이 환영으로 보였습니다.“여호와여 말씀 하옵소서 주의 종이 듣겠나이다.“내 영혼의 자세가 이래야 하겠다는 감동이 밀려 왔습니다.자주자주 집안의 꽃들에게 축복했던
가을 꽃을 심었습니다.내 가슴에도 그대 이름 하나 심고 물을 주었습니다. 사랑의 꽃이 피어날까요?그대라는 찬란한 가을이 펼쳐질까요? #교회 화단에 가을꽃을 심으며글 사진 : 김기호
꽃사과에 머문 시선 하나 / 조윤희(김해중앙교회 집사) 시나브로 여위어가는여름빛에구름과 뒤엉켜진빗물처럼대가 없는 그리움알알이애기사과에매달렸다꿈속에서도살랑거릴 것 같은붉은 빛깔이그대여야만 하는 가슴에다소곳이 다가오더니지친 하루 위에위로가 된다이끄시는 대로물든그대 안의 내게
별을 삶아 먹다 / 천헌옥새까만 먹을 갈아 백지에 쏟으니까만 밤이 되더이다.송사리 눈만 한 게 빛나길래집어내 가마솥에 넣고삶고 삶았더니 별이 되더이다.고운 채 가져다가건져내 먹었더니내 속이 다 맑아지더이다.코와 입을 막고귀만 열고 사는 세상그 칠흑 같은 밤을 하늘에서 떨어진 별을 삶습니다.옛날 이스라엘 백성이 먹고 살았던 만나가 영생을 가지고 세상에 떨어졌습니다.별로 오신 만나, 힘든 오늘을 살게 합니다.
이끼 같은 성도 / 김윤하(참빛교회 원로목사) 절물휴양림에 삼나무 밑둥치마다 초록색 이끼가 자라서황량하던 바닥을 푸르게 만들었습니다.이끼는 식물이 자라지 않는 곳에 맨 먼저 나타나 정착하면서다른 생물이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듭니다. 이끼가 자라면서 생긴 부식토 덕분에 식물들이 뿌리를 내릴 수 있고 동물들의 생존을 위한 식량이 되기도 합니다.그리고 대량의 물을 스스로 저장할 수 있어서 홍수나 시내의 침식을 막아 주기도 합니다.교회도 이끼 같은 보잘것없이 보이는 신실한 평신도들이 있기에 역경 중에도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가 있습니다.
장마 / 신현숙 물풍년이다구름은 쏟고 또 쏟고산에도 들에도마구 넘친다 댐 문 열리니누렁이 목줄 풀리듯 달리고강둑은김밥 옆구리 터지듯 터진다 논바닥 마른 혀 갈라지던 가뭄이면하나님 비 좀 주이소올 여름은 그런 기도 안 해도 된다 너무 없어도 탈이요너무 많아도 탈이요너무 없으면 남의 논 물꼬 막을까 염려요너무 많으면 차고 넘쳐 교만 넘칠까 염려요하나님 적당히 주이소 일요할 양식을 달라고 기도하는 욕심 없는 기도문을 오늘도 되뇌이며 하늘을 본다.
소나기 / 천헌옥엄마의 잔소리는 18번 애창곡으로 들렸다.침이라도 튀기는 날엔 소나기로 변했다.고성이 담장을 넘어가는 날엔 뇌성벽력이다.어릴 때 일기장은 늘 그랬다. 아해들의 사랑은 마른 날에갑자기 퍼붓는 소나기 같은 거다한차례 퍼붓다 개이고 난 뒤면언제 그랬냐며 없는 듯 지나간다.나이 들면 남자나 여자나 느는 것은잔소리뿐이다. 그걸 꼰대라 한다.소나기는커녕 가뭄에 콩나듯도 아니다.우리 인생 소나기는 그렇게 지나간다.요란한 소나기 소리에반갑게 문을 열었더니시린 가슴에 꽂히는 화살독이 되는 소나기 세상...
제주 광치기 해변에는 특이한 바위들이 널려 있습니다.매일 변화하는 구름과 하늘과 파도와 해초들과 변하지 않는 이 바위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아름다움을 만들어 냅니다.언제나 변하지 않는 멋진 바위가 배경이 되어 새 그림을 창조합니다.그래서 갈 때마다 다른 전경을 보게 되어 식상하지가 않습니다.인생도 변하지 않아야 할 진리와 윤리와 정도가 있는 반면에변해야 할 삶의 여러 가지 내용들이 있습니다.그런데 변해야 할 것은 변하지 않고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변해버리는 것이 오늘의 서글픈 현실입니다.삶의 본질은 변해버리고 비본질은 고정관념이 되
교회 숲 가장자리의 언덕배기에 제법 큰 밤나무들이 온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울창하게 드리워져 있다. 그동안 병들어 죽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사라지면서, 커다랗고 굵직한 열 그루 정도만 세월을 흔적을 안은 채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참나뭇과인 밤나무는 초여름 유월에 하얗게 눈이 내린 듯 꽃을 피운다. 한 나무에서 암꽃과 수꽃이 나란히 핀다. 흰 송충이처럼 하얀 털이 달린 게 수꽃이고 동그랗게 선인장 모양으로 된 꽃이 암꽃이다. 5월의 진동하던 아카시아꽃 향기가 물러간 자리를 이어 밤나무꽃의 가득한 향이 숲을 가득 둘러싼다. 흔하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나태주 시인의 풀꽃, 짧지만 되새길수록 곱씹는 맛이 있는 시다. 발에 밟히는 작은 풀꽃 하나라도 관심을 갖고 깊이 바라보면 예쁘고 소중하다.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는 아름답다. 그럼에도 꽃과 나무는 언제나 내 관심 밖이었다. 그런데 교회의 전원을 조금씩 가꾸기 시작하면서 꽃과 나무, 풀꽃은 나의 관심사가 되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고 했던가? 내가 알고 있는 그 지식만큼 풀꽃과 나무가 보이기 시작하니 말이다.하나님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을까? 이스라엘이 망한 건
편할 날이 없다 /천헌옥집안이 너무 어수선하다.숙면을 취하기 어려운 지경이다.아랫집은 계속 어깃장이고뒷집은 뻥뻥 공갈을 쳐댄다.옆집은 우리 땅을 비비며 시비다.친하다던 이웃은 남모른 체 한다.사면초가라는 말은이럴 때 쓰라고 만들어 놓았는가숨조차 쉬기 어렵도록 꽉 막혔다.5천년 유구한 역사 지나는 동안망하지 않았으니 그러리라 믿어보지만어찌 그러고 있기가 불편하다. 잠 좀 편히 자보자고 지은 집에하루도 편할 날이 없도록집안을 이렇게 어지럽히다니붓대를 잡았던 손가락을 분질러 버리고 싶다.우리 이웃들은 왜 그리 싸가지가 바가진지같이 살 수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김윤하(참빛교회 원로 목사) 부산에 있는 광안대교를 한눈에 내려다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겼습니다.광안대교는 총길이 7420미터로 우동에서 남천동으로 연결되는 다리입니다. 문득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라는 가스펠송으로 알려진 노래가 떠올랐습니다.이 노래는 사이먼 앤 가펑글이 불러서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곡이기도 합니다. 그 가사 중에 “...세상의 바람이 차갑고 친구도 없을 때... 어둠이 오고 고통이 주위에 가득 찰 때 고뇌의 강에 걸린 다리처럼 내가 몸을 던져 드리지요.” 가야 할 곳도 모르고 갈 힘이
일몰같이 산다는 것/ 김기호(김해 남포교회 담임목사, 시인) 때론내 뒷모습이쓸쓸해 보여도아름다울 것 같다나도외로운 사람일몰같은그리움안고 산다는 것을그대 한번 쯤은볼 수 있도록
생명은 진리이다 / 천헌옥 목사 거짓은 생명이 아니다.생명을 죽이는 칼이다.사람들은 살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순간을 살려고 영원을 잃어버리는 것이다.살기 위해서라면 진리를 말해야 한다.진리는 어디에 있어도 진리이고생명은 어디에 있어도 생명이다.거짓이 떨어진 곳에 생명이 날리없다.생명(영생)이 진리이기 때문이다.진리가 생명을 낳기 때문이다.
꽃꿈 가득한 유월이 핍니다 / 조윤희(김해중앙교회 집사) 출렁이는 햇살들이 다가와바람에 일랑대는클레마티스 꽃 핀 넝쿨에*선바람 채로하늘의 방언을 맡긴다시간의 궤적을 따라 돌던다시 돌아온 계절이푸른 우물을 들이킨 듯태연한 여유를 보이며여름이 핀단다찬란한 방언을 못 알아들어도*손갓을 만들어가며얼마나 눈부실꽃 꿈 가득한우리의 유월을바라볼 테다*선바람 : "지금 차려입은 그대로의 차림새" 라는 순우리말*손갓 : "햇살의 누부심을 막고 멀리 보기 위하여 손을 이마에 붙이는 행동" 이라는 의미를 가진 순우리말#여름이피었습니다 #여름향 #소소한
선인장 가시에 어린 봄꽃이 찔려서 아파했습니다.가시로 둘이 하나로 공존하는 모습이 슬펐습니다.그렇다고 선인장이 꽃이 되는 것도 아니고꽃이 선인장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여린 꽃은 여전히 꽃으로 남고 선인장은 여전히 가시로 찌르는 선인장일 뿐입니다악한 자가 선한자의 모습을 흉내 내어도하나님 앞에서는 여전히 악한자일 뿐입니다.선한 자는 고난을 당해도 선한자로 남아 있습니다.교회에는 가라지와 알곡이 섞여 있지만 마지막 심판 날에는 분명한 실체가 드러나고 다르다는 것이 선포되고 확연하게 갈라지게 됩니다.
주일 오후 COVID-19로 두 달째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는 학생을 잠시 만나며, 첫 시집에 실린 '학교가는 길'을 생각했습니다.내 고향 유년 시절학교 가는 길이 눈에 어린다소학산 어서 오라 우리를 부르고다람산 힘내라 응원하는데소풍 즐기다 때로는 마라톤 경기그렇게 매일 7km 걸으며 달리며단련한 무쇠 다리철 따라 온 산은 새 옷을 갈아입고동백이 지나가면 매화가 오고개나리지면 이어 진달래살구꽃 벚꽃이 순서대로 방긋방긋봄마다 만나는 손님은 순서대로 온단다드문드문 화물자동차 먼지 흩날리는함께 걷는 길 신작로때로 이야기 보자기 풀어 우리
"우리 마음에 비추셨느니라" / 문찬경(용인 하늘샘교회 담임목사) 호수가 잔잔해 지면서 자신을 비춘다.이곳에 오면 고린도후서 4장이 생각난다.하나님께서 나에게 ‘빛이 비치라’(고후4:6) 말씀하셨다."빛이 있으라"하신 창조의 능력으로내 영혼에 믿음의 빛이 비쳤을 때에그리스도는 내게 하나님의 형상이었고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보았다.내가 예수를 믿은 것은 하나님의 창조의 능력이다.처음 창조는 말씀으로 창조하셨지만범죄 한 나를 구속하시기 위하여 말씀이 육신이 되셔서 친히 자신의 피를 십자가에서 흘리심으로 새로운 피조물이 된 것이다.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에 있는 하나님의 영광을 아는 빛을 우리 마음에 비추셨느니라(고후4:6)
감사합니다.사랑합니다.세상의 모든 어머니, 아버지!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꽃과 5월 / 조윤희(김해중앙교회 집사) 기분 좋은 바람이등을 부드러이 밀어주는그네에 올라타면알록달록 예쁜 꽃들이하늘에서도발밑에서도한가득 줄을 섰다바라보면 볼수록사랑의 기쁨에 취한 채고운 꽃잎 위으로어지러이 흩어지는볕 살을제 속눈썹에다촘촘히 발라댄다환장하도록 화려한산철쭉의 자태에기지개 펴고 나온나른한 봄의 걸음조차짧은 계절을 걷지만그럼에도그저 사랑으로꿈같이 익어만 간다나의 봄도그대의 봄도함께 걸어갈 5월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