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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의 아침에] -지형은 어느 해나 거의 이런 사실을 몰랐습니다 올해라고 불리는 것이 언제고 여기 내게 왔던 적이 결코 있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살아온 햇수만큼 처음 보는 태초의 아침을 선물로 받았던 겁니다 경건으로 마음을 여미고 온몸으로 맞아들여야 하는 그 태초의 아침을 그저 아이처럼 받았던 겁니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것이 첫째 날이다 하는 그 첫 아침의 긴 여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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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은
2018.01.0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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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송구영신/送舊迎新) /김기호 어제의 괴로움은 이 밤의 문턱을 넘지 않게 하고 내일의 염려라면 미리 고민하지 않게 하기 오늘 송구영신의 길에 선 그대 내가 버릴 것과 네가 맞을 일만 계수하여 남길 것을 남기는 지혜로운 장사꾼 되자 새해라도 우리 삶은 날(日)에 의미가 있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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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호
2017.12.2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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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오는 날의 묵상 /최병규 잠시 내린 눈도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얼어버린 강 위엔 눈이 쌓여 있었는데, 그 고요와 평화의 풍경 속에서도 한 곳이 저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마치 어느 인상파화가의 해돋이에서 느끼게 되는 그런 좋은 인상으로. 얼어있는 강 위로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겨 제 손바닥 안에 들어올만큼의 자그마한 크기의 이 눈무더기에게로 다가갔습니다. 눈밭에 엎드려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이 형체와 그림자를 쳐다보았습니다. 아- 쌓인 눈의 형체와 그림자의 아름다움이여! 이 모습을 쳐다보며 예닐곱 번 셔터를 눌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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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규
2017.12.2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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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천신자 그 분을 헤아려봅니다 그 분을 헤아려보고 있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은총이라는 이름으로 별을 헤듯이 눈물을 따라 기도하면서 그렇게 찬송하면서 가장 깊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불러봅니다 감당할 수 없이 부어주시는 그 분의 사랑, 오 하나님 마른 바람이 지나가고 남은 자리엔 회개할 것이 너무나 많은 연약한 사람 하나 말씀 한 줄에 목이 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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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자
2017.12.1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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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 구원의 길 /이종남 세상은 점점 예수님을 예술적으로 승화 시키려는 조짐을 보인다. 예수님 그리고 십자가는 회화적으로나 조소적으로 즐길 대상이 아니다. 그는 하나님의 선수적인 사랑(롬 5:8)이 되어 우리의 구원을 위해 십자가에 죽으신 유일한 구원의 길이다. 점점 구원이 희화화 되어가는 막장 세상은 참 아프다. 예수님은 조소작품으로 기념되기만 할 대상이 아니라 유일한 나의 구원의 길이고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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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남
2017.12.0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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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찬상 앞에서 /송길원 밀가루가 제대로 발효되면 해바라기 향(香)이 난다. 나도 모르게 얼굴을 묻고 깊은 숨을 들이쉬게 된다. 하나님의 숨결이 느껴진다(창 2:7). 빵 한 조각을 입에 문다. 폭신하며 쫀득한 식감이 나를 안아주는 엄마의 품안처럼 따뜻하고(신 1:31) 힘차다. 어느새 입안에 번지는 고소함과 단 맛이 하늘 평안이 된다. 씹을수록 깊은 맛에 빠져든다. 화덕의 뜨거운 불이 가져다 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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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원
2017.12.0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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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묵 /노상규 도토리묵은 겸손이다. 한 톨 한 톨 허리 숙여 주워야 한다. 도토리묵은 인내이다. 한 톨 한 톨 껍질 벗겨 말려야 한다. 도토리묵은 시간이다. 고운 가루 내어 떫은 맛 우려내야 한다. 도토리묵은 연단이다. 일곱 배 물부어 휘휘저어 불을 통해야 한다. 도토리묵은 사랑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먹을 사람 생각해야 한다. 도토리묵은 겸손.인내.시간.연단.사랑을 먹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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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규
2017.11.24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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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의 설교 /김윤하 성산일출봉 위로 붉은 해가 부채살 같은 빛을 분사하자 그 빛을 받은 자연은 아침 축복을 누리는 듯 했습니다.. 억새의 얼굴은 부끄러운 듯 붉은 살색을 드러내면서 조용히 가을을 노래하며 온몸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생을 마감하는 기쁨의 노래를 바람에 실려 보내면서 창조주의 신비로움을 감사하고 있었습니다. 억새의 얼굴이 내 살결을 스쳐지나며 조용히 말하기를 윤하야! 네 인생! 그리고 사명, 잘 마무리 하렴... 그래서 이날 아침 난 억새의 메시지를 경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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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하
2017.11.18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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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심비에 쓰세요 /천헌옥 사랑을 하늘에 쓰지 마세요 장마지면 그 모든 언어가 당신의 가슴에 내려꽂혀 말할 수 없는 슬픔이 될테니까요 사랑을 별들에다 고백하지 마세요 별들이 지면 다시 별을 만날 때까지 그 모든 언어를 들을 수 없을테니까요 사랑을 가슴에 대고 쓰세요 가슴에 새긴 것은 계속 흘러나와 강을 이루니까요 돌비(石碑)에 쓴것은 세월따라 희미해지지만 심비(心碑)에 쓴 것은 영원한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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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헌옥
2017.11.1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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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 -지형은 그림자는 슬픈 때가 많다 실체가 아니라고들 해서다 꽃의 빨강은 강렬한 현실이라서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지만 어떤 때는 빨강은 그림자가 부럽다 자신을 비우면서 있는 소박한 실체성, 슬퍼서 실존하는 그 생생함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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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은
2017.11.03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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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볕 /김기호 가을 볕 모아 모아 예쁘게 보듬고 은행에 가야겠다 가서 적금 든 후 통장 하나 고이 보관했다가 겨울 눈길 걷는 이 비요일 우산없이 젖는 이 어둔 밤길 홀로 지나 가는 이 보일 때 맡겨 둔 이 따스한 볕 한 아름 안고 와서 품에 안겨줘야 겠다 조건 없이 받아누린 이 하늘의 복 그저 받았으니 그저 주고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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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호
2017.10.27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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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꽃들에게 축복이! - 최병규 창경궁의 온실엔 무슨 꽃이 피고 있을까? 기대를 가지고 가는 길은 즐겁다. 나의 기대는 온실에 가기도 전에 찾아왔다. 언덕의 응달쪽에 가느다란 빛이 조명되어 비치고 있었다. 한 그루의 나무 밑둥치에 손가락만한 꽃이 조명 속에 빛난다. 예쁜 보랏빛 꽃은 여러 종류 중의 하나, 꽃향유였다. 나는 그에게 그는 나에게 시선을 맞대었다. 얼마나 작고 예쁜가? 가을꽃답게 하나 둘 떨어진 낙엽 속에서 고개를 내밀어 나를 바라본다. 가녀린 한줄기 바람결에도 하늘거리며 보랏빛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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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규
2017.10.2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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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 /김경근희귀한 물고기를 잡았다가 방류한 거금도의 낚시 이야기이다.간간이 가을비가 촉촉이 내리는 지난 10일 오후 ‘해돌마루’(전남 고흥) 바닷가에 김명길(45⋅천안시)가족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희귀한 고기를 낚았는데, 바로 무지개날개 달린 ‘성대’라는 이름을 가진 물고기였다.그의 아들 김현중(월랑초등학교 4년)은 “이런 고기를 낚시로 잡은 게 너무 신기해요” 좋아하면서 사람들에게 자랑을 한다. 구경나온 사람들조차 그 고기를 모두 처음 본다고 했다. 그 동네 한 주민이 “이런 희귀한 고기는 생태계 연구를 위해 살려주어야 한다”고 하면서 아버지의 승낙을 얻어 다시 바다에 돌려보냈다.애써 잡은 고기지만 바다로 돌려보내는 아버지 낚시꾼의 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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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근
2017.10.1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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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어둠 /사진, 글/이종남 어둠은 빛을 부러워 하면서도 뒤로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빛 앞에 서성이는 양면성이다. 자기 속에 많은 사람을 품고 더 깊은 어둠을 만들어서는 죽음같은 생존을 변증하려 빛을 배타하여 맞선다. 빛은 그림자를 만들어내지만, 어둠을 배타하지 않으면서도 섞여갈 수 없음으로 인하여 언제나 어둠의 맞은 편에서 어두움의 그리움이 된다. 빛앞에 서리라! 빛으로 들어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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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남
2017.10.08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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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원 부활하신 주님이 두 팔 벌려 그려낸 십자가 포옹은 두 팔로 표현하는 미소이자 더욱 강하게 악수하는 웃음이다 이번에는 내가 작은 십자가가 된다 #. 부활은 예수 그리스도의 ‘다 이루었다’는 큰 울부짖음에 대한 하나님의 ‘아멘’이다.십자가는 못난 나를 안아주시는 사랑에 대한 나의 ‘할렐루야’가 되고....그 수 천의 메아리(도예조각들)가 커다란 십자가 이루었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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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원
2017.09.30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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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나무뿌리(裸根) /노상규 오랜 비바람 덮힌 흙 쓸어가 대지에 드러난 나무뿌리 지나는 길손 밟고 또 밟아 껍질 벗겨진 나무뿌리 하여 하여도 깊이 더 깊이 뻣고 더 뻣어 생명 근원까지 이른 나근 힘껏 더 힘껏 수액 밀어올려 가지 끝 잎과 꽃 찬란한 생명 틔우는 나근 벗겨져도 밟아도 주어진 자리 그 땅에서 나무와 가지 끝 그리고 하늘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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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규
2017.09.23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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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묵상 길을 따라서 /김윤하 러시아의 광활한 평지를 바라보며 뚤라라는 시골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톨스토이의 생가, 생각만 해도 설레이는 가슴과 그가 남긴 작품들을 기억에서 찾아내면서 작은 연못과 자작나무 거리를 지났습니다. 톨스토이의 온실에서 그가 가꾸던 화초를 만나고 생가와 무덤을 지나 그의 산책길을 걸었습니다. 드디어 삼나무 숲길, 사색하는 톨스토이의 환영이 보였습니다. 숲 사이로 빛 내림의 은총이 솜사탕 처럼 다가오고 춤추는 야생화들은 바람결에 향기를 보냈습니다. 빛 내림이 빛으로 색칠한 초록색의 그림이 보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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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하
2017.09.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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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언제나 /천헌옥. 바른 방향도 언제나 함께 좌우 방향도 언제나 함께 식사할 때도 언제나 함께 사랑은 마음이 함께이다. 사랑은 뜻이 함께이다. 사랑은 방향이 함께이다. 함께는 양보가 필요하고 함께는 배려가 필요하며. 함께는 믿음이 필요하다 사랑은 언제나 함께 가고 사랑은 언제나 같은 방향이고 사람은 언제나 서로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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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헌옥
2017.09.09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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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생명력 /정찬수 동토의 땅을 연하디 연한 싹이 뚫고 올라오는 모습을 보고서 엘리어트는 "4월은 잔인한 계절"이라고 하였던가? 여기, 보홀. 염분에 절여진 모래 뿐인 바닷가! 무수한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수없는 발자욱을 남긴곳! 수없이 밟히고 또 밟히면서도 연하디 연한 싹을 티워 내고야 마는 생명력! 하나님께서 주신 생명력은 위대하고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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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수
2017.09.0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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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 -지형은 저기 어디쯤 있는 아름다운 사람 어디쯤이 신기루 같아 당최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저기 어디쯤 있는 내 안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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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은
2017.08.22 09:18