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은정태호 산은구름이 머물러 있어도 되고흘러가도 되는 곳 산은바람이 살랑거리며 웃어도 상관없고윙윙 소리 지르고 할퀴며 덤벼도 견디는 곳 산은새들이 둥지 틀고 노래해도 당연하고거꾸로 날아 다녀도 이단아가 되지 않는 곳 산은짐승들이 어울려 살아도 그만이고서로 잡아먹어도 결코 무섭지 않는 곳 그러나 산은가슴에 불을 담은 그들이 오면 안 되는 곳그 곳 산은희망과 여유, 치유와 순리는 있어도욕망은 없는 곳 (2017년)에 수록 시인 정태호
사진에세이
정태호
2018.09.22 22:22
-
허수아비 /김윤하 제주 민속촌에서 허수아비 가족을 만났습니다. 본래 허수아비는 새들이나 동물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서 임의적으로 사람처럼 만들어 세워 놓은 것입니다. 물끄러미 서서 그들을 바라보며 내 속의 허수아비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인생은 누구나 진실한 자신이 있는가 하면 자신이 아닌 다른 허수아비가 세워져 있어서 남의 눈을 속입니다. 가짜는 생명도 진실도 없으니 언젠가는 무너지게 됩니다. 언젠가 새들도 허수아비에 속지 않는 것을 보았습니다.
사진에세이
김윤하
2018.09.22 14:39
-
네 이름이 뭐냐? 하나님은 자기 이름을 여호와라 하시고그리스도는 예수라 하시며누구든지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얻으리라 하셨다곧 하나님도 사랑에 목말라이름을 불러주기를 기뻐하신다그의 이름을 부르지 않으면그와 무관한 인생이 되리라 또한 처가살이 20년에 귀향길에 오른 야곱에게네 이름이 뭐냐? 물으시니야곱은 침체된 목소리로 [야곱입니다!] 하니이제 네 이름은 [이스라엘!]이라 하셔서의기양양한 인생이 되었는데 과연 내 이름은 무엇이며내 이름을 무엇이라 부르실까?사람들도 천 날 만 날 지나쳐도이름을 모르고 지내면 그냥 남남인 것같이하나님께 이름 없는 인생으로
사진에세이
정돈화
2018.09.18 14:19
-
앞으로 이 코너는 '시와 쉼터' 라는 이름으로 시를 소개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시가 있는 쉼터로 만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에세이
코닷
2018.09.16 07:26
-
굽이져 삶이다 /지형은 원 세상에, 늘 곧기만 한 길은 없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네 강도 마찬가지, 굽이져 흐르지 않는 강은 없다 길이나 강처럼 삶도 그러려니, 이 당연한 걸 지금에야 깨닫다니
사진에세이
지형은
2018.09.14 15:33
-
남태평양 고래상어를 만난 형제 /김경근필립핀 ‘세부 오슬롭’ 이라는 작은 어촌에 한 어부가 어느 날 아침에 고기잡이를 하는데 고래상어가 나타났다. 마음착한 어부는 잡은 고기를 아침먹이로 던져주었다.그 이후로 고래상어는 매일 아침마다 찾아오는데 날이 갈수록 숫자가 늘어나더니 요즘은 20여 마리가 찾아온다. 고래상어의 몸뚱이는 흑점을 박아놓은 듯하고 입이 60 여센지, 몸길이가 평균 12m가 된다.곁에 가면 단숨에 사람을 삼키지 않을까 두려움이 있었지만, 고래상어는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고 한다.가난하게 살았든 마음 착한 어부 한사람으로 인하여 작은 마을 오슬롭이 오늘날 세계적인 관광지로 돌변하여 소득이 부유한 마을이 되었다.올 여름 휴가를 가족과 함께 이곳으로 고래상
사진에세이
김경근
2018.09.07 12:38
-
진리와 사랑 /김기호 사랑 위에 선 진리라야 거칠어지지 않으며 진리 안에 있는 사랑이라야 모가나지 않습니다 이 둘은 언제까지나 함께 있어야만 서로를 빛나게 합니다.
사진에세이
김기호
2018.09.01 06:46
-
1인용 의자 / 정온유오래전, 오래전, 아주 오래전 내 몸은 매우 부실하고 무심했었다. 어느 날 누군가 나를 바라보며 안타까워했다. 나는 내가 더 튼튼해 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나를 만든 그에게 찾아가 단단하고 튼실하게 고쳐 줄 것을 날마다 바랐다. 그는 내게 한 해 한 해 조금씩 고쳐주마 했고 그렇게 한 해 한 해 지나면서 거짓말처럼 내 몸은 단단하고 윤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그런 사실조차 잊고 살게 되었다. 나는 나를 찾는 이가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 했고 내게 무심해도 괜찮았다.갑자기 가을이 왔다. 맞을 준비도 없이 가을이 와 버렸다. 갑자기 설렌다. 누군가 나를 찾아 줄 것이고 앉아 줄 것이다. 그러면서 나도 서서히 고쳐지고 다듬어질 것을 믿는다. 나는 내게 많은 사
사진에세이
정온유
2018.08.24 22:37
-
반딧불이가 가져다 준 아침 /송길원 하루도 빼먹지 않고 찾아오는 어둠어둠은 무섭다.숲속, 길거리, 안방.... 꼭꼭 닫아둔 서랍장까지 찾아든다.스며들지 않는 곳이 없다. 온 세상을 지배한다.어둠은 서럽다.해가 서산에 걸리면아픔은 더 아파지고 외로움은 더 외로워눈물이 눈물을 삼킨다.삼킨 눈물은 또 다른 눈물로 피어난다. 어둠이 찾아오면 세상은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어둠은 절망이다.이제 손을 놓으라 한다. 어둠은 죽음의 또 다른 이름이다. 어둠 앞에 고개를 숙이고 어둠에게 자리를 양보할 때어둠과 맞서 싸우는 존재가 있다.겨우 500~600 나노미터의 파장으로0.5~1초의 시간으로어둠과 맞장을 뜬다.저항하라 저항하라
사진에세이
송길원
2018.08.17 15:54
-
네가 우하면 나는 좌하고 /천헌옥“네가 우하면 나는 좌하고” 아브라함이 조카 롯에게 한 말이다.그것은 단지 아브라함과 롯에게만 국한 시켜 볼 말은 아니다.그것은 지금 우리의 세대에 더욱 실천해야할 진리의 말씀이다. 좁은 골목길에 저만치 오는 사람의 행보를 눈치로 살핀다.그가 우하면 나는 좌해야 서로 부딪치지 않고 비껴갈 수 있다.서로가 고집하면 부딪치거나 막판에 아슬아슬 스칠 것이다. 부딪쳤다면 시비가 붙을 것이고 스쳤다면 한동안 그의 상한 심령은나의 뒤통수를 따갑게 할 것이다. 양보는 배려하는 마음에서 나온다.그래서 아브라함이 한 말은 주께서 오늘의 우리에게 주신 소중한 말씀이다.
사진에세이
천헌옥
2018.08.10 16:43
-
바위 손 /이종남요즘처럼 믿음을 상황적으로 해석하여 이기적으로 적용하는 세대주의는 없는 것 같다. 모두가 나만은 옳고 정의롭다. 그리스도인들까지도 하나님의 관점에서 자신과 세계 그리고 사회를 해석하지 않는다. 상황이 모든 판단의 근거가 된다. 사실을 하나님의 관점으로 해석한다고 하면서 자기 이익을 위해 왜곡, 변질, 변색하는 지독한 합리적 이기주의 정체 뒤에 숨어서 니체처럼 신은 죽었다고들 한다. 두렵다! 참으로 두렵다! “그건 너 바로 너야!”라고 심장을 향해 비수를 꽂는 듯 바위 손은 눈을 부라리며 나를 가리키고 있다.
사진에세이
이종남
2018.08.03 20:29
-
나, 여기 있으니 /노상규 나, 여기 있으니 그대 손 내밀면 닿을 수 있는 이 곳 나, 여기 있으니 그대 마음 열면 볼 수 있는 이 곳 바람소리 빗소리 어둠 가운데도 여전히 나, 여기 있으니 그대 두 걸음 앞에.시작 Note :이 시는 주님께서 사랑하는 자를 만나기 위하여 부르는 애틋한 노래!주님은 어둠 속에서도, 환난 속에서도 여전히 손 내밀고,우리가 다가서기를 기다리시는 분이다.마지막 연의 '두 걸음'은 거울 앞에 선 것처럼 우리가 느끼는 거리
사진에세이
노상규
2018.07.27 20:48
-
빨래 소리, 빨래 냄새 /김윤하 미얀마 바간에 있는 이라와디 강변을 둘러보다가 멀리 보이는 정감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 눈이 머물렀습니다. 멱 감는 아이들과 빨래하는 아낙네의 소리도 들렸습니다. 계절의 뚜렷한 변화는 없는 곳이지만 나의 느낌은 여름입니다. 대야에 담긴 옷들을 빨래하지만, 수다로 또 다른 빨래를 합니다. 자기 마음도 빨래하고 가족들도 빨래하고 마을도 빨래합니다. 온갖 소문이 빨래로 스며들면서 얼굴은 환한 미소로 채워졌습니다. 찰랑거리는 강가의 물결이 추억의 노래처럼 들렸습니다. 마른 땅
사진에세이
김윤하
2018.07.21 10:04
-
[하늘이 앉은 벤치] -지형은 저 홀로 비어있음은 얼마나 고마운가 힘겨운 삶을 이어가는 이가 거기에서 지친 마음 쉬어갈 테니 그저 열려있음이 왜 아니 은혜인가 숨 가쁜 생의 짓눌린 숨길이 거기를 바라보며 하늘을 마실 테니 남에게 비어있음은 위대한 일이고 삶이 본디 늘 열려있음은 기적이다 하늘이 앉아있는 벤치는 그리움과 기다림으로 가득하다.
사진에세이
지형은
2018.07.13 19:09
-
예수사랑(부산 범일역) / 福音 김경근(부산 자성대교회 장로)부산 범일역 ‘만남의 광장’ 에 십여 년 전에 자성대교회에서 분수대를 조경했다. 그 기념비에 “예수사랑, 자성대교회, 전화636-4640” 이라고 글귀가 검은 돌비에 현명하게 새겨져 있다.그런데 어떤 사람이 ‘예수사랑’ 그 글이 잘못되었다고 중간에 ‘님’ 자를 자청해서 새겨놓았다. 꼭 예수님 사랑이라고 해야만 맞는 것인지는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겠다.우리 자성대교회가 조성할 때부터 전도 목적으로 분수대를 설치하면서 지하철본부와 약속한대로 매주 화요일마다 커피와 티슈를 나누면서 전도를 하고 있다.유일하게 역구내에서 단체적으로 전도하는 곳은 전국적으로 아무 데도 없을 것이다. 우리교회가 매주 전도를 하면서 이곳에
사진에세이
김경근
2018.07.06 17:19
-
그대 이름은 / 김기호 그대 이름은 낮달 보이지 않아도 길 인도해 주는 밝은 등불 그대 이름은 빗물 마음 타고 흘러 들어 외로움 보듬어 주는 뜨거운 눈물 그대 이름은 음악 선율따라 내 심장 들었다 놨다 하는 기도 그대 이름은 슬픈 밤 짙은 향으로 찿아와 마음 문 두드리는 샤론의 꽃
사진에세이
김기호
2018.06.29 15:01
-
문고리도 건축이다. /송길원 성경에 개미 대신 ‘닭에게 가서 배우라’고 했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닭은 먹이를 발견한 즉시 소리를 낸다. 구구구... 동료를 불러 같이 먹기 위해서다. 닭은 발로 먹이를 사방으로 흩어 먹는다. 나누어 먹기 위해서다. 닭은 다른 알까지 함께 품는다. 품 자락이 넓다. 생명을 부화시키는 일에 어떤 차별도 없다. 젖가슴 없이도 알을 품는다.아니 사람들만 모이는 잔치에 동물나라의 특사로 초대 받는 게닭 말고 또 무에 있던가?청란교회는 이런 디테일의 스토리로 넘쳐난다. 문 앞에 선다.이번에는 문고리가 말한다.‘문고리도 건축이다.’우리의 ‘머리털까
사진에세이
송길원
2018.06.22 14:01
-
몸의 기도 / 정온유 내 몸이 한 번 뒤척일 때마다 생각이 뒤척이고 마음이 뒤척이고 세상이 뒤척이고……. 그런 마음들이 정리 되는 시간, 핏값으로 물든 내 삶을 귀하게 보듬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새벽을 걷습니다. 예배당 오르는 계단엔 부활의 아침을 찬양하는 작은 꽃들이 봄빛을 털어내며 온몸으로 기도합니다. 내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 움직이고 내 과거와 미래가 함께 움직이고 이 모든 것을 끌어안고 내 영혼이 움직입니다. 당신께 가까이 가기 위해 온몸으로 뒤척입니다. 내가―.
사진에세이
정온유
2018.06.15 18:17
-
사랑과 예의의 상관관계 /천헌옥지하철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나이가 있어 그런지 지하철에 오르면 빈자리를 찾게 된다. 그것도 장거리를 이동하거나 사람이 많을 경우는 더욱 그렇다. 다행히 앉았던 승객이 다음 역에서 일어날 때는 앞에 서 있던 사람에게는 행운이라고 여겨지지 않을 수 없다. 그날도 그런 행운을 얻어 목적지까지 편히 갈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여러 자유로운 상념에 묻힐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불편이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앞에 서 있는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아주머니가 계속 노려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였다. 나를 아는 사람인가? 내가 뭐 잘못한 일이라도 있는 걸까? 아니면 지퍼가 내려가 있나? 그 아주머니의 고정된 시선은 별의별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두
사진에세이
천헌옥
2018.06.09 19:29
-
사진에세이
노상규
2018.06.02 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